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노동 외면하는 대구, 좋은 일자리 창출될 수 없다

죽은 노동의 사회인가 노동 외면 사회인가
뉴스일자: 2013년04월15일 11시00분

대구시는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 주관 <2013년 지역일자리정책 한마당> 행사에서 2012년 일자리 대책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대시의 일자리 창출 성과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홍보했다. 2012년 연간 고용률이 전년에 비해 1.4% 증가해 58.2%에 달하고, 실업률은 0.4% 감소해 3.3%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구시의 ‘좋은 일자리 창출’ 수준은 어떨까? 지난 10일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3월 대구경북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대구시의 일자리 대책이 양적 증가만 가져왔을 뿐 질적으로는 오히려 하락했다. 게다가 지난해 증가한 일자리 대부분이 서비스판매, 기능, 기계, 단순노무 직종 등 비정규직 영역에서 늘어난 것이었다. 금년 3월 취업자를 보더라도, 작년 동월 대비 7천명이 늘었지만, 관리, 전문직, 사무직에서는 오히려 1만 7천명이 감소했고, 서비스판매, 농․임․어업, 기능, 기계, 조립, 단순노무 직종에서 2만 4천명이 증가했다.

물론 관리, 전문직, 사무직 외의 모든 직종이 비정규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통계가 없는 상황에서 서비스판매, 농ㆍ임ㆍ어업, 기능, 기계, 조립, 단순노무 직종에서 비정규직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두 직종군이 함께 증가하면서 그 증가 폭이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증가와 감소로 그 변화가 뚜렷이 대조된다는 점에서 이 추세는 비정규직 증가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 대구시의 ‘좋은 일자리 창출’ 수준은 일단 절대 평가로 볼 때 낙제 점수라고 할 수 있다.

이 현상은 작년 9월 대구시가 자랑하고 영남일보가 대서특필한 ‘노사분규 없는 대구’ 정책의 결과인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질서로 삼는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한다. 노동자는 고장날 때까지 일만 하는 죽은 기계가 아니라,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살아 있는 사회적 행위자임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노사분규가 없다면 그것은 대구시가 부당한 처우의 개선이나 더 나은 삶에 대한 노동자들의 욕구가 없을 정도의 지상 천국이거나, 살아 있는 노동 없이 죽은 노동만 존재하는 철저한 기계화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대구시가 노동 천국인가 아니면 죽은 노동의 사회인가? 철저한 기계화 사회에서도 더 이상 노동의 수요가 없을 경우 사회 구성원들은 더 높은 수준의 탈주를 감행할지언정 행복한 돼지처럼 주저앉아 사육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죽은 노동의 사회에서는 기계는 작동하되 노동자 역시 죽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대구시의 노동자들이 그와 같이 죽은 존재인가?

▲ 뉴스민 자료사진

‘노사분규 없는 대구’라는 슬로건이 시민들을 우롱할 때 대구시청 앞에서는 시립 위탁한 시지노인병원 노동자들이 임금 차등지급, 부당노동행위, 불법해고, 노조탄압 등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농성 중이었다. 결국 병원 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대구시는 잘해야 먼 산 불 보듯 했다. 올해에도 공무원노조가 ‘부당징계와 달성 부군수 낙하산 임명 반대’를 요구하며 시청 앞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그밖에도 상신브레이크의 부당해고, 대구지하철노조 해고자 등이 대구시에 문제 해결을 요구해왔다. 이 사건들에 대해서도 대구시는 뚜렷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구시는 죽은 노동의 사회가 아니라 죽은 시정(市政)의 사회다. 이는 진행 중인 쟁의에조차 눈 감는 노동 외면 사회에 다름 아니다. 전국적 사안이 되어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지경이거나 적어도 시와 기업이 타협할 대상이 아닌 분규들은 통계에 포함하지 않는 노동 외면 도시다.

노동을 외면하는 사회에서는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없다. 일을 하는 사람은 노동자이고 그 질을 평가하는 사람도 노동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살기 좋은 대구는 좋은 일자리가 풍성한 도시가 되어야 가능하다. 노동의 질이 좋아질 때 삶의 질도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살기 좋은 대구를 위해 노동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진정으로 살아 있는 시정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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