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문제를 이야기 하면 늘 성매매 여성에게 포커스가 맞춰진다. 성구매 남성과 알선업자에게 시선을 돌려야 한다”
성구매 남성에게 남는 흔적은 없지만, 성매매 여성에게는 사회적 낙인을 찍는다.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도 늘 우리는 “너 인신매매 당한거니, 아니면 돈 벌려고 자발적으로 시작한거니”라는 질문을 성매매 여성에게 강요한다. “저항을 강하게 했느냐, 너도 즐겼느냐. 네가 옷을 야하게 입고 다니니 당한 것 아니냐”고 성폭력 피해자에게 물어대는 시선과 같다.
성매매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가 대구를 찾아 성매매 현장과 현실을 발설하는 “무한발설” 집담회를 열었다. 뭉치와 대구여성인권센터가 주관한 “무한발설”은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9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관 2층 강당에서 열렸다.
뭉치는 지난 2006년 결성된 성매매 당사자 네트워크로 지역별로 자조모임을 운영하며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와 성매매 근절을 위해 활동한다. 올해는 전국을 돌며 당사자 집담회 무한발설을 진행 중이다. 이번 대구 무한발설은 전주와 서울에 이어 세 번째다.
“성매매에 자발, 비자발 따위는 없다”
뭉치 전북 자조모임 <키싱쿠라미> 마루 활동가는 “사람들은 성매매를 왜 하게 됐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한다. 그러고는 자발인지 비자발인지 이분법적으로 구분한다. 자발적인 여성은 처벌하고, 비자발적인 여성은 피해자고 보호해야 하는 여성으로 나누려 한다”라고 발설을 시작했다.
마루 활동가는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업주와 미팅해서 선불금을 받고 들어갔다. 자발이라고 생각할거다. 업소에 들어갈 때는 돈을 벌기 위해 들어갔는데, 돈을 벌기 위해서는 2차 나가서 성매매를 해야 했다”며 “돈을 벌기 위한 강압적 자발이다. 이걸 비자발로 볼 것이냐. 도대체 자발이면 어떻고, 비자발이면 뭐하지. 기어들어가거나 끌려가지 않았지만 두 발로 나올 수는 없었다”고 성매매 여성에게 증명을 강요하는 자발/비자발 구분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업소 유입 이유는 모두 다르다. 나는 직장에서 해고되고, 집이 폭삭 망해 살던 집에서도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 끝에 정보지를 봤다. (성매매에 유입되기는) 너무 쉽다. 여성이면 무조건 오케이였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회상하면서 “당장 있을 곳과 돈 벌 곳을 업소가 다 해결 해주더라. 사람들은 꼭 그것밖에 할 것 없었느냐고 말하지만 삶을 위해 버텨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 없는 상황을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다. 여기서 자발과 비자발 구분은 모호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마루 활동가는 “내가 살아보려고 선택한 건데 돈이라는 목적 때문에 주객이 전도돼 버린다. 도대체 내가 뭘 선택했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선택한 것은 다방, 단란주점, 집결지 등 성매매 업소를 선택한 것밖에 없다”며 “결국 내가 살려고 애쓴 곳이 성매매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된다.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성산업 공간에 내가 놓여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에게 끊임없이 향하는 ‘왜 들어갔느냐, 네가 선택한 것 아니냐’라는 시선. 마루 활동가는 이런 시선이 성산업을 지탱하는 힘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는 “자발적으로 들어갔으면 자발적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죽어서 나오던가, 이 자리에 나와 있지만 저희도 어디서 죽었을지 모른다”며 “완벽한 선택은 있을 수 없다. 모르기 때문에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성매매 현장을 당사자가 이야기 하는 게 필요하다”고 성매매 여성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진 마루 활동가의 경험은 성매매 여성에게로만 향하는 따가운 시선이 성산업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다시 확번 확인시켜준다.
그는 “선불금 50만원 받고 스물셋에 들어가서 스물아홉에 나왔다. 이후부터 이 공간에서 나올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업소 여성이 꿈꾸는 것은 빚을 다 까고 업소를 차리던지 마담을 하는 게 꿈이 된다”며 “성매매 경험을 가진 여성에게 자발/비자발 구분지으며 얻어지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방지법이 생기고 나서 여성을 처벌한다. 성매매는 개인적 선택만이 아니다. 권력을 가진 돈 많은 남성들이 성매매가 가능하도록 한다”고 지적하며 “여성이 처벌받지 않고 비범죄화 되어야지 성매매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산업을 유지하는 것이 성매매 여성 때문일까. 성구매 남성과 이를 활용해 돈을 벌고자 하는 이들 때문일까. 혹은 두 가지 다 문제일까. 딱 맞아 떨어지는 비유는 아니지만 한 가지 비유를 통해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부는 금연 정책으로 담배값을 인상하고 금연구역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담배를 제조하고 유통하는 KT&G를 절대 통제하지 않는다. 소득분위와 관계없는 직접 세금만 올라갈 뿐 담뱃잎을 재배하는 농가에 소득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담배 구매자에 대한 통제는 늘어나지만 담배 공급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면 담배 농가가 흡연자를 늘린 장본인일까? 담배를 제조하고 유통하는 KT&G를 해체시키지 않으면 담배산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성산업을 해체시키지 않으면서, 성매매 여성에게 자발/비자발의 굴레를 덧씌우는 것, 그리고 범죄인 취급하는 것. 마루 활동가가 던진 돌직구는 이렇게 공공연하게 '산업'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성산업을 향해 있었다.
“성매매 여성에게 향한 폭력은 성폭력이 아닌가?”
마루 활동가가 성산업을 향해 던진 돌직구를 인천 <보따리>의 바다 활동가가 이어 받아 “성폭력과 성매매의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이야기를 던졌다.
그는 “성매매에 유입된 게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친구와 중2때 성폭력을 당했다. 학교는 성폭력 피해자인 우리에게 낙인을 찍었다. 결국 자퇴서를 쓰고 학교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학교를 안 가고 집에 있으니 주위의 시선은 졸지에 나를 날라리로 만들었다”며 “맞으며 성폭력 당하느니 돈 받으며 성매매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를 나오고 따가운 시선이 이어지자 성폭력을 당한 친구와 서울로 상경했다. 노숙이 3일째 되던 날, 어떤 아저씨가 찾아와 밥을 사준다고 하기에 따라갔다. 밥도 얻어먹고, 노래방도 가고, 화장품도 사고 좋았다. 게다가 취직할 곳을 소개시켜 준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법원을 간다고 말하던 아저씨를 따라 친구와 함께 도착한 곳은 파주 용주골이었다. 법원은 지명이었다. 빚 250만원과 함께 성매매 생활이 시작됐다.
그는 “성폭력 경험은 1번이었다. 성매매는 그냥 무섭고 두려웠다. 한 명이 아니라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가 들어와서 어떤 요구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한 달이 지나고 생활이 되어버렸다”고 회고했다.
바다 활동가는 과거의 기억을 발설하며 “성폭력과 성매매는 동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강원도 모처에서 일할 때였다. 손님이 티켓을 끊어 나갔다. 성행위를 요구했지만 거절했다. 그러자 폭행이 이어졌다. 그는 어느 골짜기 그 남자의 집에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 그는 “티켓비를 받으려고 쫓아갔다. 그때 너무 고통스러웠다. 돈을 받으면 성매매고, 못 받으면 성폭행이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 여성은 내가 성매매를 하니까 폭력에 노출돼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는 한다”며 “영화에서도 성매매 여성은 폭력과 비하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이 상황이 되면 성매매와 성폭력의 경계는 무의미해진다”고 강조했다.
매스컴을 통해서 성매매 여성을 향한 살인과 폭력이 보도될 때, 우리는 그 폭력에 주목하기보다 그 피해자가 ‘성매매’ 여성이라는 것에 주목한다. 바다 활동가의 “성매매 할 때 폭행을 당해도 오늘 내가 운이 없었구나 생각한다”는 말은 성매매 여성을 향한 사회적 낙인이 성매매 여성을 끊임없이 성산업에 옥죄는 효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어 그는 “성폭력에도 트라우마가 있지만 성매매 경험에도 트라우마가 있다. 탈성(성매매에서 벗어난)한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문득문득 업소에서 일하는 꿈을 꾼다”며 “너네가 좋아서 시작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데, 10대에 무슨 섹스가 좋아서 가겠냐. 쌍팔년도 이야기 아니냐고 말하지만, 그동안 성산업 구조 자체는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바다 활동가는 “성매매여성을 범죄화 한다고 바뀐 것이 있느냐. 성매매여성의 비범죄화와 성구매 남성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매매는 성착취”
부산 <나린아띠>의 심통 활동가는 “성매매는 성착취”라고 강조하며 발설을 시작했다.
심통 활동가는 18살에 성산업에 유입됐다. 친구의 남자친구가 자신과 친구 4명을 서울로 팔아 넘겼다. 돌아가야 한다고 하니 돌아온 말은 ‘너희한테 들인 돈이 얼마인 줄 아느냐’였다. 빚으로 시작됐다.
그는 “처음 1년은 일하는 게 좋았다. 돈 못 벌고 당하는 것보다 돈 받고 하자고 친구들과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예뻐해주던 업주도 1년이 지나니까 달라졌다. 2차도 나가야했다”며 “돈도 많이 벌 거라고 생각했는데, 도망쳐 나올 때는 청바지에 티셔츠 달랑 한 장 입은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성산업의 착취 굴레가 시작됐다.
“도망 나와서 다방에서 일하고 있는데, 업주가 다 찾아내더라. 업소든, 다방이든, 술집이든...”
어디를 가더라도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문제는 이 굴레가 탈성 이후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에도 족쇄로 남는다는 사실이다.
“당시 센터에 들어가서 회식을 하는데 신고식을 하자는 거에요. 업소에서 일할 때 신고식은 옷 벗고 춤추는 거였어요. 그래서 여기서도 그렇게 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어요. 고민 끝에 센터 활동가들에게 이야기하니 웃는 거에요”라는 심통 활동가의 말은 성매매 여성으로 삶의 굴레가 쉽사리 떨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어 “강의를 하러 나가면 성매매 여성은 어떻게 생겼어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 너네같이 생겼다고 대답한다. 성매매하게 생긴 사람은 따로 없다. 처음부터 낙인 찍혀서 태어나지 않는다”며 “사회 구조가 우리를 내 몰았고, 죄 없는 여성에서 죄 있는 여성이 됐다. 이 성산업 구조의 착취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매매 여성을 향한 세 가지 시선 “밝히거나, 더럽거나, 불쌍하거나”
바통을 다시 이어받은 마루 활동가는 성매매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향해 돌직구를 던졌다.
그는 “성구매 남성에게는 낙인이 없다. 남성들의 세계에서 우쭐대거나 남자답다는 표식으로 이야기된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에게는 세 가지 낙인이 있다”며 “밝히거나, 더럽거나, 불쌍하거나”라고 말했다.
그는 “밝히거나는 성구매 남성들이 바라보는 시선이다. 더럽거나는 모르는 남성들이랑 성매매를 하네, 게다가 많은 남성이랑 하면서 하물며 돈까지 받네라는 시선이다. 그러면서 성매매 여성을 성산업에 묶어 놓는다. 불쌍하거나는 피해자라는 개념”이라며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는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타인들이 우리를 규정짓는 시선”이라고 말했다.
마루 활동가는 이 같은 타자의 시선은 “철저하게 구분짓기를 하면서 본인의 정상성을 인정받는 것”이라며 “이 낙인의 두려움과 공포는 성매매 여성을 더 작아지게 만든다”고 말했다.
마루 활동가는 “사회적 낙인은 스스로 낙인을 찍는 효과도 만든다. 내 경험이 들키면 인생 끝이야라며 나를 계속 파괴시킨다. 이런 낙인에 잡혀서 계속 살 수는 없다”며 “막연한 편견과 이미지에 돌직구를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사자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강조한다.
그는 “왜 탈성매매만 하라고 하느냐. 왜 탈성구매는 안하느냐. 여성을 타켓팅 하는 것이 아니라, 성산업과 이를 조장하는 국가로 시선이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성폭력․성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발걸음
뭉치의 발설이 끝나고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은 그녀들이 성매매 없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단단한 울림이 참석자들에게 전해지는 자리였다.
처음 뭉치를 만들고 나섰을 때 그녀들도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온전히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당사자의 이름으로 성매매 현장을 알리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언론 인터뷰도 했지만, 가십으로 다뤄지기 일쑤였다.
바다 활동가는 “처음 탈성하고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들었다. 화장하고 손님 받는 것에 길들어져 있어 사회생활을 전혀 몰랐다. 버스 요금이 얼만지도 몰랐고, 대인기피증도 생기고. 그러다가 센터를 만나고 내 본명을 불러주는 사회인이 되었다”면서 “과거 저를 아는 친구들은 성매매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저를 보며 걱정한다. 낙인의 두려움이 있지 않느냐고. 지금도 쉽지만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녀들이 나선 것은 성산업과 업자, 성구매 남성이 아닌 성매매 여성에게만 낙인이 집중되는 것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심통 활동가는 “학자들이 와서 어려운 말로 이야기를 하면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냐. 우리가 나서서 발설하고 다니면 (성매매) 안에 있는 언니들은 알아듣는다. 또, 우리가 현장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알려지지 않는 현장 이야기를 통해 반성매매 운동을 만들어 나가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노동자성을 주장하며 성노동자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에게 마루 활동가는 “모든 성매매 여성의 경험이 같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도 이해한다. 하지만 성산업과 성매매 모두를 비범죄화 해서는 안 된다”며 “성산업에서 이득을 취하는 사람은 업주와 성구매자다. 성매매 현장이 바뀌지 않은 채 여성이 성노동자가 된다고 해서 여성의 빈곤화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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