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핵이빨 수아레즈 대변하기

네이키드 조창의 병맛 축구 (2)
뉴스일자: 2013년04월27일 04시40분

대변한다는 말이 어불성설이다. 리버풀팬인 내가 봐도 수아레즈가 잘못했다. 경기 중에 상대선수를 깨물다니. 페어플레이 정신에 완전 어긋난다. 사실 웃긴다. 패널티박스에서 상대를 괴롭혀 이득을 보려면 상대를 넘어뜨리거나 부상을 입히거나 욕으로 정신적 데미지를 주는 게 쉽다. 그런데 얘는 다른 선수를 깨물었다. (니가 무슨 맹수가? 배고팠나?) 화가 나서 공격하고 싶으면 팔꿈치나 주먹으로 때리는 게 더 아플 것이고, 심판의 눈을 피하려면 꼬집으면 된다. 폭력적이라기보다 엽기적인 행동에 가까워 보인다. 어쨌든 덕분에 수아레즈는 전세계 스포츠 기사를 장식하게 됐고, 10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도 받았다.

▲출처: SBS-ESPN 갈무리

수아레즈는 번뜩인다. 실력만큼은 여지가 없다. 특히 패널티박스 안에서의 움직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EPL 득점랭킹 1, 2위를 오가고 올해의 선수 후보로도 올랐다. 하지만 그는 불미스러운 일의 단골손님이다. 지난해는 맨유의 에브라에게 한 인종차별발언(여기에 대해서 할 말 많지만 참는다), 수시로 벌어지는 다이빙논란(영국인인 가레스 베일에겐 발생하지 않는다), 월드컵에서의 핸드볼 논란, 네덜란드 리그 시절 상대 선수의 어깨뼈를 물었던 ‘아약스의 식인종’ 사건 등은 그를 늘 따라다닌다.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 뜯은 '핵주먹' 타이슨을 떠올리게 한다.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승리에 대한 목마름’이라 생각한다. 쉽게 승부욕, 승부근성쯤 되겠다. 나는 그의 이런 모습이 승부욕이나 승부근성을 넘은 광기, 즉, 약간의 정신병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약간의 정신병’은 양날의 검이다. 그가 뛰어난 축구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도, 그가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도록 하지 않았나싶다. 이번 글은 그의 그 승부에 대한 약간의 정신병적 집착을 성장과정을 중심으로 돌아보고, 또한 이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하는 개인의 감정적 윤리, 즉 파토스에 대해서도 생각을 던져줄 수 있었으면 한다.

* ‘수아레즈 마녀화’를 통해 인기 좀 얻어 보려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나 언론들의 이야기는 너무 다루고 싶지만 일단 참기로 하자. 단순히 보더라도 2006년 토트넘의 저메인 데포가 다른 선수를 깨물었을 때는 징계가 없었다. 최근 상대선수 얼굴을 축구화 바닥으로 가격한, 일명 ‘빅풋’을 연출한 QPR의 바비 자모라는 3경기 출장정지, 지난해 첼시 주장 존 테리의 인종차별 발언은 4경기 출장 정지였다.

리버풀 동료이자 팀의 주장인 제라드도 수아레즈의 승부욕에 혀를 찬다. 그는 팀이 5대 0으로 앞선 후반추가시간에도 상대편의 핸드볼에 휘슬을 불지 않는다며 주심에게 달려가서 강하게 항의하는 선수다. 아약스 시절 감독인 마르코 반 바스텐은 그런 수아레즈에게 주장직을 맡겼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악동같은 성격이지만, 그의 에너지가 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플레이 스타일만 봐도 그의 열정을 볼 수 있다. 그는 빠르지 않지만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공격수 중 전방 압박을 가장 많이 수행하는 선수로 꼽힌다. 많은 공격수들이 공격할 때 집중력을 위해 수비 시 체력을 아끼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수아레즈의 성격은 수비에서도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어떻게든 공을 따라 쫓아가야 한다. 승부욕이 수아레즈 축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내용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수아레즈의 특성은 경기장 안에서만 해당한다. 경기장 밖의 수아레즈는 굉장히 다른 사람이다. 지난달 칠레에서 열린 칠레와 우루과이의 남미예선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는 밤 비행기로 리버풀로 복귀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팀 훈련에 합류했다. 세계 각국에서 A매치데이를 치룬 다른 리버풀 선수들은 하루 늦게 복귀했고, 우루과이의 다른 선수들은 이틀 후에 소속팀에 복귀한 것과 비교해볼 수 있겠다. 그는 남미 선수들이 갖는 고질적 문제라 꼽히는 시간약속을 어기는 일이 없다. 우루과이에서는 자신을 키워줬던 클럽인 나시오날 유소년팀에 들러 선물을 주고, 유럽생활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사람으로 전해진다.

거리에서의 축구 그리고 소피아

▲출처: http://www.liverpoolfc.com/

'승부의 화신’인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의 성장 배경을 알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그  과정을 보면 축구 실력만이 아닌, 특별한 정신적인 힘이 만들어질 토대가 보인다. 그는 우루과이 출신이다. 나라 전체 인구가 대구보다 고작 100만 정도 많다.

그는 짐꾼인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 사이의 일곱 자녀 중 한 명이었다. 그가 7살이던 해 부모가 이혼하고 수도인 몬테비데오로 이주한다. 우루과이 수도의 거리에서 그는 축구 기술을 익힌다. 그곳에서 직업 축구 선수로의 삶을 시작한다.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에 들어선 것이다. 여기에 부모님의 불화, 어려운 가정형편이 겹쳤다. 14살 때 유소년 국가대표팀에서 그를 불렀지만, 축구와 몇 켤레를 사지 못해 가지 못했던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후 그는 유스팀의 주전을 확보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본인 스스로도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라 말한다.

이때 그를 이해하는 아주 중요한 열쇠인 한 소녀가 등장한다. 바로 현재의 아내인 소피아 발비다. 수아레즈가 15살 때, 13살인 그녀를 만난다. 수아레즈는 그녀에 몰입했다. 그때를 설명해줄 일화 중 하나가 있다. 아직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수아레즈는 훈련이 끝나면 거리에서 동전을 주워 그녀와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갔다. 수아레즈 스스로도 여자친구를 만나 정리가 됐으며, 축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17살 되던 해 1부리그에 데뷔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그 장밋빛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수아레즈가 18살, 소피아의 가족이 스페인 바로셀로나로 이주한다. 수아레즈는 다시 한 번 축구화를 벗기도 했다. 그는 소속팀 나시오날이 우승했지만, 그의 행복은 완성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 소피아 곁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유럽으로의 이적이라는 것을 알았고, 고작 19살에 네덜란드 진출을 이뤘다. 그리고 2009년 소피아와 결혼한다.

성공스토리 뒤의 결핍

다소 진부한 스토리다. 자기계발시대의 승자스토리와 ‘상남자’의 러브스토리가 짬뽕돼있는 것 같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내가 탐구하고 싶은 것은 ‘수아레즈는 승부욕을 어떻게 체득했는가’이다. 그래서 수아레즈의 성장과정에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그의 정서적 결핍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 정도 텍스트를 갖고 그의 정신 상태를 분석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재밌자는 수준에서의 추론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첫 번째 단서는 그의 커리어가 빨리 바뀌어왔다는 것이다. 우루과이 나시오날 유소년팀에서 2년, 나시오날 1군에서 1년, 네덜란드 그로닝겐에서 1년, 아약스에서 4년 후 2011년 리버풀에 정착했다. 16살부터 20살까지 4년은 매번 바뀌어왔다. 그는 가족의 튼튼한 정서적 기반이 없었고, 안정적인 동료관계를 쌓기에도 짧은 시간이었다.

또 하나는 역시 소피아다. 기사를 통해 수아레즈가 소피아를 만날 당시를 보면 그녀에게 얼이 빠져있다(infatuate)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그는 그녀의 조언에 따라 평소 긴 머리스타일도 바꿨다고 한다. 그녀만이 그를 통제할 수 있고, 그는 그녀에게 의지했다. 대형스타가 되는 과정에서 흔히 있을 법한 여성 편력은 수아레즈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소피아가 수아레즈에게 큰 존재였다는 것이다. 특정한 누군가에 대한 의지는 그만한 결핍의 다른 말이다. 동전의 양면 같다. 수아레즈는 자신의 정서적 결핍을 소피아, 축구를 통해 충족하려 했고, 그 강렬한 열망이 그의 성공의 동인의 하나로 꼽힌다.

성장과정에서 그의 승부에 대한 집착은 언제나 독려됐을 것이다. 코치와 팬들 모두 그런 수아레즈를 좋아했고, 그 집착이 성공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승부욕의 다른 이름은 이번 핵이빨 사건과 같은 논란 행위다. 일련의 행동들은 그의 성장 과정에서 교정됐어야 함이 옳다. 스포츠의 세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한 룰이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로망을 먹고 자란다. 사람들은 로망을 통해 현실을 잊는다. 정해진 규칙 이외의 행동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행위는 허용돼서는 안 된다.

비록 수아레즈의 행동이 상대 선수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진 않았다하나 깨문다는 행위가 주는 섬뜩함은 어떤 폭력적인 행위도 가능할 수 있다는 위협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스포츠 스타는 수많은 사람들의 우상이 아닌가. 이들에게 공인이란 딱지를 붙이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랑을 받는 이의 돌발적 행동이 줄 수 있는 팬들의 충격도 생각해야 한다.

[출처: http://www.liverpoolfc.com/]

이 시대의 엘리트들은 어떤가

이를 수아레즈만의 책임이라 볼 수 있을까. 1차적인 책임은 수아레즈에 있다. 수많은 경기를 치르며 비슷한 행동에 대한 제지를 받아왔을 거다. 그는 쉽게 고치지 못했다. 이보다 더 조명해야 하는 것은 운동선수들이 크는 구조적 환경이다. 세계적인 운동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떠받들며 키워진다. 아무리 품성과 인성을 강조해도 스포츠의 상업화 앞에서 실력과 능력이 조명 받는다. 실력과 능력, 그리고 그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이 오히려 통용된다. 수아레즈가 아니라도 웨인 루니, 마리오 발로텔리, 카를로스 테베즈와 같이 꽤 독보적인 실력을 가진 이들에게서 유사하게 발견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나마 운동선수들의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건 언론과 팬들 때문이다. 선수들은 이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 경기장 안팎에서 그들이 자신들을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지를 느낀다. 모든 행동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작 꼬집고 싶은 건 이 시대의 엘리트들이다. 최근 포스코 에너지의 상무가 기내에서 승무원을 때린 사건이 있었다. 기내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한화의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력 사건 역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사회가 엘리트층에 요구하는 파토스는 어떤 모습일까. 축구선수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성공하기. 아마 엘리트 중 대부분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스스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 하는 이도 많을 것이며, 문제는 그들을 제재할 수단이 크게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 스타들이라면 앞서 말한 언론과 팬들이 있겠지만, 일반적인 엘리트는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지 않는다. 법마저도 뛰어넘기 부지기수다. 그리고 수아레즈의 사례처럼, 극단적일 정도로 승부에 대해 집착하는 파토스는 이 사회에서 높게 평가받는 정신적 가치의 하나다. 우리 사회 곳곳에 보이지 않는 ‘핵이빨’들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수아레즈를 해명한다 해놓고 뻘글이 길었다. 사실 해명이라기보다 수아레즈를 조금 이해하자, 그리고 그의 개인적인 탓으로 돌리지 말자는 이야기가 되겠다. 수아레즈의 팬들에게 말하는 무심한 위로정도가 되겠다. 수아레즈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아약스 시절 수아레즈의 몸값은 4000만 유로를 넘어섰다 평가받았다. 그는 스트라이커와 지난해 유행한 ‘가짜 9번(false 9)’자리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고, 3톱 전술의 윙포워드로도 활용 가능하다. 이기적으로 보이는 플레이스타일과 달리, 축구지능이 높고 동료를 살리는 플레이에 매우 능하다. 09-10시즌에는 에레데비지에서 득점 선두와 어시스트 선두에 오르며 경기당 공격포인트가 1을 넘어서기도 했다. 매우 유용한 공격수인 것이다. 하지만 리버풀 이적 당시의 몸값은 2600만 유로. 당시 환율을 파운드로 계산했을 때는 2100만 파운드라는 비교적 헐값에 이적했다.

리버풀이 에레데비지 괴물을 헐값에 영입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이 중 꽤 설득력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수아레즈의 다혈질적 성격이 그의 가격을 깎았다는 것이다. 언제든 사고 칠 우려가 있는 수아레즈는 거대상업자본인 축구팀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리버풀은 전 시즌의 대실패와 당해 시즌에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고, 가격대 능력으로 따졌을 때 수아레즈만한 매물이 없어, 울며겨자먹기로 영입했다는 이야기다.

선수의 격한 성격, 어쩌면 도덕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까지 ‘디스카운트’가 돼 거래된다는 말이다. ‘문제가 있는 선수’가 가격이 떨어진다니 꽤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씁쓸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스타들은 팬들의 관심을 먹고살기에 불이익을 받더라도, 이 시대의 엘리트들은 도덕적 흠결 따위로 연봉을 깎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 아닌가. 


글쓴이: 조창훈
축덕. 리버풀빠. 리버풀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혈압을 더 이상 올리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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