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랑스러운 대구의 퀴어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열려

일부 기독교단체의 차별금지법 반대에 기독인연대, "오해하지 마세요!"
뉴스일자: 2013년06월25일 09시05분

22일 오후 2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퀴어문화축제 “오해하지 마세요”가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대구에서 5회째 열리는 이번 퀴어문화축제에는 성소수자 단체 외에도 기독교단체(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퀴어문화축제에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군형법 제92조의 6항(동성간음죄) 폐지'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함께 진행됐다. 올해 국회에서 차별금지법(학력, 혼인, 종교, 정치적 성향, 전과, 성적지향 등을 포함한 20여 가지 항목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발의 됐으나, 성적지향 항목을 두고 일부 보수 기독교단체가 격한 반대를 표명하며 철회됐다. 2007년 차별금지법을 처음 입법 시도할 당시부터 일부 보수 기독교단체는 입장발표, 인권위 항의 등을 통해 강하게 반발해왔다.
 
기독인연대, “성소수자를 지지한다”, “신에게 누명을 씌우지 마라”
한일극장 앞은 무대를 설치하는 사람들과 이미 운영 중인 부스를 구경 중인 사람들로 붐볐다. 그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곳은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의 부스였다. 익명을 요청한 기독인연대 관계자는 “기독교가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심하지만, 모든 기독교인이 성소수자에게 폭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기독교인을 비판하고,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며 기독교인 모두가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종교는 권력을 갖기 위해 성소수자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오래전에 교회는 권력을 가졌고, 권력 유지를 위해 성소수자 탄압이 시작됐어요. 한국의 교회도 지금 새로운 탄압 대상으로 성소수자를 지목하고 있어요. 이런 현상은 집단에서 빈번한 현상이에요. 사회생활 하는 동물은 집단의 응집력을 높이려 왕따를 찾아요. 기독교도 사람이 모이는 단체예요. 기독교는 모두를 사랑해라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성경에서 차별의 근거를 찾고 있어요. 신에게 누명을 씌우는 거죠”
 
기독교단체의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여 온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는 “사랑에 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기독교가 자신들의 성소수자 혐오에 대해서는 ‘이건 혐오가 아니에요. 사랑이에요’ 라고 우기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 목사는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 개신교도들의 수가 1,200만 명이라고 주장하지만 과장됐다. 800만 정도로 하향세다”라며 “교회가 민주적 사회 발전에 발맞추지 못할망정 오히려 굉장히 퇴행하고 있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가운데 교세에 대한 약화 우려가 생기면 뭔가 결집력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도구, 더 나아가서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며 기독교계의 성소수자 혐오 태도가 내부 결속을 위한 희생양 찾기라고 꼬집었다.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왼쪽)
 
 
"내가 제일 이뻐요"라는 김새별씨는 드랙퀸(여장 남자)으로 분장했다.

기독인연대의 부스 외에도 퀴어문화축제 현장에는 다양한 성소수자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여러가지 부스가 마련됐다. 콘돔과 젤, 퀴어 인권 지지문구가 담긴 스티커 등을 나눠주는 부스와 군형법 폐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알리는 부스도 마련됐다.
 
거리에 울려 퍼진 외침,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구의 퀴어다!”
오후 4시, 본격적인 문화제가 열렸다. 레즈비언 갱스터 힙합듀오 ‘하레와 우야’와 장애인지역공동체 활동가 이민호씨의 노래공연, 마임이스트 이정훈씨의 마임, 가수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무대로 축제 분위기가 고조됐다.
 
공연을 마친 후, 동성로 일대에서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100여명이 참여한 퍼레이드에서는 참가자들이 저마다 다른 분장을 통해 몸으로 성소수자 인권 존중을 알렸다. 퍼레이드가 막바지에 이르러 참가자들은 하늘을 향해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구의 퀴어다!”라고 외쳤다.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김익준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당원은 “모종의 쾌감 같은 게 느껴진다. 마치 커밍아웃을 할 때 느껴지는 기분과 비슷하다. 생소하게 여기거나 무관심한 사람도 있지만 호응도 많아서 괜찮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에서 관광차 대구를 방문했다 우연히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게 됐다는 김윤식씨는 “토마 갤러리에 전시된 퀴어 미술작품들도 그렇고 성소수자들이 함께 퍼레이드를 하는 것도 굉장히 멋있다”며 “일상에서 차별이 심한데 차별은 분명히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5회차를 맞는 퀴어문화축제는 앞으로도 꾸준히 개최될 예정이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퀴어문화축제는 서울을 제외하면 대구가 유일하다”며 “많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인 축제가 되었다. 퀴어문화축제로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21일,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차별금지법-오해하지 마세요’라는 주제로 대구MBC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또, 대구 방천시장 토마갤러리에서는 지난 14일부터 30일까지 대구퀴어미술전 ‘여기 퀴어 있다’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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