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진보신당연대회의(진보신당)에게 지난 2012년은 아픔과 상처가 깊은 해였다. 사회당과 통합으로 411총선에 대응했으나 당선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채 정당등록이 취소 됐다. 18대 대선에서도 김순자 후보가 탈당 후 출마하는 등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 와중에 진보신당은 정당 중 처음으로 18대 대선 이후 당직 선거를 진행하고 있다. 1월부터 5기 당대표와 부대표, 광역 시도당 위원장, 전국위원, 대의원 동시 선거를 시작했다. 대표 선거는 첫 경선으로 3명의 후보(이용길, 김현우, 금민)가 출마했다. 2명을 뽑는 일반명부 부대표 선거에도 3명이 출마했다. 선거운동은 27일 자정까지로 모두 마쳤고, 28일부터 1일까지 투표를 진행한다.
이 가운데 대구와 경북 시도당 위원장 선거는 단독 입후보했다. 18대 박근혜 당선인을 만들어낸 심장부 TK지역에서 ‘진보정치 재건’이란 깃발을 들고 싸움을 준비하는 이석범 후보(대구시당 위원장), 김영수 후보(경북도당 위원장)를 만나 고민을 들어봤다.
대구시당 위원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석범 후보는 지난해 사회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이후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함께 공동위원장을 지낸 장태수 의원(대구 서구)이 의정활동에 무게를 두겠다고 판단해 단독 출마하게 됐다. 진보신당 대구시당 사무실을 찾아 그와 대구지역 ‘진보정치 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사회당 대구시당 위원장부터 진보신당 대구시당 공동위원장까지 지냈다. 출마하게 된 계기보다 진보신당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 질문하는 것이 좋겠다. 2년의 임기 동안 진보신당 대구시당을 어떻게 만들어 갈 생각인가.
장태수 공동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장태수 위원장은 의원 활동을 하니까 당직까지 맡으면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지 않겠냐고 하더라. 그래서 지방선거 준비, 당 조직 복구 등에 대한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무엇보다 지금 진보신당의 노선과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중요하다. 박근혜 시대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질서와 안정성을 추구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지 않고, 극빈층을 끌어안는 방식으로 갈 것이다. 진보정당 지지기반에 위치한 사람들도 현실적 이득에 따라 박근혜 지지로 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좌파가 청원식 운동을 벗어나 금융자본의 위기에 대응하는 운동,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정치적 대표성을 갖춘 세력이 되어야 한다. 그런 집단으로서 진보신당은 의미가 있다. 힘에 부치겠지만 해 나가야 한다.
Q. 4기 당대표단부터 지역거점사업 활성화 이야기가 나왔다. 이석범 후보도 지역거점 활동 지원을 중점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울에서 운영중인 ‘민중의집’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구지역에서도 당원이 중심이 돼서 활동하는 지역거점 공간이 있다. 서구의 '햇빛따라 도서관', 달서구의 '앞산마을학교', 중구의 '예ㅅㅜㄹ창고' 등이 있다. 새로운 거점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거점을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적 이슈를 시당 차원에서 캠페인 등을 통해 이슈화 시켜내는 일,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공간을 안정화 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또, 지역거점운동 워크샵 등을 통해 다른 공간끼리 교류하고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만드는 사업도 생각하고 있다.
또한, 당원이 활동하는 여성운동, 장애운동, 평화캠프와 같은 공간에 대한 지원도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는 당원이 아니지만 다른 영역의 운동을 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고민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Q. 당협 활성화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구체적 방안으로 어떤 걸 생각하나.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멈춰져 있던 당협이 다시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아이디어 차원에서는 주제별 모임 등 생각하고 있는 게 많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당원들이 당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게 된 이유를 고민해 봐야 한다. 이는 현실 정치 국면마다 명확하게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하는데 그동안 진보신당이 이 역할을 하지 못해 당원들이 많이 실망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느끼는 회의감 때문에 점점 당 활동을 일상적 활동으로 만들 수 없게 됐다. 때문에 믿고 따라오라는 식은 아니지만 정치적 국면에서 명확한 입장을 논의하고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당원의 경험이 모이는 성과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지식공유모임, 지방선거 논의 모임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당 정치활동 속에서 발굴되는 의제, 틀이 더 많아지면 당원의 활동이 더 활발해지지 않을까. 새로운 피 수혈도 필요하다. 외적으로는 당원가입 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Q. 새로운 의제 발굴과 당원 확대도 추상적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바가 있나.
불특정다수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청년세대/불안정노동자 층에 집중할 생각이다. 이를테면 대학을 순회하는 청년세대의 의제 활성화와 당원 가입 사업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등록금 의제는 한계가 있다. 기본소득이란 것도 청년세대 실업을 책임져주는 형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또, 단기적 일자리를 만들거나 하는 방식이 아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형태로 고민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2~3가지 정도 의제에 집중할 생각이다.
Q. 중앙당 대표단 선거가 경선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재창당 과정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지하는 후보가 있나. 이후 지역에서 재창당 과정은 어떻게 만들 생각인가.
개인적으로는 금민 후보 입장하고 동일하다. 새로운 좌파대안정당이 필요하다. 당의 노선과 이념이 제대로 서 있어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좌파연대에 대한 진보신당의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모호한 상태로 흘러간다. 누구의 입장을 기다린 채 진보신당의 판단을 유보하는 등 과거의 누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통합을 정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를 정하고 가야 한다.
이후 기본적으로 좌파정당에 대한 입장에 동의 한다면 재창당 과정은 열어놓고 만나야 하지 않겠나. 대구는 진보민중공투본과 연대사업을 함께해 왔던 것을 바탕으로 재창당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하지 않겠나. 정당운동에 대한 상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는 있다. 하지만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서울수도권 중심의 큰 합의가 만들어 질 것이다. 중앙하고 같이 갈 수밖에 없지만 지역적으로 친화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Q. 이번 당내 선거에서도 구 진보신당과 구 사회당 간의 논쟁이 일고 있다. 통합 이후 화학접 결합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서울수도권은 노골적 적대가 심각하게 드러나지만 상대적으로 지방은 덜하다. 서로 조심스러운 것도 있었고, 소통의 과정도 있었다. 하지만 구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동일한 입장과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새로운 의미의 진보신당파 형성에 실패했다고 본다. 함께 선거를 치르거나 공동의 경험을 할 때 동지애라는 게 생겨난다. 이번 대선 국면이 그 계기가 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어떤 지도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함께 전투 하면서 공동의 경험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Q. 2014년은 지방선거가 있다. 대구시당 차원에서 지방선거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나. 또, 진보정당이 이전과 달리 많아진 형국이다.(진보신당,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녹색당) 야권연대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당연히 지방선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두 곳(서구, 달서구)은 출마의사를 밝힌 당원이 있다. 모든 곳에 후보를 내기 보다는 집중해야 할 곳에 집중할 생각이다. 정치적 상징이나 싸움이 가능한 구도가 나온다면 다른 곳의 대응도 고민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야권연대든 반MB연대든 꾸리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묻지마 연대가 될 것 같다. 논의가 힘 있게 진행되려면 개인이 아닌 당론으로 논의해야 한다. 지향을 공유하고 있는 세력과는 조정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개별 대응하면 새누리당이 될테니 연대해야 하지 않겠냐는 정서나 트라우마 하고는 부딪혀야 한다.
Q. 끝으로 2013년 지역에서 대구시당의 역할을 이야기 해 달라.
투쟁이나 연대를 확장하는 데 2013년에는 다른 방식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 독자적 기획을 해야 한다면 '희망식당' 같은 연대의 방식이 좋겠다. 민중운동이 놓치고 있는 틈새, 이슈캠페인을 선택해서 해 볼 생각이다. 의회가 있으면 다르겠지만, 다른 운동들이 하나로 모이는 연대의 구심점으로서 역할이 필요하다. 또, 정책적 역량을 축적해 정당다운 역할을 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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