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시작부터 단추 잘못 채웠다

대구시, 도시철도법 위반, 변경 과정 부실 무시한 채 “배째라”
뉴스일자: 2013년06월25일 21시10분

지난 4월 30일 감사원은 대구를 비롯한 전국 여섯 곳의 ‘경전철 건설사업 추진실태’를 점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결과 발표 후 대구지역 시민사회 및 언론은 대구도시철도 3호선 추진 과정에 부실, 특혜 의혹이 있다며 즉각적인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대부분의 감사 지적을 부인하고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지난 5월 15일, 대구시의회 제215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수요 예측이 과다 되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감사결과는 주의 통보”라며 “주의 통보이기 때문에 저희는 감사결과를 수용했다”고 감사결과를 지금부터 ‘주의’하면 되는 ‘지적’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듯한 말을 했다.

또, 김 시장은 “감사처분서가 감사원 대변인실로 가고, 대변인실에서 그것을 종합해서 보도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처구니없게 과장되어 발표됐다”며 감사원이 마치 작은 문제를 크게 과장하여 발표했다는 듯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도시철도 3호선 건설을 총괄하고 있는 담당부서장의 인식과도 동일했다. 안용모 도시철도건설본부장은 5월 21일 대구시의회 경제교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저희가 계속 언론에 반박하고 하니까 감사원에서도 ‘자기들 실제 감사한 것하고 보도자료는 많이 과장되었다. 자기가 생각해도 그렇다’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며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과장되어 알려지고 있다고 변명했다.

감사발표 후, 대구시의 감사결과에 대한 대응은 크게 두 방향으로 정리됐다. 먼저 부인하고, 이후에는 ‘우리는 잘못한 게 없는데 감사원이 과장했다’고 감사원 탓으로 돌렸다. 불안에 떠는 시민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그리고 지속해서 3호선 홍보 작업을 지속하며 공사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다면, 정말 대구시는 잘못이 없고,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과장’한 것밖에 없는 것일까.

모노레일 변경 과정에서 도시철도법 미준수
기본계획 변경, 사업계획 변경 후 사업 추진해야
기본계획 변경 전, 조달청에 모노레일 구입 요청해

문제는 2007년 도시철도 3호선 건설 계획을 경전철(K-AGT)에서 모노레일로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2006년 10월 대구시는 애초 중전철로 계획되어 있던 ‘대구도시철도 3호선 기본계획’을 경전철로 변경했고, 이후 경전철을 모노레일로 한 차례 더 변경한다.

도시철도법은 시도지사가 관할 교통권역에 도시철도를 건설, 운영하고자 할 때 ‘도시철도기본계획’을 확정하고, 기본계획 범위에서 ‘도시철도사업계획’을 수립해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대구시는 중전철에서 경전철로 사업계획을 변경하면서는 이 절차를 준수했지만, 2007년 경전철에서 모노레일로 사업계획을 변경하면서는 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 감사원 감사공개문 발췌

감사공개문을 보면, 대구시는 2007년 8월 31일, 애초 경전철로 계획되어 있던 ‘대구도시철도 3호선 기본계획’을 변경하지도 않은 채 우선적으로 모노레일 차량 90량(2,160억원) 구매 방침을 결정했고, 나흘 뒤인 9월 4일 조달청에 모노레일 90량 구입을 요청했다. 대구시는  모노레일 구입 신청 두 달이 지난 11월 7일에야 기본계획 변경을 요청했고, 다음해 5월 기본계획 변경을 확정받았다. 계획 수립도 전에 모노레일 구입부터 요청한 것.

더군다나 2007년 3월 6일 열린 도시철도 3호선 차량 시스템 선정을 위한 자문회의에서는 일부 자문위원이 유지비 과다, 안정성 부족 등을 이유로 모노레일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견을 밝혔고, 다수 자문위원들이 운영, 유지관리비, 차량 시스템의 안정성, 차량 국산화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혀 모노레일 추진 의견보다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일주일 뒤인 13일, 자문결과는 “K-AGT를 선호하는 일부 의견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모노레일을 추천 의견이 다수”라며 3호선 차량 시스템으로 모노레일을 선정, 추진을 자문위원이 추천했다는 내용으로 시장에게 보고됐다. 감사원은 “그 결과 아무런 비교 검토 없이 3호선 차량 시스템이 K-AGT에서 모노레일로 변경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아무런 비교검토 없이”, “아무런 근거 없이” 결정하고, 수정해
조달청에 요청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사업비 산정, 보고

첫 단추를 잘못 채웠기 때문이었는지, 대구시가 모노레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을 검증한 감사원공개문에는 대구시가 “아무런 비교검토 없이”, “아무런 근거 없이” ‘결정’하고, ‘수정’했다는 표현이 여러 번 눈에 띈다.

대구시는 2007년 11월 차량 시스템을 모노레일로 변경하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 기본계획 변경(안)’을 제출하면서 모노레일, 분기기(철도에서 열차를 다른 궤도로 옮기기 위해 선로에 설치한 설비) 구입 가격을 각각 조달청 구입 요청 가격보다 108억, 63억원씩 줄였다. 그 결과 모노레일 사업비를 “아무런 근거 없이” 10,979억원으로 산정해 K-AGT보다 347억원 저렴한 것으로 제출했다.

또, K-AGT와 모노레일에 대한 경제성을 비교하면서 모노레일에는 사회적 할인율(공공사업에 적용하는 할인율)을 5.5% 적용한 반면, K-AGT에는 7.5%로 다르게 적용해 모노레일의 순현재가치(투자사업의 최초 단계부터 사업의 최종 연도까지 얻게 되는 순편익을 현재가치로 계산한 것)가 K-AGT보다 1,934억원 적음에도 2,377억원 더 경제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살인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살인범이 아닌게 되나”

감사공개문에는 과장이 없었다. 대구시는 명백하게 법이 정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모노레일 구입을 추진했다. 그리고 모노레일을 추진하는 과정 군데군데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근거 없는” 주장을 했다. 그럼에도 대구시가 이토록 떳떳하게 ‘우리는 잘못한게 없고, 주의하라는 건 주의하면 된다’고 나설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김 시장의 말처럼 “시정이나 징계처분이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감사원 관계자는 법률 위반이 분명한데 ‘주의’ 조치에 그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징계나 고발을 할 수 있는데, 공무원 징계시효는 이미 지났고, 형법상의 고발조치는 범죄행위를 우리가 입증해야 하지만 분명한 증거는 찾지 못했기 때문에 못한 것”이라며 “말이 주의지, 사실은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처럼 계좌 추적, 구속 수사를 할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징계나 고발은 불가능한 상황이라서 주의를 준 것”이라며 “살인범이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살인범이 아닌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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