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예비특수교사의 TO투쟁을 바라보며

현실에 저항하는 삶, 변화의 시작
뉴스일자: 2012년11월29일 01시04분

정부가 외면한 특수교육, 예비특수교사의 분노가 모여 투쟁의 동력이 만들어지다

▲2011년 11월 6일 결의대회에 전국 35개 대학 특수교육학과 학생 3,000여 명이 함께했다. [사진: 비마이너]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하여 장애인 교육권 보장하라!”

지난 2011년 11월 6일, 예비특수교사 3000여 명은 국회가 자리 잡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 결집해 ‘특수교사 법정정원 준수 및 장애인교육권 보장을 위한 전국 특수교육과 대학생 결의대회’를 열었다. 당장 부족한 특수교사가 7000명.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고작 ‘135명’의 특수교사 TO를 확정했다. 정부의 무책임한 행정과 부당한 현실에 전국의 예비특수교사가 강의실이 아닌 차가운 길바닥으로 나선 이유였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장특법) 제정이라는 굵직한 의제가 장애인 교육 주체의 피땀 어린 투쟁으로 결실을 보게 된 후, 장애인 교육권 투쟁 주체의 자리에서 점점 멀어져 왔던 예비특수교사들이 전국특수교육과대학생연합회(이하 특대연)라는 새로운 학생 조직을 결성하고 이명박 정부의 파행적인 특수교사 TO사태에 맞섰다.

물론 특수교육과 학생운동이 급격히 침체하고 난 이후에도 매년 특수교사 TO공고 시기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전국 결의대회가 진행되긴 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관성적으로 되풀이되는 수준일 뿐. 임용 철에만 반짝하는 전국 집회는 장애인교육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으로 확장되지 못했다. 투쟁의 주체인 예비특수교사는 별다른 투쟁계획과 의지가 없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도 못했다.

때문에 내가 속한 과에서는 ‘투쟁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아’라는 식의 자조 섞인 패배주의가, 혹은 어떻게든 악착같이 공부해서 임용승리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경쟁논리가 내면화됐다.

그러나 이제 이들은 더는 쥐꼬리만 한 임용TO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특수교사가 되어라’고 말하는 세상에 순응하지 않았다. 2011년 11월, 3000명의 예비특수교사를 거리로 불러낸 것은 더는 우리를 실업자로,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지금의 사회에 내 삶을 내맡기지 않겠다는 이들의 억눌린 분노와 울분이었다. 

2011년 전국 특수교육과 학생 조직의 결성과 대규모 결의대회는 이후 중요한 계기가 됐다. 예비특수교사들 사이에서 형성된 분노가 전체 특수교육과 학생들의 투쟁으로 확산됐고, 특수교사 법정정원을 쟁취하기 위한 조직 구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의 지원을 바탕으로 [장애인 교육권 및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를 위한 연대회의](연대회의)가 다시 결성되어 올 한해 특수교사 TO투쟁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2012년 특수교사 TO 투쟁을 바라보며

교사가 없다. 학교·학급도 없다. 이것이 특수교육의 현실!
- 국가와 정부는 장애인 교육을 포기한 것인가?

요구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정부가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특수교사 정원 기준은 지키라’는 것. 장애인 교육 역사의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한 장특법은 다양한 장애특성에 적합한 교육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려고 특수교사 배치 기준을 명확히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비장애 학생보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하는 장애학생의 경우, 학급당 학생 수와 교사당 학생 수의 비율이 교육적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장특법 시행령 제22조는 특수교육대상자 4인당 1명의 비율로 특수교사를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교육 주체의 오랜 염원을 실현하고자 장특법이 제정·시행되었음에도, 이명박 정부는 전체 공무원 정원을 동결하여 법정정원 확보에 턱없이 모자란 수준으로 TO를 확정하는 등 법 제정 전보다 오히려 더 퇴행적인 임용TO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마저도 정부 스스로 세운 특수교사 증원 계획과 괴리가 심하다. 과연 지금의 정부가 ‘특수교사 확충을 통한 열악한 특수교육 현장 개선 의지가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특수교사의 증원이 없으면 특수학교·학급의 신증설,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특수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해 장특법이 명시하고 있는 다양한 규정들은 그저 공허한 문구가 된다. 현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과밀학급과 장애학생의 방치, 특수교사의 과중 업무, 예비특수교사들의 적체 심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특수교사 정원 확보 계획(2008년 5월)

(단위: 명)

 구분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계

유치

45

45

45

45

44

44

44

44

356

초등

313

313

313

313

314

314

314

315

2,509

중등

291

291

291

291

291

291

291

290

2,327

계

649

649

649

649

649

649

649

649

5,192

정원확보율

69%

73.4%

77.9%

82.3%

86.7%

91.1%

95.6%

100%

 

    ※ 자료: 교육과학기술부 (2009). 내부 협의 자료 일부. 2008년도 공립학교의 특수교육대상자수 58,596명을 기준으로 한 계획

특수교사 선발 인원(2008년부터 2011년까지)

(단위: 명, 괄호는 장애인 교사 선발 인원)

구분

2008년

(2009학년도)

2009년

(2010학년도)

2010년

(2011학년도)

2011년

(2012학년도)

2011년

(2012학년도)

경쟁률

유치원

27

10

18

10

41:1

초등

132(9)

156(13)

130(8)

125(8)

26.22:1

중등

189(10)

226(16)

173(13)

112(7)

27.05:1

합계

348(19)

392(29)

321(21)

247(15)

27.19

   ※ 자료: 다음카페-특수교사를 꿈꾸며, http://cafe.daum.net/imyongmidal. 2011년 10월 14일 검색. 2011년 경쟁률(27.19:1) 자료의 경우 ‘11년 10월 현재 장애인 교사 인원을 제외한 일반전형 응시인원(6,718명)에 선발인원(247명)을 나눈 수치임. 

[출처 : 장애인교육권및특수교사법정정원확보를위한연대회의, ‘특수교사 수급 및 개선방안-한경근’]

  
또한 일반학교 입학정원과 달리 최근 5년간 특수교육대상자는 매년 3000명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2년부터 장애유아 의무교육이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등 늘어나는 특수교사 수요에 맞춰 당장 부족한 특수교사 7000명 충원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는 ‘공무원 정원의 형평성’이라는 잣대로 교육권에서 장애인을 배제한다.

13년도 특수교사 TO 196명, 유아특수교사는 전국 단 ‘4명’?
- 전국의 유아특수교육과 학생·교수들, 동맹휴업을 선포하다!

연대회의는 지난 3월 29일, ‘장애인 교육권 확보와 특수교사 증원을 촉구하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동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정부의 13년도 특수교사 수급 계획에 맞춰 시기별 투쟁을 시작했다. 이후 지속적인 투쟁을 이어왔다. 하지만 우리가 더 치열하게 투쟁하지 않았던 탓인지, 아니면 정부의 특수교사 증원 의지가 없었기 때문인지 공고된 내년도 임용 선발인원은 그야말로 절망스러운 수준이었다.

2013년도 전체 특수교사 선발인원 총 196명. 이 중 유아특수교사는 전국에서 단 ‘4’명 모집이 공고됐다. 유아특수는 사상 최악의 임용TO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10월 31일, 전국의 유아특수교육과 학생, 교수들이 전국 ‘4명’이라는 기만적인 정부의 유아특수교사 임용선발에 맞서 동맹휴업과 임용문제 출제 거부를 선포하고 ‘장애영유아의 무상·의무교육 실현과 유아특수교사 증원’ 투쟁을 시작했다.

▲연대회의는 11월 1일 오전 9시 대구교육청, 오후 2시 경북교육청에서 장애 영유아 무상교육 실현과 유아특수교사 증원 촉구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 제공: 질라라비장애인야간학교 신주원]

이 투쟁은 10월 31일부터 11월 6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된 동맹휴업기간 동안 대구, 경북, 경기, 대전, 전북, 충북, 경남, 광주 총 8개 시·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그간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를 위한 노력이 모인 결과, 지난 11월 17일 행정안전1부는 내년도 특수교사 TO 460명을 추가 증원하는 최종방안을 확정 지었다.

올 한해 총 5차례의 대규모 결의대회를 비롯하여 릴레이 1인 시위, 서명운동, 간담회, 관계부처 면담을 거쳐 하반기 전국유아특수교육과 동맹휴업까지 9개월간의 지속적인 투쟁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물론, 애초 특수교사 증원 요구안의 1/3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약속했던 748명의 추가증원 안에도 못 미치는 정원이라는 점에서 분명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전체 공무원 정원 속에서 관리되어 남한 사회의 교육 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교과부보다 행정안전부의 영향력이 막대하게 작용하는 특수교사 증원이 교과부-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간 협의를 거쳐 460명 추가 증원이 최종 확정된 것은 지금까지 선례가 없었던 성과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수님’들이 우리 삶을 바꿔주지는 않는다!
- ‘길들여진 저항’에서 벗어나 투쟁의 주체가 되어야

이번 추가증원은 이미 임용시험이 치러지는 중에 확정되어 일선 현장과 임용준비생들에게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는 올 한해 TO투쟁이 주체인 예비특수교사가 한데 힘을 모으지 못했던 점과 13년도 임용TO가 공고되고서야 사태의 심각성과 투쟁의 필요성이 제기된 까닭이다.

특히 하반기 유아특수교육과 동맹휴업은, ‘동맹휴업’이라는 타이틀과는 달리 교수의 협조와 완전한 공문처리(?)가 가능한 합법적 틀 안에서만 학생들의 투쟁이 이루어졌다.

교수들이 뒤늦게나마 적극 투쟁을 만들어나가고, 이것이 전체 유특과 학생들의 투쟁을 견인해내는 데 핵심적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예비특수교사들이 투쟁의 주체가 되지 못한 채 교수들의 태도와 움직임에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올해 상반기부터 지금과 같은 투쟁의 의지로 특수교사 증원을 위한 시기별 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한 뼈저린 반성과 아쉬움이 크다. 이번 투쟁의 성과가 전국 특수교육과 학생들의 투쟁을 다지고, 예비특수교사가 장애인교육권과 장애민중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장애인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할 의무가 있다.

예비특수교사가 현장에서 만나게 될 장애학생이 성인이 되어 살아갈 현실은 여전히 가혹하기만 하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이 사회가 행하는 온갖 차별과 배제의 폭력은 장애인의 삶을 끊임없는 죽음의 위협으로 내몰고,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숨 쉴 틈조차 내어주지 않는다. 장애인에게 집과 시설에 처박혀 사회적으로 죽은 존재로 사는 삶을 살아갈 것을 강요하고 있다.

얼마 전, 늦은 밤 활동보조인이 없는 방 한구석에서 불길을 피하지 못해 운명한 故 김주영 활동가의 죽음은, 이 땅에 숨 붙이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처절한 사투일 수밖에 없는 중증장애인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중증장애인이 방구석에서 불에 타죽고, 얼어 죽고, 굶어 죽는 세상. 장애인 가족이 고통밖에 남지 않은 생을 등지고 동반 자살을 택하는 세상. 장애자녀를 둔 부모가 단 하루만, 자신의 아이보다 더 살기를 간절히 바래야 하는 세상. 믿기지 않고, 또 믿고 싶지도 않지만 분명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망각해버린 ‘자유로운’ 사회는 자본의 이익에 충실할 뿐, 장애인의 속도와 삶의 방식을 존중해 줄 여유가 없다. 아니, 더 철저한 배제와 소외로 이들의 숨통을 옥죌 뿐이다.

어느 누군가가 장애인에게 교육이 생명이라면, 특수교사는 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들이라 했다. 장애학생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기꺼이 가르치고 배우고자 하는 특수교사는, 분명 장애아동이 ‘사회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이다.

때문에, 예비특수교사는 장애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저항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요구가 단순히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에만 머무를 수 없는 이유이며, 더 큰 연대와 실천으로 전체 장애민중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한 투쟁에 함께해야 하는 이유이다.

다시 절망할 것인가, 다시 저항할 것인가
- ‘나’의 삶을 지켜내는 투쟁이 부당한 현실에 ‘함께’ 저항하는 투쟁으로 확장되길 바라며

올 한해 특수교사 TO투쟁은 절망에 빠져있던 예비특수교사에게 ‘투쟁으로 현실을 바꿔낼 수 있다’는 구체적인 승리의 경험을 안겨주었다. (물론 추가증원 된 정원 중 유아/초등/중등 각 영역의 특수교사가 배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교육청 투쟁을 잘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투쟁은 ‘나’의 삶만을 지켜내는 투쟁이 아니라 전체 장애민중의 인간다운 삶, 그리고 자본의 이윤을 위해 짓밟히고 조각난 무수한 ‘우리’의 삶을 지켜내는 투쟁으로 확장할 것을 요청받고 있다.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으로 교육은 이미 상품이 되어버렸고, 교육노동 역시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노동이 확산되고 있다.

예비특수교사의 미래도 이러한 현실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일반교육에 한참 못 미치는 법정정원 확보율에도 매년 늘어나는 수요가 ‘기간제’란 이름의 비정규직으로 땜질 되고 있는 특수교사 수급 현실은, 예비특수교사를 시장으로 몰아넣는다. 노동시장에 더 ‘잘 팔리기’ 위해 각종 자격증 취득과 스펙쌓기/연줄 만들기로 대학생활을 보내야만 하는 특교과 학생의 삶은, 특수교육교원의 양성과 임용이 불안정한 삶의 책임을 개인에게 모두 떠넘기는 신자유주의 공세에 직면했다.

이러한 교육구조에서, 과연 우승열패 경쟁의 최종 승리자는 장애학생의 개별 특성과 속도를 온전히 존중하고 이들의 잠재력을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교사로서 현장에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장애인에게 방구석에서, 감옥 같은 시설에서 인간이길 포기하며 살아가도록 강요하는 세상을 외면한 채 남부럽지 않은 스펙으로 무장하여 좋은 교사가 되겠노라고,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우리는 이 물음에 답해야만 한다.


박재희(전국유아특수교육과학생연대 의장)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