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업주도 노동자의 생명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기획연재] (3) 죽기 위해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뉴스일자: 2013년07월11일 14시42분

[편집자 주] 저임금 장시간노동의 대명사인 성서공단. 성서공단노조, 성서공대위는 10년이 넘게 성서공단 노동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최근 금속노조 대구지부, 민주노총 대구본부 등과 함께 ‘성서공단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이 발족했다. 성서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삶과 노동, 그리고 애환과 희망을 솔직히 드러내는 ‘성서공단, 노동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격주 수요일마다 <뉴스민>에 약 20회 연재한다.

38세의 그는 성서공단의 한 제직공장에서 기계운전과 정비를 7년째 하고 있고, 이전에도 수년간 같은 일을 했단다. 이곳으로 오고부터 허리에 통증이 있었고, 무리하고 나면 통증을 이기기 위해 파스를 붙이거나 침을 맞는 것으로 버텨왔다. 그렇게 일을 하다 올 3월, 무거운 원단을 들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참고 일을 했지만, 갈수록 상태가 좋지 않아 결국, 병원을 찾았다.
 
눈으로 봐도 확연히 표가 나고 걸을 수 없을 정도가 된 5월 초순에서야 입원하게 됐다. MRI촬영결과 요추 5-6번 간 추간판탈출증이라며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영구장해가 남을 거라고 하니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실을 사측에 알렸지만, 수술 후 일손이 딸린다며 나와서 일하라는 종용을 받았다. 결국, 일주일 정도 지나 성치 않은 몸으로 출근을 했다. 괜찮을 리가 없었고, 상황을 얘기하고 쉬어야겠다고 했더니 사측은 “보름간 시간 줄 테니 사직하고 치료해라. 쉰 날은 무급처리하겠다”며 윽박질렀다. 병원비라도 부담해 달라고 요구하였지만 거부당했다.

안전보건교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산재처리는 생각도 못하는 노동자들. 법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 산재보상은 먼 나라 얘기다. 2009년 <성서공단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건강실태조사결과> 중 산재경험을 가진 노동자가 산재 처리하는 경우는 24%, 대부분인 76%가 공상이나 자비로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에서 산재는 심각하게 은폐되고 있었다.

 

산재처리는 고사하고 다른 일로 옮겨달라는 요구도 묵살당하기 십상이고, 당장에 먹고 살기 위해 일하지만, 잔업, 특근에 150만원 겨우 넘는 한 달 임금. 2011년 <성서공단 50인 미만 사업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금삭감이 있더라도 회사 경영이 어려워 그럴 것이라며 이해하거나 부당하지만 참고 일하는 노동자가 65.8%에 달했고, 찍소리 한 번 못 내고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26.3%, 노동부에 고소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경우는 7.9%뿐이다. 이러니 싫으면 나가라고 하는 사업주의 배짱과 오만방자함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법으로 보장된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는 사업주가 어디 성서공단에만 있겠나 마는, 노동조합이 없고 영세할수록 정도는 더 심하다. 실제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산재처리율이 높다. 또한, 현장 노동안전보건활동이 어떻게든 이루어진다. 노동자가 직접 자신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나서지 않으면 어떤 사업주도 노동자의 생명을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도금공장에 일하는 박씨는 코뼈가 뚫리기 직전이란다. 크롬도금을 하다 보면 크롬증기에 의해 코점막이 부식되어 코안에 궤양이 생기고, 심해지면 물렁뼈인 코뼈가 녹아 구멍이 생기고 결국 코가 주저앉게 된다.

크롬은 부식에 강하고 반짝거려 일상생활에 많이 쓰인다. 매일 쓰는 수저나 금속그릇 등 스텐레스강으로 만든 주방용기, 기계․기구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크롬이 사용되는 합금․도장․도금․용접을 하는 노동자에게서 크롬에 의한 코뼈 뚫림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코피가 자주 나고 코딱지가 잘 생기며 냄새를 맡지 못하지만, 당장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 점점 심해져도 조금 불편할 뿐, 코뼈가 뚫린다고 죽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6가크롬의 경우 비강암이나 폐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박씨가 일하는 작업장에는 송․배기장치가 되어 있으나, 어두컴컴한 작업장은 뿌연 증기가 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쉴 새 없이 피어오르고 역겨운 냄새에 숨쉬기가 힘들다. 천정 가까이 나 있는 창문은 사철 열려있고, 제대로 된 환기장치는 없다. 작업자는 1주일에 3개 지급되는 마스크가 기름때가 묻도록 사용하고, 보호의는 따로 없고, 목장갑에 안전화가 전부이며 제품을 만질 때만 고무장갑을 낀다. 여기서 종일 9시간, 10시간을 10년이나 계속해왔다. 특수건강진단도 작업환경측정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이 공장이 문제다 싶으면 저 공장으로 가고, 거기서도 문제다 싶으면 또다시 이 공장으로 옮겨오는 도돌이표 삶을 사는 도금노동자는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게 엄두도 안 나고 뭘 해볼 생각도 없다.

가끔 노동청에서 감독관이 왔다 간다. 감독관이 오기 전 회사는 갑자기 산업안전 포스터를 붙이고 보호구를 내어 준다. 그러면 아무 일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최근 금속노동자들이 발암물질추방운동에 나섰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부터 발암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면, 소비자도 안전한 제품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발암물질추방운동은 사업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발암물질을 보다 안전한 물질로 대체하는 것이다. 회사와 노조 간 협약도 맺었다. 출발단계이긴 하나 노동조합이란 울타리가 있기에 이런 것도 가능한 것이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2012년 산재통계는 대구경북지역 산재의 83.8%가 5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원청업체에서 도급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유해위험작업이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만큼 영세할수록 환경이 열악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50인미만 사업장이 밀집된 성서공단. 죽기 위해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법으로 보장하지 않아도 당연히 누려야 할 사람으로서의 존엄성이 있는 곳, 그런 노동현장을 만드는 것. 이것은 그 누구도 아닌 노동자 자신이다. 법으로 보장된 자신의 권리는 자신이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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