‘꿀알바’를 위한 변명

[기고] 경북대 '캠퍼스폴리스'제도 논쟁을 바라보며
뉴스일자: 2013년08월25일 07시36분

[편집자 주] 뉴스민은 대구지역의 국립대인 경북대학교가 학내 치안 유지를 위해 ‘근로장학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캠퍼스폴리스 제도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학생고용에 최저임금 위반 경북대, “장학사업”이라며 발뺌>(2013. 8. 19) ‘KNU캠퍼스폴리스제도운영계획안’에 따르면 18명의 ‘캠퍼스폴리스’는 휴일을 제외한 격일 근무로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근무하며 경북대는 이들에게 시급 7,000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2013년 법정최저임금은 4,860원이나 캠퍼스폴리스는 야간 근무라 대학은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라 통상임금의 150%인 7,290원을 지급해야 한다. 앞서 경북대 내 한 동아리가 근로기준법 위반 등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학내 게시판에 올렸다. 이에 학생 중 일부는 ‘지원자가 동의했기 때문에 괜찮다’는 등의 반응을 포함해 문제를 지적한 동아리를 조롱하는 댓글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경북대를 다니고 있는 독자가 기고를 보내와 글을 게재한다.

▲캠퍼스폴리스 제도 관련 논쟁이 벌어진 경북대학교 게시판 '복현의 소리' [http://www.knu.ac.kr/bbs/newhome/sublayout.jsp?number=0713]

오랜만에 들어가 본 학교게시판, 조회수 천을 넘긴 글을 보게 되었다. 얼마 전 총학생회에서 올린 캠퍼스폴리스 모집에 대한 문제제기를 담은 글이었다. 조회 수가 굉장한 만큼 몇몇 답글과 댓글도 달려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답글과 댓글에는 원 글에 대한 조롱이 난무했다.

원 글이 지적한 문제는 충분히 고민해볼 사안이었다. 하지만 학우들의 반응은 이 제도를 어떻게든 유지시키기 위해 총학을 대신하여 '변명'하듯 제도를 두둔하였다. 이런 문제에 늘 애용해오던 양비론조차 끌어다 쓰지 않았으며, 문제제기한 단체에게 ‘그럼 대안이 뭐냐?’라고 되물었다. 뭘까. 학우들에게 캠퍼스폴리스 제도는 무엇인 걸까.

실제로 서울 소재 대학에도 이러한 제도가 있다. 지인의 얘기를 들어보니 학생들에게 이 제도는 '꿀알바'로 통한다고 한다. 매일매일 사건이 터지는 게 아니므로 시간만 잘 보내면 괜찮은 시급이 나오는 알바라고 여기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학우들에게도 이 제도는 학교를 지킨다는 의미보단 교내 지리도 훤한데 괜찮은 시급을 받으면서 몇 시간 돌아다니는 일이라는 인식이 더 클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제도의 보호'대상'이 된 여학생들은 그저 운이 좋으면 캠퍼스폴리스 학생들 덕분에 위험을 피할 수도 있겠다는 '보너스'같은 기대를 할 것이다.

학교 측도 캠퍼스폴리스 학생의 안전을 위해 [‘순찰도중 폭행 사건 목격 시(가해자가 있는 경우) 경찰에 신고하고, 학교 보안 업체 및 경비실에 연락을 취한다. 가해자와 맞대응은 피하면서 추가 폭행을 막는다’, ‘가해자가 흉기를 지니고 있을 경우 지원자들이 올 때까지 대치상황을 유지하고 가해자가 흉기를 들고 있기 때문에 순찰 인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충돌은 피하도록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결국, 순찰 이외에는 특별한 기능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존 경비노동자의 업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학교입장에서는 캠퍼스폴리스 제도를 통해 경비노동자를 늘리지 않아도 되면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는 명목을 세울 수 있다. 기존의 주차아르바이트나 교내 근로장학생과 비슷한 의미로 말이다. 총학 또한 학생 복지를 위해 학교 측에 요구하여 일석이조 아르바이트를 얻어냈다는 좋은 구실이 된다. 그렇담 학우들은 캠퍼스폴리스 제도를 이미 잘 간파한 게 아닐까.

그래서 문제제기한 내용에 대해 총학을 대신해 조목조목 변명해주는지도 모른다. 캠퍼스폴리스 제도가 괜찮은 시급의 아르바이트 자리라는 인식은 이 제도 자체의 문제를 덮기엔 충분하다 느꼈는지도 모른다.

참 슬픈 일이다. 총학생회라면 장학금이 필요한 학우들을 위해 장학금을 더 내놓으라고 학교 측과 싸우지 못할망정 그럴듯해 보이는 제도를 들고 와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알바 자리를 만들어 낸다.

도대체 우리가 낸 등록금 중에서 우리에게 돌아오는 권리는 도대체 얼마나 되는가. 학교 치안 문제도, 도서관 냉방기 문제도, 학교 시설물 문제도, 나의 가정형편에 따른 장학금 문제도 학교는 제대로 된 권리를 제공하고 있는가.

교수들의 질 낮은 수업으로 기본적인 수업권조차 침해받는 게 다반사인데 우리가 낸 등록금은 도대체 누굴 위해 쓰이고 있는 것인가. 그런 권리조차 주장하지 못한 채, 학교가 값싼 노동력을 제공받기 위해 만든 '근로장학생제도'의 경쟁률은 높아져만 간다. 많은 학생이 근로장학생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근무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수업을 들으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런데 근로장학생 대부분은 시급제거나 월급을 시급으로 나누어 근무한다. 일한 만큼 임금을 받는다. 학교 밖, 최저임금 사업장에 비해선 괜찮은 시급이지만 ‘장학금’이라고 볼 수 없다. 어떻게 월급에 맞춰 시급대로 일하는 학생이 장학생인가. 운이 좋아 뽑힌 교내 아르바이트일 뿐이며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은 그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한편에선 학교 성적장학금을 점점 작게 쪼개고 있다. 내가 입학했을 당시 성적이 좋으면 전액장학을 받는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러나 장학생규모를 늘린다고 수업료면제(40만원가량)장학생만을 늘리다 보니 전액, 반액 장학생규모는 확 줄었다. 과에서 1등을 해도 전액받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늘어갔다. 장학규모는 그것에 맞게 늘리지도 않으면서 장학생규모만 늘리려 하는 어이없는 정책에 피해는 학생들만 받았다.
 
올바른 문제제기가 괜한 시비처럼 느껴져 조롱하고 비난하는 현실, 캠퍼스 폴리스 제도를 두둔하는 학우들의 행위는 어쩌면 괜찮은 ‘꿀알바’라는 기회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노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제도에 대한 문제를 덮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롱과 비난, 문제점에 대한 두둔의 원인은 결국 ‘장학금’에 대한 학교의 옹졸한 정책이라는 점을 공론화해야 한다. 그래야 캠퍼스 폴리스 제도의 문제점들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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