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저임금 장시간노동의 대명사인 성서공단. 성서공단노조, 성서공대위는 10년이 넘게 성서공단 노동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최근 금속노조 대구지부, 민주노총 대구본부 등과 함께 ‘성서공단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이 발족했다. 성서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삶과 노동, 그리고 애환과 희망을 솔직히 드러내는 ‘성서공단, 노동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격주 수요일마다 <뉴스민>에 약 20회 연재한다.
집, 학교만 오가는 모범생 같은 주·야간 맞교대 공장생활에 숨이 막혔다. 하지만 엄연한 현실인지라 최저임금보다 100원을 더 받았지만, 잔업 하지 않으면 결혼 밑천은 언감생심이다. 애라도 생겼다면 영락없이 주·야간 맞교대 필수코스다. 최저임금 인생의 정석이며, 모범이다. 모범생이 되고 싶지 않아도 모범생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숨 막히는 주·야간 맞교대 공장생활에 산소호흡기는 노래였다. 8월의 끝자락 수요일, 야간근무 출근길에 들려온 노래가 간절했다. 와룡윗공원으로 발길만 돌리면 노래와 반가운 얼굴과 시원한 막걸리가 있었지만, 공장으로 향해야만 했다. 벌써 3년 전의 일이지만, 그 간절함과 외로움이 오롯이 기억난다.
성서지역은 공단과 주거지역이 공존한다. 노동자 한 사람으로 보면 하루 24시간을 달구벌대로 이쪽과 저쪽에서 다 보낸다고 할 수 있다. 이쪽은 공장, 저쪽은 주거지다. 24시간을 성서지역에서 보내며 일주일을 공장과 집을 오가며 토요일은 술에 취하고, 일요일은 잠에 취하며, 한 달을 만근해서 월급 받아 마트 가서 생필품 사며, 1년을 이렇게 보낸다. 쳇바퀴 돌 듯 성서공단을 맴돈다. 공단 노동자의 생활이다.
이 특성을 이용해 지역주민이 많이 이용하는 와룡윗공원에 집회나 시위가 아닌 문화공연 형식으로 선전물 배포, 전시물 게시, 노동 상담, 무료진료 부스와 한여름 더위를 식히면서 공연을 보고 즐기면서 자연스러운 어울림으로 노동자의 권리 의식을 지역사회에서 환기코자 수요공연이 시작되었다.
성서공단 사업장은 여전히 토요일 오후 늦게까지 일하는 곳이 태반이다. 게 중 좀 나은 곳은 주 6일 중 수요일은 잔업이 없이 퇴근한다. 퇴근하고 저녁 먹고 공원으로 바람 쐬러 나오면 거의 7시가 된다. 런닝구 차림에 파자마 바람에 나와 돗자리 펴며 공연은 시작된다.
올해로 13년째를 맞이하는 수요공원은 2001년 첫해 공연은 ‘우리는 노동자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는데, 근로기준법이 해마다 개악되면서 누더기법으로 하락하였다. 그래서 최소한 기준선이 되어야 할 근로기준법이 하락하니 더는 지켜야 할 기준선이 유명무실해지고 난 2008년부터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 ‘공감’>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더불어 생활권인 지역사회와 밀착하며 노동권의 문제와 대구지역 사회문제가 생활권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감’을 넓혀 가자는 의미를 살려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수요공연을 나이로 말하면 초등학교 6학년이며, 내년이면 중학교를 입학할 나이다. 구구절절한 사연이야 몇 날 며칠을 이야기로 풀어도 다 못 하겠지만, 기억할 만한 주제라면 2003년 와룡공원 수요공연의 ‘노동자 가족 노래자랑 대회’였고, 2004년 대구지역의 여러 비정규직 노조들이 주제별로 결합하여 여성비정규노동자의 날, 이주노동자의 날, 건설노동자의 날, 청소용역노동자의 날로 선정해 진행한 것이다. 또, 장소를 이동해 이주노동자들이 애용하는 가게인 삼안식당에서 수요공연을 진행해서 이주노동자와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며, 짧은 시간이나마 해방의 공간이 됐다.
개명한 첫해인 2008년 수요공연은 “사회공공성”을 주제로, 지역 노동조합 문화패와 숨은 재주꾼들이 다양한 공연을 구성하며 참여하여 꽤 괜찮은 호평을 받았다.
올해 첫 공연은 7월 24일 ‘입시, 경쟁교육 없는 성서지역 만들기’라는 주제로 이미 진행되었으며, 오늘은 두 번째 공연인 ‘산재, 발암물질 없는 안전하고 건강한 성서공단 만들기’ 주제로 준비가 완료되었다. 그리고 8월 17일, 8월 24일 두 번의 공연이 더 기다리고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공연 보러 와룡윗공원으로 오시라~~
귀띔을 하자면 혹자는 수요공연의 ‘수’가 물 水(수)라고 말한다. 수요공연이면 항상 비 때문에 마음을 졸인다. 비가 와서 연기되거나, 비 온다는 예보 연기를 하면 희한하게 그 시간에 비가 그쳤다. 탄압(?)은 비뿐만 아니었지만, 이 모든 탄압을 뚫고 여기까지 왔다. 지역주민의 관심과 지지가 있었기에, 이 공연을 준비하고 함께한 성서공대위 소속 단위의 우직함과 끈기가 있었기에, 그리고 아낌없이 연대한 대구지역 여러 단위와 동지들이 있었기에 어엿한 13살의 수요공연이 있었다.
이 힘으로 상상해본다. 수요일뿐만 아니라 토요일까지 확대되어 성서지역 노동자와 주민이 어울려 성서공단 고유의 노동자문화가 뿌리내려지고, 스스로 노동자 문화를 만들고, 즐기고, 누리는 성서공단판 마로니에 공원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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