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세버스를 빌려서 1년에 한번 후원회원 가족들과 함께 음악여행을 가기위해 전세버스를 알아 본 일이 있다. 나름 성수기를 피해 9월로 잡았던 것인데 전세버스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가을 단풍철도 아닌데 사람들이 전세버스를 그리 많이 사용하나 싶었더니 다름 아니라 주말 결혼식 때문에 9월이 성수기란다. 결혼의 계절이 오긴 온 것이 맞는 갑다. 벌써 나한테도 결혼식에 오라는 연락이 많다. 노래하는 직업이다 보니 결혼 축가를 참 많이 불렀다. 나이가 들다 보니 축가를 불러주기도 쑥스러운데 이런, 주례까지 봐달라는 부탁도 들으니...
나는 말하자면 신혼이다. 결혼한지가 이제 3년차이니 신혼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나이가 좀 많아 늦깎이 신혼이지만 신혼은 신혼이다. 내 주위엔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또 두 사람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갈라선 사람들도 많다. 예전에 연대를 한답시고 노총각들이 여성노동자가 많은 사업장에 투쟁이 있으면 참 많이도 오곤 하였다. 그리고 결혼도 하더라.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니 연애의 감정이 싹트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번 글에 소개하는 ‘맞선’ 이라는 노래는 부산 정관농공단지가 있는데, 거기에서 일했던 해방글터시인 배순덕님의 시에 가락을 붙인 노래다. 이야기인즉슨, 같은 공장에 일하는 노총각이 주말에 맞선을 본 모양이다. 그런데 상대편 여성이 회사를 물어보더니 실망하여 가더란다. 하청공장 노동자가 싫었던 모양이다. 세상 여성분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본주의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사회이다 보니 세상에 쓰이는 많은 물건들을 생산하는 위대한 노동자의 가치가 아니라, 월급 많고 안정적인 정규직이 목에 힘줄이나 들어가는 것일 게다. 참 씁쓸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인연은 있을 것이니 기다려 볼 일 이다. 뭐 혼자 살아도 편한 사람은 그리해도 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주위의 노총각 후배들이 볼멘소리와 지는 결혼했으니 저런다며 쌍심지를 켠다.
나는 사실 맞선 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사람들마다 다른 의견이겠지만 나는 꼭 무슨 면접 보듯이 이리저리 물어보고 하는 것이 꼭 거래나 경매를 하는 것 같아 소개팅 뭐 이런 것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 니는 어떻게 결혼 했냐고? 답은 그냥 인연이 있습디다.
미인은 용감한 사람이 차지한다고? 이 말도 웃긴다. 여성을 얼마나 수동적으로 보는 것인가? 그리고 차별적이기까지 하다. 차지하거나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만나는 것이다. 그냥 만나시라, 두 개의 개체로 온전히 그리고 평등히!
이전에 내가 결혼 한다니 어떤 선생님이 니는 매일아침 아내에게 절을 해라 하신다. 믿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딱 3일 절해봤다. 그런데 그 형식이 아니더라. 절만하고 가부장적이고, 내 안의 남성 중심적인 습관을 털어내지 않으면 그 절도 가식이더라.
내게 선(禪)을 알게 해주신 선지식 한분이 계시다. 선생님께 결혼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그 말씀을 청첩장에 썼다. 요번 글은 그 선문답(禪問答) 으로 마무리 해본다.
결혼(結婚) 에 대하여
問 : 결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答 : 소꿉살이와 같은 것이지.
問 : 큰 의미가 없습니까?
答 : 큰 의미가 있다.
問 : 어떻게 해야 할까요?
答 : 진지하게 그리고 큰 기대와 환상으로 임하라.
問 : 많은 사람들이 환상과 기대를 버리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答 : 환상과 기대가 클수록 환멸은 커지는 법이지.
問 : 단지 환멸을 배우기 위해 결혼해야 합니까?
答 : 그렇지 않다 오히려 환멸을 넘어서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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