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도시에서 사형폐지를 위한 세계의 한걸음

[기고] 5회 세계 사형폐지 총회, 마드리드
뉴스일자: 2013년06월17일 16시24분

6월 12일부터 15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다섯 번째 세계사형폐지총회(5th World Congress Against the Death Penalty : 이하 총회)에 참가했다. 3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사형폐지총회는 2001년 독일 스트라스부르그를 시작으로 2004년 캐나다 몬트리올, 2007년 프랑스 파리, 2010년 스위스 제네바에 이어 올해, 2013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었다.

전 세계 90여 개국의 관료, 학자, 법률가, 활동가를 비롯하여 사형선고를 받았던 당사자, 사형수 가족, 직접 사형을 집행했던 전직 교도관, 살인사건 피해자 가족 등 1,5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총회는 프랑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사형폐지를 위해 하나로’ (Together Against the Death Penalty, Ensemble Contre la Peine de Mort_ECPM)가 주관단체로, 세계사형폐지운동연합(World Coalition Against The Death Penalty)이 협력주관단체로 나섰다. 또, 주최국인 스페인은 물론 노르웨이, 스위스, 프랑스 정부 등이 공동주최하고 유럽연합, 독일, 스웨덴, 호주, 아르헨티나, 룩셈부르크, 모나코 정부 등이 후원했다.

주최국인 스페인은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Jose Luis Rodriguez Zapatero) 전임 총리가 유럽연합 의장이던 2010년 제네바에서 열린 4회 사계사형폐지총회 기조연설에서 2015년까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사형을 폐지하자고 연설한 후, 스페인 정부 주도하에 마드리드를 본부로 하는 세계사형폐지위원회 (international commission of against death penalty)를 설립하는 등 전 세계 사형폐지 운동의 리더로 나서기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에 이번 총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었다.

▲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사형폐지총회에 참석한 필자(왼쪽)

이번 총회는 개회식과 폐회식을 비롯하여 2번의 전체 토론과 11개의 라운드 테이블, 8개의 워크숍과 다양한 문화․전시 행사 등이 쉴 틈 없이 진행되었는데, 필자는 공식 개회식에 앞서 열린 사형반대네트워크(ADPAN) 전체회의에서 여러 차례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15년간 사형집행이 없었던 한국의 사형폐지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성과와 한계를 공유하였다. 2010년 헌법재판소의 사형 합헌 결정 이후,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보수여당의 일부 유력인사들을 중심으로 사형집행을 강하게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박근혜 대통령도 선거운동기간에 사형 존치의 입장을 피력하는 등 사형집행 중단 15년의 세월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매우 불안한 상황임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아시아는 물론 국제사회의 감시와 응원을 호소하였다.

이미 유럽연합의 모든 국가들과 미국을 제외한 미주대륙의 모든 국가들이 사형을 폐지하였으므로 세계 사형폐지 운동의 초점은 자연스레 사형집행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 중동, 아프리카 등에 맞추어져 있다. ‘중국 정부조차 정확한 통계를 알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형집행이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는 중국, 마약사범들에 대한 사형집행과 투석 사형집행 등으로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는 이란 등을 향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매우 뜨겁다. 이번 총회기간 열리는 두 번의 전체 토론 주제가 ASIA(아시아)와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 중동과 북아프리카)인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총회 개회식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스페인인 사형수 파블로 이바(Pablo Ibar)의 부인 타냐 이바(Tanya Ibar)가 남편이 총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미국 플로리다의 한 교도소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사형수로 복역 중인 파블로 이바는 이번 총회에 참석하는 전 세계 사형폐지 활동가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정의를 추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플로리다 주는 살인을 원하지만 자신이 무죄라는 것을 자신과 가족들이 믿기 때문에 진실은 꼭 밝혀질 것”이라는 말로 참가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총회 기간 내내 부대행사로 열린 파블로 이바에게 엽서보내기는 참가자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또,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62명의 사형수의 사형집행을 담당했던 전직 교도관 제리 기븐스(Jerry Givens)는 “17년 동안 전기의자로 37명, 독극물 주사로 25명의 사형수에게 사형을 집행했다. 나는 사형집행에 익숙해져 있었고 언제든 사형집행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그저 직업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참가자들 앞에서 고백했다. 제리 기븐스는 1999년 친구가 저지른 마약거래와 돈세탁에 대한 위증 혐의로 억울하게 4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나서, “돈이 없다면 얼마든지 불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사형을 집행한 62명 중에는 자신처럼 억울한 사람이 없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면서 사형반대 운동에 나서게 되었다고 증언하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서면 메시지로, 1984년 노벨상 수상자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Archbishop Desmond Tutu)의 영상 메시지로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전세계의 사형폐지를 위해 힘을 모아 줄 것을 당부했고 모든 국가에서 사형집행이 중단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총회 주최국인 스페인의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José Manuel García) 외교부장관, 디디에 버컬러(Didier Burkhalter) 스위스 부총리 겸 외무부장관, 로랑 파비우스(Laurent Fabius) 프랑스 외무부장관, 그라이 라센(Gry Larsen) 노르웨이 외무부 차관 등 유럽의 관료들과 나씨로 바코 아리파이(Nassirou Bako Arifari) 베넹 외무부 장관, 핫산 알 쉬마리(Hassan Al-Shimari) 이라크 법무부장관, 라일라 노마에 우랄리아 조세파 마지스트라도(Leila Norma Eulalia Jofefa Magistrado) 필리핀 법무부장관 등이 개회식에 참석하여 총회의 무게를 더했다.

총회는 두 번의 전체토론 이외에도 이란, 미국, 중국, 베냉, 나이지리아, 케냐 등의 개별 국가들에 대한 사례 발표와 토론, 마약사범들과 청소년들에 대한 사형선고와 사형집행에 관한 워크숍, 사형폐지를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 살인피해자 가족들을 지원하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법, 테러리즘과 사형폐지, 사형제와 종신형 등을 주제로 좌담회와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주민운동으로 시작된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형폐지 주민투표에 관한 워크숍은 흥미로웠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진행된 캘리포니아의 사형폐지 주민투표는 대통령선거만큼이나 큰 관심을 끌었는데, 사형폐지 47% 사형존치 53%로 사형제도 유지를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 주민투표는 미국에서 가장 큰 주이면서도 강력한 사형제도를 유지해 온 캘리포니아에서 절반에 가까운 주민들이 사형제도를 반대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캘리포니아의 시민운동단체들은 이 주민투표를 위해 거리 캠페인과 광고를 지속적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광고를 위해 모금을 진행했으며 이러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한 것이 47% 반대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아시아와 남미에서 이주해 온 주민들이 많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집중적인 캠페인을 펼친 것이 주요했다고 평가했다. 일부 보도처럼 728명에 달하는 캘리포니아의 사형수 관리에 연간 2억 달러 정도가 쓰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사형폐지에 투표했다는 것은 과장이라고 전했다. 물론 사형제가 없다면 사형수들을 일반 수형자와 달리 특별하게 관리해야하는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고 사형선고를 받으면 무조건 항소를 해야 하는 의무 규정이 폐지되어 국선 변호인 선임과 재판에 드는 비용 등이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총회 내내 행사장 곳곳에서 진행된 200여 점의 사형폐지 포스터 전시, 30여 사형폐지운동 단체들의 활동 선전 데스크, 밤 시간에 상영된 사형폐지영화 상영회도 인상 깊었다.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이바디(Shirin Ebadi), 197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메리어드 메기(Mairead Maguire) 등의 이야기와 함께한 마지막 밤의 칵테일 만찬도 기억에 남을 만한 시간이었다.

▲ 사형폐지운동의 아버지 로베르 바탱베르

15일 오전 마드리드 시내 중심부 칼라오 극장(Callao City Lights)에서 열린 공식 폐회식에 맞추어 도착한 교황 프란치스코 1세의 서한은 참가자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교황은 타르치시오 베르토네(Tarcisio Bertone) 교황청 국무장관이 전달한 서한에서 ‘교황청은 양도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보편적인 인식과 가톨릭 교회의 근본적인 가르침에 따라 사형 폐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히고, ‘이번 총회를 통해 전 세계적인 사형폐지는 인류가 범죄에 굴복하지 않고 복수를 거부하며 새로운 희망을 높일 수 있는 믿음과 용기를 재확인 했다’며 참가자들을 치하했다.

10시 30분부터 시작된 폐회식은 나비 필레이(Navanethem Pillay) 유엔인권최고대표를 비롯하여 스타브로스 램브리니디스(Stavros Lambrinidis) 유럽연합 인권특별대표, 199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호세 마뉴엘 라모스호타(Jose Manuel Ramos-Horta),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시린 이바디(Shirin Ebadi) 등의 연설이 있었다. 이 밖에도 장 아셀보른(Jean Asselvorn) 룩셈부르크 부총리겸 외교부장관, 디디에 렌더스(Didier Reynders) 벨기에 부총리겸 외교부장관, 엠마 보니노(Emma Bonino) 이태리 외교부장관을 대신하여 참석한 관료들의 발언이 이어졌고 행사 주관 단체 대표들의 감사인사가 이어졌다.

특히 폐회식을 방문하여 예정에 없던 즉석연설을 한 부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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