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은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국가수준 성취도평가(이하 일제고사)가 있었던 날이다. 올해부터 초등학교에서는 일제고사가 폐지되었기에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전국 곳곳에서 피켓을 들고 일제고사 완전 폐지를 외쳤다. 하지만 뜻밖에도 학생들이 시험을 치는지조차 모랐거나 ‘일제고사가 뭐야?’라는 반응을 보여 당황하는 경우들이 있었다.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잘 모르는 경우는 작년에도 많았다. 내신에도 들어가지 않고 수능과도 상관없는 일제고사를 학생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교육청에서는 일제고사 관리 지침으로 항상 ‘학생들이 장난으로 응시하지 않도록 지도’할 것을 지시한다.
성적이라면 벌벌 떠는 한국 사회의 학생들이 신경 쓰지 않는 시험, 일제고사. 근데 왜 학교는 벌벌 떨고 일제고사 대비 과정을 만드는가?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위에서 시키는 것이기 때문. 일제고사가 어디 보통 시험인가. 일제고사 거부로 징계받은 교사가 몇이며,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는 일제고사 결과로 매번 학교 서열이 공개되었지 않나. 말 그대로 까라면 까야하는 시험이다.
여기에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이제 일제고사는 학교평가에 비중이 매우 높은 평가항목이다. 즉 일제고사 결과에 따라 학교평가 등급이 달라지고 학교성과급이 결정되는 것이다.
학교성과급 제도가 도입되면서 정부와 교육청은 학교의 모든 활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올해 2월, 학교마다 업무배정이 끝난 후 대구교육청은 갑자기 전 교사의 20%에게 업무를 배정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미 정해진 모든 인사조치를 다 뒤엎고 새로 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폭탄을 던진 격이었는데, 이를 학교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저항 하나 없이 받아들여졌다. 학교평가에 무엇이 반영되는지 정확히 아는 교사는 없다시피 하다. 공문마다 다 학교평가에 반영될 거라는 코멘트가 붙는다.
학교 평가 항목은 마치 보험사 약관과 같다. 아무도 모른다. 이를 거부하고자 하는 교사가 있어도 ‘내가 거부해서 내가 받는 수당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받는 돈이 적어지는 것을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가’라는 자기검열로 학교가 무저항, 무정치의 공간이 되게 한다.
학교 평가의 폐해는 이뿐 아니다. 예전 체력장이라고 불리던 학생 체질체격검사는 요즘 PAPS(팝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팝스에서 비만/흡연/체력의 향상도가 학교평가의 주요 항목이다. 1급부터 5급까지 나오는 학생들의 체력등급에서 하위 급수인 4, 5급의 수가 작년보다 줄어들어야만 올해 학교평가 점수가 깎이지 않아 학교마다 학생들의 기록을 조작하는 일이 만연하다. 체력검사 시행 전에 교사들이 모여 올해 4, 5등급 학생을 몇 명 만들어낼 것인지 회의해서 정해놓고 기록을 그에 맞추기도 한다. 심장수술을 해서 오래달리기를 하지 못하더라도, 지체장애학생이라서 유연성테스트를 하지 않았더라도 5급이 나오지 않도록 점수를 맞추어 조작한다.
비만/흡연율 감소가 더 강조되는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체지방률로 수행평가 점수를 내겠다고 하기도 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학생은 성적을 낮게 받게 되는 것이다. 마르고 키 큰 학생은 높은 점수를 받는다.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노골적인 외모차별이다. 학교평가에 포함되어 있고 교육청 지시라는 말로 학생들의 불만을 봉쇄한다. 팝스의 본래 취지가 학생들의 건강관리인 것과 너무나 괴리된 현실이다. 학생들의 몸 상태나 상황 같은 것은 아무도 보지 않고 다만 수치화된 등급과 점수만 재촉한다. 정부와 교육청이 학교평가로 학교를 통제하자 학교가 공을 학생한테 떠넘긴 셈.
정부는 ‘돈’으로 학교를 압박하고 학교는 그에 휘둘려 학생들을 괴롭힌다. 온갖 기록이 다 조작되는 걸 알면서도 넘어가는 교육청. 학교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으면 명문학교로 소문나는 세태. 학교평가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대규모 조작사기가 아니고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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