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아픈것도 서러운데, 열악한 중환자보호자대기실에 분통

비좁고, 성별구분도 안 돼...환자, 보호자 인권침해 지적
뉴스일자: 2013년07월24일 17시58분

제보자 전형권 씨

전형권 씨는 영남대학교병원 중환자보호자실에서 한 달간 생활해야 했다. 아내가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중환자실 환자는 30분씩 하루 2번 면회할 수 있다. 보호자는 위급상황에 대비해 면회 시간 외에는 보통 중환자보호자대기실에서 생활한다.

전 씨는 아내의 상태에 속 태우는 한편, 중환자보호자대기실의 열악한 상황에 피로감이 누적됐다. 폭이 고작 60cm인 침상을 배정받아 한 달을 생활했다. 더욱이 중환자보호자대기실은 성별구분조차 안 돼 있었다. 한쪽에는 할머니, 한쪽은 여학생이 있어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전 씨 외에도 중환자보호자대기실을 사용하는 보호자들이 있었다. 고령, 화천 등 대구시외 지역에서 온 보호자들은 서로 대기실 사용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대기실 환경이 개선되도록 건의하자는 전 씨의 의견에 다른 보호자들은 선뜻 함께할 수 없었다. 입원한 환자를 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병원에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웠던 것.

전 씨는 열악한 중환자보호자대기실을 방송사·인권단체에 제보했다.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환자보호자들의 고통이 앞으로도 지속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한편 전 씨는 보건의료노조 대구경북본부에 보호자대기실 문제를 문의했고, 보건의료노조 역시 지속적으로 중환자보호자대기실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나 병원은 묵묵부답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중환자보호자대기실 좁고 성별구분도 안 돼
인권·사회단체, “환자와 보호자의 인권침해”


자료제공: 인권운동연대


전 씨의 제보로 인권운동연대는 대구지역 5개 종합병원 중환자보호자대기실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경북대학교병원 중환자보호자대기실이 각각 2m×5.8m, 3m×6.8m, 2m×6.5m로, 성별구분은 돼 있으나 가장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 병원들은 경북대학교병원에 비해 비교적 넓으나 성별구분이 안 돼 있거나 구분이 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환자보호자대기실에 구비된 물품 역시 열악했다. 탈의실은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을 제외하고는 마련된 곳이 없었으며, 사물함은 대개 파손됐거나 잠금장치를 쓸 수 없는 개방형이었다.

경북대학교 중환자보호자대기실 (자료제공: 인권운동연대)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중환자보호자대기실(자료제공: 인권운동연대)

이에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는 24일 오전 10시 경북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환자보호자대기실의 인권침해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보건의료체계가 영리화되어 생명과 건강을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며 “환자와 환자 보호자는 최고 수준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의료기술 및 시설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형권 씨는 “영남대 중환자보호자대기실은 반지하다. 대기실 번호 배치받아 가보니 배정받은 자리는 폭이 60cm였다. 사물함 문짝은 다 떨어져 나갔고 성별 구분도 없어서 남녀가 혼숙했다”며 “보통 보호자들은 환자에 불이익 갈까봐 제보를 잘 못하지만, 용기 내서 건의했는데 100일이 넘도록 조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백범기 보건의료노조 대구경북본부 본부장은 “노사교섭 때 중환자보호자대기실 확충을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이다”며, “제빵점, 편의점, 식당 등 상점들이 요지를 다 차지하는데 정작 중환자보호자대기실은 지하나 옥상에 밀려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종근 경북대학교병원 총무팀장은 “병원 공간은 항상 부족하지만, 환자보호자대기실 문제는 공간 비중을 줄이고 높이고의 차원이 아니”라며, “중환자실의 여건과 동선, 위치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공간 확충은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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