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대학이라면 청소노동자의 정당한 요구 수용해야

일등교육도시 경산, 청소노동자 파업 해결은 시청, 대학의 의지 문제
뉴스일자: 2013년06월03일 10시00분

경산 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시정목표가 첫 화면에 뜬다. 여느 시청과 다를 바 없이 깔끔한 디자인으로 주요 목표들이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다. 그러나 그 첫째 목표가 ‘미래를 준비하는 일등교육’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경산은 원효대사, 설총선생, 일연선사 등 이른바 삼성현(三聖賢)의 고장으로 지성과 교육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전국의 기초자치단체 중 소재 대학이 12개로 가장 많아 그 명칭이 무색하지 않다.

그런데 과연 대학의 사정은 어떤가? 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대학 교정이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교육과 학문의 소재다. 교육 기제들뿐 아니라 교수와 직원들 모두 학생들의 올바른 교육과 학문의 발전을 위해 존재한다. 교육은 정의와 진리를 가르치고 학문은 진리를 추구하며, 그 진리를 구현하는 것이 곧 정의다. 이것이 대학에서 학문과 교육이 공존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사회적 정의는 사회 구성원들이 부당하게 처우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학문과 교육의 전당에서 학내 구성원들이 부당하게 처우 받는 상황에서 사회적 정의와 진리가 교육될 수 있을까.

▲ 지난달 21일, 경산 경일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대구한의대 청소노동자들은 상여금 지급, 점심값 지급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경산의 대표적 대학인 경일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대구한의대, 영남대 등 5개 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이 부당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다가 그중 4개 대학에서 파업에 돌입했다. 남은 대학들에서도 속속 이들의 파업을 지지하거나 다른 방식의 동참이 늘어나고 있다. IMF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의 희생이 된 청소노동자들은 10년이 가깝도록 연장근무 수당이나 상여금은 고사하고 8시간 기본급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월급은 10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이들이 곧 학생들의 부모다. 1년이면 천만 원 가까운 등록금을 내야 하는 학부모 말이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자녀들은 대학에 갈 수 없는 기막힌 현실이다.

대학에서 직접 고용한 교직원들은 기본적인 직장인의 대우뿐만 아니라 학자금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린다. 그런데 근심을 없애는 장소라고 해서 사찰에서는 해우소라고도 하는 화장실부터 교정 곳곳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청소노동자들만은 용역을 통해 고용됐다는 이유로 기본적 대우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직장 가족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직장 가족이 따로 있는가? 같은 직장에서 일하며 그 애쓰는 모습과 쉬는 모습을 대할 수 있으면 그가 곧 직장 가족이다.

IMF 외환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은 이미 다시 OECD 10위권 가까이 진입했다. 그런데 당시 위기를 이유로 비정규직에 내몰린 사람들과 일자리들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규직이나 직접 고용으로 되돌리지 못한다면 그 처우라도 동등하게 해줘야 한다. 하물며 진리와 정의의 전당인 대학이 이를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경산의 삼성현은 이 땅에 뿌리박고 사는 중생들을 사회적 차원에서 구제하기 위해 정토종을 전파하거나 이두를 발명하고 혹은 삼국유사를 써서 후세에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사람이든 도시든 그(것)을 규정하는 것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의 행동이다. 경산 시청과 경산의 대학은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더 나아가 이들을 직접 고용하거나 그에 준하는 대우를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직접 고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책임이 회피되는 것은 아니다. 용역 조건을 엄격히 해 부당한 처우를 일삼는 회사와는 계약을 맺지 않는 방법도 가능하다. 문제는 시청과 대학 당국의 의지다. 그리고 그것은 곧 구성원들의 의지다. 이미 교수들의 파업 지지 선언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당사자 대학 구성원들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이들의 적극적 지지와 연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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