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제한QPR’이 불편한 이유

네이키드 조창의 병맛 축구 (5)
뉴스일자: 2013년06월22일 10시52분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별에 별 말을 다 들을 수 있다. 그런데 묘하게 기분 나쁜 말이 ‘제한큐’라는 말이다. 이는 ‘제발 한국인이면 큐피알 좀 응원합시다’라는 뜻이다. QPR(큐피알)은 박지성 선수의 소속팀이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축구를 못하는 팀이었다. 그 경기를 보고 있으면 대체로 절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차라리 QPR 상대팀의 무자비한 공격력을 보고 싶단 마음으로 보면 오히려 흥미로운 경기가 됐다. 그런데 문제는 QPR 팀에서 박지성 선수가 거의 출전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지성을 갓 영입한 당시 QPR 홈페이지

이 때문에 한국의 팬들은 상당히 난감한 입장이 됐다. QPR은 한국인을 우롱하는 클럽이라고 성토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QPR은 박지성을 유명 클럽에서 데려와 ‘커리어를 망친’ 공공의 적이고, 박지성을 주장으로 임명했다가 박탈하고, 노골적인 아시아마케팅을 폈으며, 윤석영 선수를 영입한 뒤 한 경기도 출장시키지 않았고, 비시즌에 경남FC와의 친선경기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도 계속된 말이 ‘제한큐’였다. 그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응원하는 게 팬’이라는 순교자적 숭고함까지 뒤집어 쓴 뒤, 전도하듯 ‘제한큐’를 외쳐댔다.

‘제한큐’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데가 있다. 첫 번째는 ‘한국인이라면’이라는 부분에서다. 이를 논리적으로 변형해보면 QPR을 응원하지 않으면 ‘한국인이 아니라’는 말과 같다. 일종의 협박조까지 담겼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핍박받는 일제시대를 견뎌온 힘이었고, 북한이라는 반공이데올로기에서도 끝없이 강조됐던 가치였고, 세계에서 놀랄만한 한강의 기적과, 세계 유일의 독자적 민주화를 이룬 자부심이 투영돼 있다. 여기에 반도국이지만 섬 나라 같은 배타성, 한국 남자들의 징병제까지 생각한다면 ‘넌 한국인이 아니라’는 말은 꽤 폭력적이다. 배제되기 싫어서라도 QPR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야할 것 같다는 의무감을 준다.

‘제한큐’가 불편한 두 번째 이유는 상업적인 이유 때문이다. 최근의 프로스포츠는 돈을 벌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세계적인 스포츠로 발돋움한 EPL이나 MLB의 경우 전 세계를 소비자로 두고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를 따온다. 스포츠 팀이 박지성, 류현진을 확보하면, 그 나라의 국민 정도의 팬이자 소비자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유럽 축구 시장에서는 한 선수의 국적이 일본이나 한국같이 소비력이 좋고, 국민정체성이 좋은 나라면 이적료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과거 스포츠는 전두환의 3S, 프랑코의 레알마드리드와 같이 정치적 목적에 ‘한국인’이라는 민족이 이용당했다면, 이제는 초국적 스포츠팀의 소비자로 이용당하는 것이다.

박지성은 다시 QPR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반면 윤석영 선수는 QPR울 따라 2부리그로 간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국 선수가 외국팀으로 진출하면 대게 ‘국민클럽’이 됐고, 그 클럽은 보너스 같은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QPR은 이것의 예외 사례가 됐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함부로 마케팅 노렸다간 오히려 클럽 이미지를 망친다는 교훈을 줬다. 하지만 국민 클럽과 ‘공공의 적’ 클럽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바탕에 애국심이라는 애매한 감정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제한큐는 한국 사회의 애국심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가를 볼 수 있었던 바로미터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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