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메달집계, 통합진보당을 생각한다

[기자칼럼] 금메달에 목을 매는 사회, 금배지에 목을 매는 정당
뉴스일자: 2012년07월30일 15시00분

▲출처 : MBC 캡쳐
4년 만에 올림픽이 다시 찾아왔다. 올림픽이 찾아올 때면 좋은 점이 두 가지는 있다. 그동안 중계방송을 통해 보기 힘들었던 여러 종목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것과 이야기 나누기 힘들었던 가족들과도 TV 앞에 둘러앉아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제외하면 올림픽은 '불편한 진실' 투성이다.

'올림픽경기대회는 개인간의 경기이며 국가간의 경기가 아니다'

사실, 비인기 종목으로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이 아니면 보기 힘들었던 양궁, 사격, 펜싱 등의 경기를 보며 손에 땀을 쥐는 것은 메달 색깔 때문이지 않는가.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의 입장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스포츠 경기에 이기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최근 들어서는 '은메달도 괜찮다', '금메달 같은 동메달' 등의 평가를 하곤 하지만, 메달 색깔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국가별 올림픽 순위 때문이다.

올림픽이 시작하기 전부터 언론은 예상 메달 개수와 순위를 예측한다. 지상파 방송부터 시작해 인터넷 포털사이트까지 너나할 것 없이 국가별 올림픽 메달 순위를 노출한다. 400m 자유형 경기에서 박태환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한 게 아쉬운 이유 중에는 금메달을 따지 못해 메달집계 순위가 상승하지 못한다는 점도 포함될테다. 대한민국의 '언론'은 금메달 갯수, 은메달 갯수, 동메달 갯수의 순서대로 순위를 집계한다.

▲ 왼쪽이 야후(미국) 집계 순위, 오른쪽이 한국(네이버) 집계 순위

재미있는 점은 올림픽을 주관하는 IOC가 메달 집계 순위를 공식 발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IOC가 지나치게 상업화 되지 않았냐고 비판하는 와중에도 이는 변하지 않았다.) 순위집계는 각국의 언론이 제공하며 그 방식도 제각각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국가별 순위를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총 획득 메달갯수로 순위를 매긴다. 북미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순위를 발표한다지만, 중요한 사실은 국가별 순위라는 건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올림픽의 기본원칙 제9조 '올림픽경기대회는 개인간의 경기이며 국가간의 경기가 아니다'라는 조항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금메달과 금배지에 목을 매는 것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금메달 획득은 꿈일 수 있다. 몇 년 동안 흘림 땀의 결실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종목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던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고 싸인 요청을 한다. 더불어 포상금과 연금까지 받을 수 있다. 남자 선수들은 군 면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에게만 군 면제 혜택을 주지만 올림픽은 동메달만 따도 군 면제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메달획득 가능성이 미미한 종목의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 메달을 따면 따라오는 부수적인 이점들이 있지만 그보다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한 판 재미나는 경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정신의 기본원칙 제1조가 '육체적 노력과 도덕적 자질을 일깨워주고, 동시에 4년마다 행해지는 이해관계를 떠난 우호적인 경기대회에 세계의 경기자를 모이게 함으로써 인류평화의 유지와 인류애에 공헌하는 데 있다'인 것 처럼. 상업화와 경쟁의 비판 속에서도 이 올림픽 정신이 얼마나 유지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꾸준히 제기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을 보면서 통합진보당 사태가 계속 떠올랐다. 뜬금없이 통합진보당 얘기냐고 반문하기에는 유사점이 많았다. 금메달에 목을 매는 올림픽과 금배지에 목을 매는 통합진보당은 너무나 닮아있다. 그외에도 금배지를 따기 위한 선거와 올림픽이 4년마다 한 번씩 찾아온다는 점,  메달 수를 예상하듯 선거 시작 전부터 언론이 정당별 의석수를 예상하는 점, 선거가 끝나면 정당별 의석수에 따라 언론에 노출되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도 같다. 아, 금배지를 달면 연금을 탈 수 있다는 보너스도 같다.

[출처 : 참세상]

금메달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금메달에 목을 매게 만드는 사회, 금배지에 목을 매는 정당이다. 그렇기에 논란이 되고 있는 김재연, 이석기 의원의 출당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통합진보당이 금배지에 혈안이 돼 진보정당, 노동자정당의 가치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소위 통한진보당 혁신파라 불리는 이들도 제명 조치 부결이 다가오는 대선에서 야권연대에 미칠 악영향을 먼저 걱정한다. 언제부터 진보정당이 대선과 야권연대에 목을 매고 금배지에 연연했나. 오늘 통합진보당의 모습은 메달 가능성이 없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보다 못하다.

10년 전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기조로 내걸었던 민주노동당은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누구도 미쳤다고 하지 않는다. 금배지에만 목을 맸다면 그 기조는 이미 진작에 폐기처분 됐을 것이다. 하지만 진보정당은 아래에서부터 필요한 요구를 가지고 열심히 싸워왔다.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10석(비례 8석)의 의석을 얻을 수 있었다.

통합진보당에게 시급한 것은 김재연, 이석기 의원의 출당이 아니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노동자, 농민, 청소년, 장애인, 여성 등 억압받고 있는 이들을 금배지로 대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억압에서 벋어 날 수 있는 길을 함께 만드는 것이다.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느끼는 감동을 지켜보며 기뻐한다고 해서, 우리가 양궁, 사격 등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메달이 아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달라.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