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하자는 노조, 교섭 미루는 경북대, 누가 학생 볼모 잡나

18일 끝장교섭 예정... 비정규교수노조 “대학이 파업 장기화 유도”
뉴스일자: 2013년01월15일 23시10분

15일 경북대학교가 성적입력거부 파업을 진행 중인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경북대분회(노조)의 끝장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18일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밝혀 ‘노조가 학생을 볼모로 파업하고 있다’는 대학 측의 주장이 타당성을 잃고 있다. 경북대는 노조의 ‘성적부 출력이 필요한 학생에 대한 개별 성적 입력’ 요청에 대해서도 거부 입장을 거듭 밝혀 “학생 피해를 핑계로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4월부터 14차례 대학과 교섭을 진행했으나 진전이 없자 지난해 12월 18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시간강사료 78,500원 ▲연구실 4실 추가 ▲비정규교수의 대학기구 참여 ▲최대 수강인원, 최소 수강인원 축소 등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대학은 파업 이후 교섭에서도 ▲시간강사료 73,000원 ▲연구실 1실 추가 ▲대학기구 참여 불가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15일 오후 2시 경북대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파업 장기화 유도하는 경북대 본부 규탄”한다며 끝장교섭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얼마 전 협상을 마친 영남대, 조선대, 부산대 비정규교수노조도 참석했다. 현재 교섭이 지지부진해 파업이 장기화 중인 대학은 경북대와 전남대 두 곳뿐이다.

▲정보선 한교조 경북대분회장

정보선 경북대분회장은 “대학은 노조의 개별성적 입력 요청을 거부하면서 학생을 볼모로 한 파업이라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학생을 핑계로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대학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경북대 총장이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의장이다. 다른 건 다 1등 하자고 말하는 총장이 비정규교수 처우는 1등 안 하려고 한다”며 “부산대 교섭 전에는 전남대 교섭 상황 보자더니, 부산대 교섭이 타결되자 부산대 기준으로 교섭하자는 식으로 교섭을 회피한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노조는 경북대 총장실을 찾아 끝장교섭을 오후 7시부터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총장실에 총장은 없었다. 박재홍 교무처장은 “일정이 있어 오늘은 불가능하다. 예정대로 금요일(18일) 오후 4시에 교섭이 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개별 성적 입력 요청에 대해서도 박 교무처장은 “행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다. 개별 입력 불가는 학교의 입장”이라고 대답했다.

▲끝장교섭을 요구하는 임순광 한교조 위원장(왼쪽)과 불가 입장을 전하는 박재홍 교무처장(가운데)

성적 미입력으로 인한 학생 피해 책임 누구에게?
개별 성적 입력 불가? 2004년에는 가능... 전남대는 대학본부가 개별 입력 요청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노조의 성적입력 거부로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대학 본부와 교섭 회피를 위한 여론 호도라는 노조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학본부는 11일 경북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시간강사 파업과 관련하여>라는 글을 통해 “일부 조합원 시간강사들의 ‘성적입력 거부’로 인해(전체 5,978강좌 중 48명의 시간강사가 83개 강좌의 성적을 미입력한 상태이고, 이는 전체의 1.39%에 해당합니다) 학생 성적처리, 졸업 및 장학사정, 제증명 발급, 자율전공부 전공배정, 교환학생 및 편입학 사무 등의 관련업무 처리에 많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개별성적 입력 거부에 관해서는 “성적의 개별입력은 학사업무의 추진에 사실상 거의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에 허용될 수도 허용되어서도 안되는 문제입니다. 몇몇 학생들의 성적이 입력되었다고 하여 그것을 근거로 장학사정을 행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율전공부 학생들의 전공배정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특정학생에게 실제의 학점(가령, A학점)이 부여된 후, 조합 측에서 끝내 성적입력을 거부하여 나머지 학생들에게 일괄 S를 부여하게 된다면, A학점을 받은 학생과 S를 받은 학생의 형평성을 바로 잡는 것은 아마도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협상이 미타결 된다면 성적을 이수/미이수로 입력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노조는 대학의 입장에 강하게 반박한다. 노조는 “버티면 된다는 학교 측 교섭 태도가 파업까지 이르게 했다. 지금도 즉각적 성실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조만간 미입력된 과목의 성적을 이수/미이수로 처리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학생을 인질로 하여 파업 방해와 노조 탄압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업에 돌입하기 전까지 노조와 대학본부는 14차례 교섭을 진행했음에도 교섭은 진전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교섭을 진행하는 동안 대학 측은 교섭 안을 전혀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고서야 노조의 안에 못 미치는 협상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노조는 ‘개별 성적 입력 허용은 안 된다’는 학교 측의 반응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004년 경북대 비정규교수노조 파업 당시 개별 성적 입력을 허용했으며, 현재 파업 중인 전남대도 허용하고 있다. 전남대는 대학본부 측이 노조에 먼저 찾아와 개별 성적 입력을 요청했다.

이른 시일 내 협상 타결을 요구하며 15일 노조가 요구한 ‘끝장 교섭’을 거부하고, 18일 교섭을 진행한다는 대학의 입장에서도 ‘학생 피해 최소화를 위한 빠른 해결’을 원한다는 대학의 태도로 보기 어려워 보인다.

대학본부의 이 같은 태도 때문에 학생도 대학본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동안 경북대 총학생회는 파업 28일째까지도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왔다.

정홍래 경북대 총학생회장은 15일 노조의 집회에서 “이런 상황 자체가 너무 슬프다. 학생 입장에서 보면 성적입력이 되지 않아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의 키는 본관이 쥐고 있다. 본관에서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만 한다. 협상을 누구도 기피하지 않도록 학생 대표도 협상 자리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노조-대학 끝장교섭 예정... 비정규교수 처우 개선되나?

박재홍 교무처장은 18일 교섭이 ‘끝장교섭’이라고 말했다. 이날 교섭이 결렬되면 성적 미이수/이수 처리 사태 등 사상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노조도 15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교섭 타결 전까지 몇 년이 걸리더라도 파업을 종료하지 않는다”는 특별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는 비정규교수노조 전국 분회가 함께 지원하며 총장 퇴진 운동까지도 불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학은 협상을 타결한 부산대의 73,000원 안을 근거로 노조가 요구하는 78,500원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산대는 63,000원에서 1만원이 인상된 금액인데 반해, 경북대는 현재 시간당 65,500원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어 부산대와 기준 금액이 다르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시간강사들보다 4배 이상 많은 돈을 학교 재정에서 받으며 개인 연구실도 하나씩 가진 학교 측 교섭위원들이, 시간강사의 임금이 많다느니 학교 재정이 어렵다느니 떠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학교의 제시안으로 계산을 해보면 전업 시간강사의 한 달 임금은 얼마일까. 1과목(3학점) 강의 시 월평균 547,500원이며 최대치인 9학점 강의 시 1,642,500원이다. 물론, 교통비와 연구비 등을 제하지 않은 금액이다. 그리고 2011년 기준(유성엽 의원 자료) 경북대 정교수의 연봉은 9,421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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