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민뎅의 사적인 시간 (4)

사랑이 넘치면 어디로 흐를까
뉴스일자: 2013년06월22일 10시50분

“한밤 중 바닷가 팔베개 해주다 팔이 저려온다 생각을 멈춘다.”*

무심하고 건조한 목소리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이는 정도의 온기가 느껴진다. 뜨거운 감자의 새 앨범이 나왔을 때, 김C가 덤덤한 톤으로 툭 내뱉듯 이어나가는 노랫말에 귀를 기울이며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른다.

손 안에 움켜쥐면 이내 스르륵 빠져나가는 모래알보다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는 요즘의 음악 세상에서 이제 이 노래도 어느새 ‘예전’노래로 취급 받을 테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 주로 뮤지션별로 주구장창 듣곤 하는데 이 ‘예전’노래가 불쑥 내 가슴을 쿵- 내려앉혀 버렸다. 그저 뜨거운 감자의 음악을 뒤죽박죽 듣고 있었을 뿐이었다. <팔베개>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랑이 넘치면 어디로 흐를까”**

▲ 뜨거운 감자, <팔베개> 뮤직비디오 갈무리

이유가 뭘까. 나는 불쑥, 예기치 않게, 순식간에 사로잡혀 버렸다. 그토록 무던한 말 한마디에 나는 도통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혼자서 멍하니 다른 생각을 멈추고 사랑이 넘치면 어디로 흐르는지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을 이어나가다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사랑이 넘치면 어디로 흐르는 걸까? 아니 사랑이 넘치기는 하는 걸까? 넘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 갑작스레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에 무작정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사랑이 넘치면 어디로 흐를까”

사랑이 넘치면 행복으로 흐르고, 이곳저곳 강물처럼 흐르고, 돌고 돌아 내게로 돌아오고. 동요처럼 예쁜 대답들도 많았다. 그리고 사랑이 넘치면 집착이 되고, 아픔이 되고, 내 사랑이었던 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 버리고, 이별이 된다. 왜, 사랑이 넘치는 것은 집착이 되고 아픔이 되어야 할까? 단지 사랑이 넘치는 것일 뿐인데. 사랑이 넘치면 그저 더 큰 사랑이 될 뿐일 텐데…. 왜 우리는 그때부터 사랑이 아니라고, 안-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걸까.

김C는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컵에 물이 넘치면 아래로 흐르지요. 그러면 마른 곳을 촉촉이 적셔줄 수 있어요. 큰 컵으로 바꾸지 마세요.” 그리고 저 노랫말 앞에도 사실 “한밤 중 갈증에 물을 마시다가 컵에 물이 넘쳐 생각을 해 본다. 넘치면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이란 노랫말이 붙는다. 그리고 그는 말해본다. 물어보는 투도 아니다. 그저 생각한 것을 읊조리듯 말한다. “사랑이 넘치면 어디로 흐를까”

물이 넘치면 아래로 흐르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당신, 그 물이 마른 곳을 촉촉이 적신다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는지. 사랑이 넘치면 메마른 누군가의 마음과 마음 사이, 그 가슴 안을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하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사랑은 넘치지 않는다고. 사랑은 물처럼 컵에 담기지도 않고 그렇게 용량을 알 수도 없는 것이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말했다. 사랑이 넘친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소유하고 싶은 욕망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모두들 그 물음에 당연하게 사랑이 넘치면- 전제를 했었지만, 그들은 사랑이 넘친다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했다. 사랑은 다만 흐를 뿐이지, ‘넘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내심 기다리고 있던 말이었을까? 왜 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소 지었는가.

정작 그런 물음을 한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넘치는 사랑이 어디로 흐를지를, 대체 그 넘치는 사랑이 어떻게 되는 건지를 말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너무 큰 사랑이 된다는 것, 그리하여 집착이 되고 이별이 된다고 치부하는 것도 내겐 너무 슬픔이고, 왜 그렇게 결론 내려져야 하는지 따지고라도 싶은 심정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사랑이 넘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어쩌면 사랑은 넘치지 않는 것이라 해도, 넘치고 넘치는 것이라 해도 처음부터 상관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사랑은 사랑일 뿐, 그대로 사랑인 것을. 달리 부르거나, 달리 생각할 것 또한 무엇 있겠나.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우리의 사랑이 넘치든 넘치지 않던, 진정 흘러야 할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버리거나 그 어디로도 가지 못한 채 한 구석에 고인 물처럼 멈춰있지만 않기를. 그리고 사랑은 물과는 다른 것이 있다면, 그저 물처럼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기를. 흘러야 하는 길로 모쪼록 지치지 말고 들어설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나의 사랑이 넘치고 넘쳐 그렇게 흐르고 흘러 당신의 빈 가슴을 다 채우고도 나는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뒤에도 내 몸에 사랑이 메마르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당신과 나이고 싶다. 우리는 누구나 믿지 않겠지만, 사실 그런 사랑을 기.다.리.니.까. 어느 누군가의 팔베개를 베고 안심해본 적 있는 당신과 내가, 그리고 어느 누군가에게 생각이 멈추도록 팔베개를 해주었던 당신과 나. 그런 우리.

사랑하는 그대가 있어 내 사랑이 넘쳐도 어디로 흐를 것인가에 대해 두려움 없이,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우리의 시간- 그 푹신하고 안심스런 팔베개같이.

“사랑이 넘치면 어디로 흐를까” 내 물음에 대해 내가 찾은, 내 자신에게 건네는 답이다.

당신의 사랑은 지금, 어디로 흐르고 있나요?

* ** *** : 뜨거운 감자, <팔베개> 노랫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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