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6) 자신이 음치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노래는 잘 부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부르는 것
뉴스일자: 2012년09월11일 16시26분

자신을 음치나 박치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꼭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있다. 아울러 이 땅의 음악 교사 분들도 읽어 주시면 고맙겠다.

전적으로 내 경험이지만, 나는 한 10년이 넘게 이래저래 사람들에게 노래를 가르쳐 왔다. 노래를 배우겠다고 하시는 분들은 크게 두부류로 나눌 수 있다. 노래를 썩 잘해서 남들에게 칭찬을 들어온 분들과 아예 노래라면 공포를 느끼시는 분들, 가끔 노조의 노래패에서 억지로 뽑혀서 온 분들도 있다. 자신이 노래를 못 부른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노래를 배우러 올 때 상당한 자기 용기가 필하다. 그 분들은 대개 "...제가 음치거든요.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을까요?" 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나도 처음엔 노래를 잘 부르고 못 부르는 것이 다 개인의 능력차라고 생각했다. 헌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분들이 조심스런 고백을 한다. 노래를 못 부르는 이유, 아니 자신이 노래를 안 부르는 이유와 자신의 삶에서 노래를 거세당한 경험을 이야기 한다. 그 이야기를 옮겨본다.

내가 아는 어느 노동자 노래패의 여성분은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합창부에 지원을 했더란다. 참 노래가 부르고 싶었더란다. 근데 오디션을 무사히 통과하고 첫 모임이 있는 날 음악선생님께서 "여기서 초등학교 때 합창부를 하지 않은 사람 손들어 봐" 라는 물음에 그 여성분은 손을 들었고, 그게 문제가 됐는지 합창부에서 빠지게 되었단다. 그때부터 좌절감에 노래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음악시간이 제일 싫어졌단다.

또 한분은, 고등학교 음악수업시간 노래 부르기 시험을 치는데 짝지끼리 조가 되어 노래를 불렀단다. 헌데, 자기 실수로 짝지와 함께 평균 점수도 받지 못했다. 그때부터 자기 때문에 다른 친구가 피해를 봤다는 생각에 ‘내가 노래를 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노래는 자신의 삶과 멀어졌고 자신이 음치라 생각하기 시작했단다.

두 가지 경우만 이야기했는데, 노래 강습할 때 자신을 음치라고 생각하는 분들 중 열에 일곱, 여덟은 묘하게도 이런 경험을 꼭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 강습할 때 노래에 대한 자신감, 잃어버린 노래를 다시 되 찾는 것에 중점을 둔다. 혹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도 자신이 음치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아마 이런 슬픈 기억이 있을지 모르겠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노래를 빼앗겨 버린 경우가 많다. 특히 음악수업시간이나 선생님들한테 말이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는 노래는 즐거움이 아니라 고역이 된다. 노래는 넘어야 할 산이요 피해야 될 강이다.

노래는, 민중가요라고 할 것도 없이 그저 노래는 사람의 일상의 어려움이나 염원이 담겨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음치라 생각하는 사람도 즐거운 일이 있을 때는 콧노래라도 흥얼거린다. 그래서 노래를 사람과 가장 가까이 있는 예술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그저 목하나 있으면 별 부수적인 악기 없이 언제나 가능한 것이기에 그렇다. 또,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에 맞게 노래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창작자를 떠난 노래는 다른 사람이 노래 부르는 순간 재창조되며 제각각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우리나라의 민요에 잘 나타난다. 민요에는 그 당시 사람들의 고통, 눈물, 희망과 염원이 사람과 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담겨진다. 민중가요라는 것도 다르게 말하면 오늘날의 민요가 아닐까 한다.

노래는 무대 위 화려한 조명 아래 가수들만의 것이 아니다. 음악교사의 것도 아니다. 누가 사람에게서 노래를 거세할 자유를 주었나? 잘 부르고 못 부름을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가? 자기 취향에 맞으면? 기교를 잘 부리면? 음이 높이 올라가면?

노래는 잘 부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부르는 것이다.

그것은 노래를 노래답게 하는 것이고 잃어버린 노래를 되찾는 것이다. 자신을 음치라 생각 하시는 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부터 마음껏 부르면 좋겠다. 음정, 박자 다 무시해도 좋다.그래서 잃어버린 노래를 되찾는 것부터 시작이다. 가슴을 펴고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이의 글에 붙인 노래 “보리밥”

몇 년 전 동요음반을 만들었다. 거기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노래가사에 “빵구”가 들어가서 인지는 몰라도 이 노래를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이 노래 가사는 이름이 “하늘”이라는 8살 아이의 글이다. 하늘이가 글을 써와서 노래를 만들어 달랬다. 읽어보니 보리밥이 최고라는 글이다. 하늘이에게 물었다. “니 진짜 보리밥 좋아하나?”  “예 진짜 좋아해요 정말 맛있어요” 하늘이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답한다. 그래서 노래를 만들어 줬다. 다른 아이들이 신기했는지 너도 나도 노래를 만들어 달랜다. 다 자기가 좋아하는 먹을거리 이야기다.
 
나는 호기심이 생겨 싫어하는 음식은 뭐냐고 물어봤다. 열 명에 일곱이 ‘피망’이라고 대답한다. 거참 이상하다 싶었는데...아하 이 아이들 다 같은 학교를 다닌다. 학교 급식 반찬에 ‘피망’이 자주 나온단다. 간단하고 쉬워서 따라 부르기도 좋다. 아이들하고 좋아하는 음식 이름 바꿔 부르는 재미도 있다. 아이의 글이라 그런지 이 동요 음반에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다.

사실 ‘빵구’ 가사는 내가 살짝 집어넣은 가사이지만 아이들 자기들끼리는 뭔가 통하는 게 있나보다. 어른들이 들으면 얼토당토 않는 가사로 곧 바꿔 부르겠지만 노래하나 되돌려 줬으니 괜찮다. 어른들도 불러라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다. 어느 사람이 평생의 시간을 자신이 한 일에 따라 나눠 봤더니 자기가 아이와 놀아준 시간이 26일 밖에 안 되더란다. 오늘은 이 노래로 아이들과 놀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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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문화예술단 일터 활동
1997년 솔로활동 시작
2007년 창작곡 1집 “빵과 서커스” 만듦
2010년 아이들 글에 붙인 창작 동요 “우리 개똥이 하는 말” 만듦
현재 우창수와 장난감밴드 활동 / 개똥이 어린이 예술단 대표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http://cafe.daum.net/woo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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