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픈’ 이주노동자의 노래, “한국은 말로만 민주주의”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우리 기숙사 좋아요. 바퀴벌레랑 살아요”
뉴스일자: 2012년12월16일 18시19분

한국에 처음 왔어요. 아무도 아는 사람 없어요. / 아는 사람은 오~ 오직 나를 데려온 사장뿐이에요.
한번씩 짜장면 사줘요. 만두 순대도 사줘요. / 나는 인도네시아 사람, 돼지고기 안먹어요.
랩) 야이 새끼야. 먹어라. 먹어라. 한국에서는 돼지고기가 최고야
우리 사장님 좋아요. 만두 순대도 사줘요. / 우리 사장님 좋아요. 만두 순대도 사줘요.
갈곳이 없는 나에게 잘 수 있는 방도 줬어요(컨테이너) / 여름엔 푹푹 찌구요. 겨울엔 고드름 생겨요.
나에게 친구가 있어요. 바퀴벌레와 곰팡이 / 기숙사 돈 10만원 빼요. 월세보다 진짜 싸요.
랩) 야이 새끼야. 먹여주고 재워주고 이런 공장이 어딨어.
우리 기숙사 좋아요. 낡아빠진 컨테이너 / 우리 기숙사 좋아요. 바퀴벌레랑 살아요.
한국에서 돈 많이 벌고 가라고 일도 많이 시키고 / 놀면 안돼 일요일도 공장와서 일하라고
이거 끝나고 저거해라. 저거 끝나면 이거해라 / 야이 새끼야 빨리빨리 놀면안돼 일만 열심히해
랩) 야이 새끼야. 빨리빨리, 주간야간 150만원, 됐냐?
우리 사장님 좋아요. 죽어라 일만 시켜요. / 우리 사장님 좋아요. 죽어라 일만 시켜요.
우리도 똑같은 사람. 사람답게 살고 싶다. / 우리도 같은 노동자. 노동3권 보장하라.

16일 오후 3시 49분 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재미있는 노래가 불렸다. 성서공단 이주노동자들이 작곡, 작사해서 만들었다는 노래는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웃프게’ 풀어냈다.

오는 1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유엔은 2000년 12월 4일 전 세계 이주노동자를 단순한 노동력으로 간주하지 않고 내국민과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이날을 지정했다. 평일에 쉴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은 이보다 이틀 앞선 일요일 오후, 이날을 기념하기 위한 집회를 진행했다.

국가통계포털을 살펴보면 2012년 외국인 경제활동인구는 82만 4천명이고, 이중 주로 산업공단에서 일하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계 노동자는 75만 1천명이다. 미등록 노동자까지 합하면 그 수는 100만명을 훨씬 웃돌 것으로 파악된다.

유엔은 이주노동자와 내국민이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이날을 지정했다지만 여전히 한국땅에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은 가혹하다. 2005년 스스로 권익을 찾기 위해 출범한 이주노조의 위원장들은 줄줄이 당국의 탄압을 피해지 못했다. 초대 위원장은 취임 20일 만에 수감됐고, 3, 4기 위원장은 미등록 신분을 이유로 강제추방됐다.

또, 지난 11월 28일 법무부는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난민들의 통제와 관리를 강화하는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내놓았다. 기본계획은 ▲단속 사전예고 실시 후 광역 단속시스템 및 기동단속팀 운영 ▲불법체류자 은신 사업장에 대한 출입국공무원 출입조사권 법제화 추진 ▲신분세탁사법, 신원불일치자 등에 대한 기획조사 강화 ▲‘영주자격 전치주의’ 도입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내년부터 기본계획이 적용될 경우, 미등록 노동자에 대한 단속은 강화되고 이주민의 국적취득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국은 말로만 민주주의 하는 나라”

상황이 이러하지만 이주노동자는 사흘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투표권조차 행사할 수 없고, 대선 후보들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도 불가능에 가깝다. 올해로 11년째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네팔 노동자는 “한국은 말로만 민주주의 하는 나라”라며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한국에 온 우리를 노예로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도 한국인 노동자와 똑같이 대우해주는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좋겠다”며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그런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이주민에 대한 정책은 전무하고 오히려 외국인 범죄가 증가한다며 경찰인력 증원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결혼이주여성의 인권과 안정적인 체류 보장 ▲다문화 가족 자녀들의 교육지원 확대 등을 공약집에 명시하고 있다.

또 문 후보는 이주공동행동이 발송한 ‘이주민 정책에 대한 대선후보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에 이주민과 내국인의 평등한 대우를 단계적,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고, 노동기본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동성로에서 집회를 마친 이주노동자들은 대구 반월당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한 후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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