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이기자의 9회말 2아웃 (13)

야구에서 공자를 보았다
뉴스일자: 2013년05월11일 02시58분

야구에는 공자의 사상이 담겨 있다. 4월 28일 원피스가 거둔 기적의 4연승이 내게 준 메시지다. 28일 오후 2시 20분 원피스는 시즌 네 번째 경기를 치렀다. 콜드승을 거둔 1, 2차전, 찝찝한 승리를 거둔 3차전과 달리 4차전은 ‘아, 이게 야구구나’ 싶을 만큼 흥미로웠다. 경기 결과도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8대7, 케네디스코어를 기록했다.

팀은 승리를 거뒀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지 않은 경기를 했다. 지난 경기에 이어서 이번 경기에서도 나는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7할이 넘던 타율은 3할대로 뚝 떨어졌고, 수비에서는 실책까지 기록했다. 케네디스코어를 기록할 만큼 손에 땀을 쥐게 한 경기가 나로 하여금 ‘나만의 야구보다 팀이 이기는 야구에 더 목메게 한 결과’라고 스스로 평가 내렸다. 이날의 승리는 다른 선수들이 모두 자신의 야구를 해냈기 때문이라고도 결론 내렸다.

▲ 7대6으로 뒤지고 있던 원피스의 마지막 공격 투아웃 만루에서 23번 쵸파(이형석) 선수의 안타가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렇다. 야구는 축구처럼 팀원 간의 팀워크가 주가 되는 스포츠가 아니다. 야구는 철저히 개인에게 역할과 책임이 부여되는 스포츠다. 경기에 참여하는 각각이 자신의 몫을 해낼 때 자연스레 팀워크가 발휘되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즉, 축구는 11명의 선수가 하나가 될 때 승리에 가까워지는 스포츠라면, 야구는 9명의 선수가 온전히 9명으로 남을 때 승리에 더 가까워지는 스포츠라 할 수 있다. 가끔은 한 명이 부진하더라도 8명이 9명처럼 할 수 있기도 해서 더 묘미가 있는 스포츠다.

수비할 때 야구는 축구처럼 두 명, 세 명의 수비수가 협동하여 공격수를 에워싸고 막아낼 수 없다. 상대 타자의 공격은 온전히 투수가 감당하고, 타자의 타격으로 투수의 손을 떠나는 순간 공이 향하는 곳의 수비수에게 그 책임이 오롯이 전가된다. 축구처럼 두 명, 세 명이 공을 받으려 했다가는 마지막 순간에 서로 미루다 놓치거나, 서로 받으려다 부딪혀 다치는 일이 발생한다.

공격을 할 때도 그렇다. 공격에 나서는 타자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때 점수가 나고, 또 그렇게 점수가 나야 많은 점수가 난다. 혼자서 아무리 날고, 뛰어도 낼 수 있는 점수는 1점뿐이다. 기본적으로 테이블세터(1, 2번 타자)는 어떻게든 살아서 베이스에 진출하는 것이 주어진 역할이고, 클린업트리오(3, 4, 5번 타자)는 베이스에 나간 동료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그 역할이다. 각자가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큰 점수가 나고 시합을 승리로 이끈다.

9명의 선수에게 각각 주어진 역할이 있기 때문에 야구는 한 명의 부진이 팀 승리를 좌우하진 못한다. 축구는 한 명이 레드카드를 받고 빠지는 것이 결과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지만 야구는 그렇지 않다. 투수가 부진하더라도 수비가 본인의 역할을 해주면 상대 공격을 막을 수 있고, 한 명이 베이스에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나머지 여덟 명이 진출하면 점수는 난다. 그래서 서두에 밝혔듯 야구에는 공자의 사상이 엿보인다.

공자는 제경공이 정치에 대해 물었을 때,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어버이는 어버이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답했다. 이른바 정명사상이다. 사회 성원 각자 자기의 명분에 해당하는 덕을 실현함으로써 올바른 질서가 이뤄지고 정명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바로 야구의 각 포지션 별, 타순 별로 적용된다. 투수가 투수답고, 포수가 포수답고, 내야수가 내야수답고, 외야수가 외야수다우면. 시합은 정명사회로 접어든다.

그렇다면 이날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 내가 있었는데 시합은 어떻게 정명사회로 접어들 수 있었을까. 그게 바로 야구의 묘미다. 앞서 밝혔듯 야구는 8명이 9명처럼 할 수 있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맹자의 이 주장도 어쩜 여기에 들어맞는지도 모르겠다. 정명론을 발전시킨 맹자는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면 바꿔서” 목표에 도달 할 수 있다고 했다. 누구든 임금 역할을 대신할 사람은 있다는 말이다. 이날은 다행히 내 역할을 대신한 동료가 너무나 많았다. 덕분에 우리는 네 번째 정명에 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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