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대선, 빨갱이와 독재, 비이성적 공포의 극단적 분열”

표창원 전 교수, 대구 강연... ‘한국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뉴스일자: 2013년01월19일 15시06분

18일 저녁 6시 30분, 대구 경북대에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한국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첫 번째 강연이 열렸다. 표 전 교수는 지난 대선 기간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소신 발언을 한 뒤 “공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고 싶다”며 경찰대 교수직을 그만뒀다.

표 전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2010년부터 범죄학 강연을 작게 시작해서 지난달 28일에 마지막 강연을 끝냈다. 처음엔 누가 오기나 할까 걱정했었는데 너무나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먼 곳에서부터 찾아주셨다”며 “‘2013년부터는 제가 가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지난 대선 동안 제 주변에 많은 일이 생겼고, 범죄학 강의가 아닌 다른 강의로 처음 찾아뵙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강연은 순순하게 표 전 교수와 그를 지지하는 팬클럽 ‘표창스타일’ 회원들의 자원봉사로 만들어졌다. 팬클럽 카페지기 김현식 씨는 “대선 과정에서 보여진 표 교수님의 정의로움과 합리적 모습에 감동 받은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표 교수님이 반듯하게 가는 길을 지지해주자는 의미에서 카페를 만들었고, 표 교수님의 뜻을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어서 이런 저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강연은 2017년까지 5년 동안 매달 전국 뿐 아니라 강연 요청이 들어오는 곳이라면 해외도 마다않고 진행될 예정이다. 김현식 씨는 “카페 강연 요청란에 한국 뿐 아니라 홍콩, 미국 등에서도 요청이 들어와서 그곳에서도 강연을 열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는 500석 객석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표 전 교수가 강연을 하는 무대에까지 앉을 만큼 많은 시민들이 찾았다.

“돈, 빽, 권력 있는 이들이 절차적 정의 무너뜨려”

표 전 교수는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에서 한국사회에서 정의가 가지는 의미와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의 의미, 또 지난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상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소신 발언을 한 이유 등을 풀어냈다.

표 전 교수는 “각자에게는 모두 개인이 생각하는 정의가 있다”며 “하지만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생각하는 정의가 정의가 아니듯 진정한 정의는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법, 윤리, 도덕 같은 것들이 그런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일보에서 조사한 걸 보니 우리 국민들 73.8%가 우리나라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며 “이는 대통령 친인척이라고 해서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금방 사면 돼서 나오는 등 우리 사회에서 돈, 빽, 권력 있는 이들에 의해서 절차적 정의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절차적 정의가 무너졌기 때문에 시민들이 정의에 대한 갈증이 많은 것이다. 절차적 정의를 우리 함께 온 힘을 다해서 만들어나가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자신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소신 발언을 했던 것도 절차적 정의가 무너지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봤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18대 대선, 빨갱이, 독재... 비이성적 공포의 극단적 분열 상황”

또, 표 전 교수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지난 대선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18대 대선은 “정의와 불의의 싸움이 아니라 정의와 정의의 싸움이었다”며 “안보와 경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의와 비리척결,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의의 충돌이었고, 그 싸움에서 안보와 경제의 정의가 조금 더 중요하다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 전 교수는 “실제 대선 과정에서는 안보와 경제는 종북, 좌빨에 대한 공포로, 비리척결과 민주주의는 친일, 독재에 대한 공포로 둔갑했다”며 “지난 대선에서는 이같은 비이성적이고 본능적인 공포감이 드러나 극단적 분열 상황을 연출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의를 실현하고 지켜내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며 “자신이 믿는 것이 정의가 아닐 수 있다는 불안을 가지면서, 그렇게 된다면 그것을 포기하겠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내리는 결론이 바로 정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저는 오늘 작은 눈덩이 하나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여러분들이 하나씩 눈덩이를 더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눈덩이들이 모여서 눈사태가 되어 쓸어버릴 수 있다. 정의의 눈사태가 이 세상을 쓸어버릴 수 있다”며 “냉소주의, 패배주의 말고 우리가 정의를 만들어보자. 힘을 보태보자. 그것이 정의의 눈사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렵지만 이제부터 시작해보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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