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김희준 현 민주노총 강원본부장과 그의 부인 이 모씨의 계좌추적을 실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세청의 ‘노조사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희준 강원본부장은 지난 2005~2007년 금속노조 만도지부 4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금속노조 만도지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세청이 김희준 본부장과 가족의 계좌추적을 진행한 것은 지난 8월 14일 경이다. (주)만도가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제2노조가 설립된 7월 중순 직후 계좌추적이 이뤄진 셈이다.
국세청 측은 올 4월 경부터 오상수 전 (주)만도 대표이사의 비자금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김희준 본부장의 계좌를 추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계좌열람 이후에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김희준 본부장을 비롯한 만도지부 비상대책위는 국세청이 노조 간부를 상대로 ‘표적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7~8월에 걸친 (주)만도의 노조 와해 사태 이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던 김희준 본부장에 대한 표적수사를 통해 노조 와해를 공고히 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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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준 강원본부장 부인에게 전달된 '금융거래정보 제공사실 통보서' | | |
‘만도지부 비대위원장’ 거론되던 강원본부장과 가족,
직장폐쇄 직후 국세청으로부터 ‘계좌 추적’ 당해
국세청 측은 오상수 사장과 당시 노조간부들의 ‘딜(deal, 거래)’이 있었다는 소문에 따라 김희준 본부장과 가족에 대한 계좌추적을 실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희준 본부장은 “국세청 관계자는 (항소포기 조건으로 15억 비자금을 받았다는)특별한 제보나 첩보가 아닌, 소문과 문건을 보고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며 “국세청은 그 ‘딜’과 관련한 명백한 증거나 문건을 제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이 계좌추적의 근거로 제시한 ‘딜’ 설은 김 본부장과 가족에 대한 계좌조회가 마무리된 후 터져 나왔다. 올 9월 2일부터 금속노조 만도지부 홈페이지에는 김희준 본부장이 오 사장으로부터 15억 원의 비리자금을 수임했다는 글이 유포되기 시작했다. 노조는 이를 경찰에 고소했고, 아이피 추적 결과 만도 평택 본관에서 글이 유포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때문에 만도지부 비대위는 “계좌추적 시기(8월 6일~8월 16일)와 현장소문 게시판(9월 2일~)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본부장 및 가족의 계좌추적에서 증거를 찾지 못하자, 비대위 참여를 못하게 여론화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오 사장의 배임혐의 정보를 한라건설에서 제공한 점, 국세청의 조사시기가 직장폐쇄 이후 현장재편이 이뤄진 시점이라는 것 등을 비춰봤을 때 이는 단순한 비자금 조사가 아닌 노조깨기의 일환으로 표적 사찰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들은 “최근 창조컨설팅과 자본의 노조파괴에 검찰, 경찰, 국정원이 거명된 적은 있으나 국세청이 개입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처음 확인됐다”며 “이는 국가 4대 권력기관이 모두 노조깨기에 동원됐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세청, 본부장 비리 관련 구체적 자료 ‘공개할 수 없어’
노조 “회사와 국세청, 노조 사찰 나선 것”
회사와 국세청이 사장 비자금 문제를 빌미로 노조 간부에 대해 표적수사를 실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국세청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중부지방국세청 관계자는 “회사의 요청에 의해 계좌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계좌조회는 회사 임원들까지도 포괄적으로 실시했는데 왜 노조 측만 특별하게 반응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계좌조회를 실시하게 된 명백한 문건이나 증거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노조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한다 해도, 나올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측은 김 본부장과의 통화에서도 “내부적인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알려줄 수 없다”며 “본인에게도 설명해 줄 수 있는 내용 자체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 측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세청의 계좌조회 근거가 된 자료를 밝혀낸다는 계획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비공개’ 조치로 문제가 무마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국가의 무분별한 신상정보 조회와, 개인 사찰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조현주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만약 공개를 했음에도 그 근거와 내용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법 테두리 내에서 문제제기 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특히 계좌조회 대상자와 배우자에게까지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한 것은, 누군가가 의혹을 제기했을 경우가 높다”며 “때문에 회사가 기회를 악용해서 노조 간부에 대한 표적수사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도 29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계좌추적이 이뤄진 시기가 직장폐쇄와 사측주도에 의한 기업노조설립 직후에 진행된 점, 계좌추적 대상이 기업노조가입을 거부하고 지부비상대책위원회로 거론되던 성원들이었다는 점 등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누군가 민주노조를 말살하기 위해 사측에 비협조적인 간부들에 대한 명단을 국세청에 제공하고, 국세청이 이들 간부들에 대한 표적 계좌 추적을 진행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제휴=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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