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과 노동조합, 40년 동맹 흔들

노동당, 노조의 집단 회원자격 재검토안 발의...지역 노조, 지구당과 관계 중단
뉴스일자: 2013년08월13일 08시48분

영국 노동당과 노동조합 간 동맹이 40년 역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노동당은 내년 초 특별 정당회의에서 노동조합의 집단적 회원자격 중지에 대한 당론을 결정할 전망이다.

<가디언>과 <융에벨트>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영국 노동당이 지난 7월, 유나이트(Unite the Union) 출신 지구당 위원장과 이의 추천을 받은 2015년 총선 노동당 예비 후보 1명에 대해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의혹을 제기, 당원 자격을 중지시키며 양측 간 동맹이 위기에 빠져들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해 2월 영국 스코틀랜드 중부 폴커크에서 알콜 및 폭력을 이유로 노동당 소속의 한 의원이 출당되며 시작됐다. 이후 유나이트 지역 대표 스티프 딘스가 지구당 위원장으로 선출, 그는 노동조합원을 대상으로 당원 조직에 나섰다. 당원은 100명이 조금 못됐지만 딘스 선출 이후 2배 이상 불어났고 유나이트 지지자들은 캐리 머피를 여성후보로 추천했다.

그러나 신규 당원에 대해 유나이트가 당비를 납부한 것을 문제로 영국 보수 언론과 보수당이 매표행위라 비난하며 논란이 시작됐다. 애초 노동조합은 토니 블레어 총리 재임 시 도입된 규정에 따라, 1년 간 노동당 신규 당원의 당비를 지불할 수 있었지만 노동당과 노동조합 간의 동맹 관계를 문제 삼았던 보수당은 다시 오래된 비난에 불을 지폈다.

▲ 노동조합의 지지로 영국 노동당 당수로 선출된 에드 밀리밴드. 최근 그의 지지도는 21%로 떨어졌다. [출처: http://www.theguardian.com/ 화면캡처]

그러나 에드 밀리밴드 당수가 이끄는 노동당 지도부는 이러한 정치 공세에 맞서는 대신 내부 조사를 선택했다.

노동당 전국집행위원회(NEC)의 내부 조사 후, 6월 25일 노동당 대변인은 “폴커크 지구당에 대한 내부 조사 후 후보 선발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당원 자격에 우려를 제기할만한 충분한 증거를 발견했다”며 “노동당의 진실성 보장을 위해” 일련의 조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국집행위원회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스티프 딘스와 캐리 머피의 당원 자격을 중지시켰으며 노동조합의 당비 납부 규정도 중단시켰다. 밀리밴드 당수는 이어 노동조합과 노동당 사이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발표, 내년 초 특별 당대회에 노동조합의 집단적 회원자격 재검토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그러자 유나이트를 비롯, 노동당 당원들은 즉각 반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이들은 전국집행위원회가 조사보고서를 당 의장단이나 유나이트에 공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경찰에 넘겼으며, 증거 부족에도 불구하고 조합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2명에 대한 당원 자격을 정지시켰다고 반발했다. 특히 노동당의 방침에 반대하며 7월초 노동당 선거본부장인 톰 왓슨이 사퇴 입장을 밝히며 문제는 더욱 커졌다. 그는 “독립 선언”이라는 성명을 발표, 노동조합은 무고하다고 밝힌 한편, 보고서 공개를 촉구했다.

유나이트는 이번 사건에 대해 보수당의 노동조합에 대한 정치 공세이자, 노동당 내 우파가 노동조합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전략이라며 자격 정지된 조합원에 대한 복권을 요구하고 있다.

이후 7월말 경찰도 수사에 필요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힌 한편, 보고서를 전해 받은 <가디언> 칼럼리스트 시머 밀른도, 유나이트의 조직적인 잘못은 인지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당은 당원 자격 정지는 고집하는 한편 계속적인 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노조, 지구당과 관계 중단

논란 후 렌 맥클러스키 유나이트 노조위원장은 유나이트는 누명을 썼지만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고 노동당에서 탈당할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나 폴커크에서의 논란은 노동당과 노동조합 간 지속된 갈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최근 노동당은 긴축 조치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의원 5-6명의 당원 자격을 박탈시키기도 했다. 유나이트를 비롯, 영국 노동조합들은 정부의 긴축 조치에 맞서왔기 때문에 노동당의 이 같은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유나이트 노스웨스트 잉글랜드 지부는, 지난 달 지역 노동당과의 관계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유나이트에서는 노동자계급의 새로운 노동당 건설을 조직하자는 논의도 발의됐다.

최근 유나이트 자체 조사에 따르면, 유나이트 조합 8명 중 1명만이 밀리밴드가 이끄는 정당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절반의 조합원은 노동당에 대한 기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영국 노동조합들은 지난 40년 간 정당 후원비를 포함, 노동당을 조직적으로 지원해왔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노동당 전체 수입 약 3,300만 파운드 중 약 800만 파운드는 노동조합으로부터 나왔다. 140만 명의 조합원을 대표하는 영국 공공산별 노조이자 영국 최대의 노조인 유나이트는 애초 노동당에 대한 최대 후원자였다.

영국 보수당은 노동당에 대한 이러한 노동조합의 후원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 왔다. 2010년 2월 당시 보수당 당수였던 캐머런 총리도 노동조합의 노동당 후원 제도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기사제휴=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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