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 진보장애인계 반응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지는 계기가 될 것"
뉴스일자: 2012년12월21일 11시07분

▲지난해 9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 앞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

지난 19일 치러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577만 3128표(51.6%)를 득표해 1469만 2632표(48.0%) 득표에 그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등 다른 후보들을 누르고 당선했다.

보수와 개혁 세력의 양자 구도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투표율은 75.8%로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보수 세력은 이번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해 정권을 5년 더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정권 교체를 바라던 사람들에게는 매우 아쉬운 결과이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해지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우선 박근혜 당선자는 대선 전에 장애인계와 12대 요구 공약에 대한 정책협약을 맺었으므로 그것을 지키도록 요구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라면서 “오늘로 광화문역 농성이 122일째인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장연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정권 교체가 되기를 기대했는데 그것은 지금처럼 아예 말이 통하지 않는 정권보다는 말이라도 통하는 정권을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장애인 생존권 투쟁은 계속해야만 하는 것이므로 낙담하지 말고 전장연의 이름 아래 더 굳건히 모였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그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라면서 “박 당선인이 장애등급에 휘둘리고 부양의무제에 시달리는 장애인의 참담한 삶을 끝내기 위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를 폐지하는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증액한 24시간 활동보조 보장 예산을 고스란히 지켜내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상임공동대표는 “젊은 후배 장애인활동가들이 멋진 세상에서 살았으면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데 이것은 애당초 박근혜도, 문재인도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대선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멋진 세상을 만드는 것은 내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은 “일각에서는 50~60대 장년층의 지지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박 후보의 당선은 우리가 제대로 결속하지 못한 결과”라면서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에서도 무조건적인 야권연대, 정치권 안에서의 연대만 이뤄지면서 좋은 기회들을 놓쳐 버렸다”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특히 밑바닥까지 떨어진 진보 진영은 반성할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진보장애인운동 쪽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그동안 진보장애인운동 진영은 진보정당과 연대하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진보정당이 사실상 와해된 현 단계에서는 정치세력과의 연대, 제도권 활용 전술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어쨌든 이번 선거 결과는 스포츠 경기로 치면 감독만 바뀌고 선수는 그대로 있는 셈”이라면서 “박 당선인에게 어떤 기대를 하기보다는 계속 새누리당을 압박하면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24시간 활동보조 보장을 요구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국민의 뜻이므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앞으로 힘든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박 당선자가 발달장애인법 제정 등 여러 장애인정책 공약을 약속했지만 일각에서 포퓰리즘, 국민적 합의 부재 등을 이야기하며 반대하는 등 여러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사회복지 제도 개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당국의 의지와 이해도 중요하므로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발달장애인법이 제대로 제정될 수 있도록 설득을 해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면서 “발달장애인법은 박근혜 당선자의 취임 직후인 내년 3월 제정될 수 있도록 몰아붙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장애인 누리꾼들도 방송사 3사의 출구조사 결과 박근혜 후보가 당선할 것으로 예측되고 개표 과정에서도 과반을 넘어서며 당선되자 다가올 박근혜 정부 5년에 대해 소셜네트워크(SNS) 상에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 누리꾼은 “박근혜가 되면 우리는 엄청엄청엄청엄청 싸우고 문재인이 되면 우리는 엄청엄청엄청 싸우는 차이?”라면서 “그래도 믿고 싶지 않은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다른 누리꾼은 “대선에서 승리하려고 투쟁과 농성을 시작한 것은 아니며 대통령 한 사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라면서 “패배했다고 생각하면 원인을 분석해 승리할 방법을 찾으면 될 일”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우리가 가는 길은 자갈밭인 것 같다. 우리는 이 돌들을 치우고 깨부수며 가야 할 것 같다.”라면서 “힘들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장애해방 세상이 될 때까지 싸우자”라고 당부했다. 

한편, 박근혜 당선자는 곧 정권인수위를 꾸리고, 내년 2월 25일 취임할 예정이다. (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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