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진보진영과 시민사회에 바란다

[기고] 물리적 연대를 넘어, 장애인권감수성을 조직 내에 녹여내자
뉴스일자: 2013년04월15일 16시22분

보수의 상징인 대구에서 수십 여 개의 진보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각자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장애인운동 역시 2006년 장애인활동보조제도화 투쟁 이후 진보적 장애인운동을 기치에 걸고 대구에서 활동한지 어느덧 만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대구 장애인운동의 장애인활동보조, 장애인 이동권,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교육권, 주거권 등 다양한 의제를 지자체에 정책으로 제안하고 투쟁하여왔고 지역 진보단체와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연대 속에서 신생 운동으로서 무럭무럭 성장해왔다.

장애인운동단위의 투쟁과 농성 현장에 대한 경찰의 침탈에 연대의 힘으로 이겨낸 적도 많았고 이제는 투쟁 한번하면 1,000만원이 기본으로 넘는 벌금 탄압 속에서도 후원금 모금 등에 성심성의껏 지원해준 단체와 활동가들께 장애인운동을 하고 있는 개인으로써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운동이 확장되고 연대가 확장될지라도 장애인운동에 복무하는 활동가로서 불편한 마음이 요즘 점점 커지고 있고 반성되는 지점이 있는데, 바로 단체 활동가들의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 과 ‘장애인권감수성’은 7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간 경험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① 행사 장소에 장애인접근성이 고려되지 않을 때가 정말 많다.
지역에 워낙 많은 단체가 있다 보니 행사도 많다. 단체 간의 연대체가 주관하는 행사도 많다. 토론회도 많다. 간담회도 많다. 단체 내부행사는 단체 건물 자체가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 워낙 많으니 제외하더라도 단체의 대외행사 또는 단체 간의 연대체가 주관하는 행사에서도 장애인편의시설이 없어 장애인당사자들이 배제되는 경우는 이제 좀 없기를 바라본다.

또, 장애인접근성이 가능한 장소이면 장애인단체가 꼭 참석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주지 마시기 바란다. 장애인접근성 보장은 인권을 이야기하는 단체면 ‘기본’인 것이지 장애인 참가여부에 따른 ‘옵션’이 아니다.
 
② 장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
최근 4월 13일 대구 동성로에서 진행된 ‘4.20 장애인차별철폐문화제’에서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대표께서 ‘진짜 문제는 정신이 장애인 기득권층’이라는 발언과 ‘장애인’을 ‘장애자’라고 표현한 부분은 많은 장애인당사자를 소위 멘붕에 빠트리게 했다. 

▲지난 4월 13일 대구 동성로에서 진행된 420장애인차별철폐문화제

나는 이번 발언을 씁쓸하게 바라보며, 2010년 5월 1일, 120주년 세계 노동절 기념 범국민대회에서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저는 반신불수 정권이라 이명박 정권을 규정하는데 동지 여러분 동의하십니까? 이명박 정권, 반신불수 정권 맞습니까?’라는 발언으로 장애인운동계에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공식 사과했던 일이 상기되었다.
(2010.6.4. 비마이너 기사 링크 : http://www.beminor.com/news/view.html?smode=&skey=%B9%CE%C1%D6%B3%EB%C3%D1&skind=both&sterm=&page=9&section=1&category=3&no=281)

13일 문화제에서 나온 ‘진짜 문제는 정신이 장애인 기득권층’이라는 발언이 문제인 이유는 ‘장애’라는 개념을 ‘부정적 이미지화’ 한다는 점과 정신장애를 가진 당사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정신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기득권층과 도매급으로 취급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정신장애인당사자 입장에서 이 발언을 들으면 굉장히 불쾌한 차별적인 발언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발언이 장애인차별을 철폐하자는 문화제에서 나왔다는 것은 연대단체의 낮은 ‘장애인권의식’과 장애인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연대의 외형 확장’에만 치중해온 부분을 반성하게 되었다.

③ ‘장애자’, ‘장애우’, ‘일반인’ 이제, 그만 씁시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장애인’,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비장애인’이라는 용어 사용이 어렵지 않을 터인데 아직까지 많은 발언 속에서 장애인을 ‘장애자’, ‘장애우’로 표현되는 경우가 너무 많고, 비장애인을 ‘일반인’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애정남도 아닐진대 이제는 제대로 된 용어 좀 사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제 정하는 겁니다! 장애인! 비장애인!

그렇다면 위 사례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지금의 글이 누구를 질타하기 위한 글은 아니다. 장애인지역공동체와 같은 단체가 바라는 점은 장애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단체 스스로의 노력. 예를 들어 ‘장애를 주제로 한 세미나’등을 해보시기를 권해본다.

만약 단체 여력 등으로 내부 세미나가 힘들 경우, 장애인운동단체에게 교육을 의뢰한다면 좋겠다. 정세토론, 교육, 토크콘서트도 좋지만 이참에 ‘장애’에 관한 집행부 교육 또는 회원교육을 해보시면 어떻겠는가?

장소의 장애접근성 확보는 시민단체연대회의, 민중운동공동투쟁본부, 대경진보연대, 민주노총지역본부 등 규모 있는 연대체에서 기획 강좌 등을 배치해서 집행 활동가들의 장애접근성에 관한 공부가 선행되길 바란다.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대구에 장애인 접근 가능한 건물을 모두 알지 못하니 말이다. 편의시설에 대한 개념 정립만 되더라도 행사에서 서로 간에 끙끙 앓는 일은 없지 않겠는가?

▲조민제(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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