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글쓴이는 열렬하게 연애중인 청소년이다. 청소년의 연애와 섹스에 대한 곱지못한 시선이 존재하기에 가명을 사용한다. 가명 '나청자'는 '나는 청소년의 자유로운 사랑을 바란다'의 줄임말로 편집자가 붙였다]
“어린놈들이 무슨 사랑을 안다고 연애를 하냐?”
“공부에 방해되게 연애는 무슨. 그만둬.”
“널린게 여자(남자)야. 나중에 대학가서 연애하고 걔랑은 헤어져.”
위에 보이는 유치찬란한 말들은 어떤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가 아니다. 실제로 연애중인 청소년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말이다. 딱 20살만 넘으면 잘 사귀라고, 예쁜 사랑하라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보태 축복해주면서 왜 청소년에게는 저주라고 할 법한 ‘헤어지라’라는 말을 퍼부어 주는 걸까? 사랑을 시작했다면, 연애를 시작했다면, 축복해주고 잘 사귀길 기원해야하는 것 아닌가?
사람들의 머릿속 연애는 19금?!
2010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연애탄압실태조사>라는 이름으로 중고교의 학칙을 조사했는데, 대다수의 학교에서 연애나 성행위에 대한 징계•처벌 규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혼한 경우 퇴학까지 시키는 학교도 있다! ‘남녀 학생은 최소 50cm이상 떨어져 있어야한다’라며 윤리거리를 만들어 놓은 학교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학칙이 이렇게 무시무시한데, 어떻게 학생들이 마음 놓고 학교에서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할 수 있겠는가.
학교 안에서는 조용히 있다가 학교 밖에서 연애하면 되지 않냐고? 자신을 대한민국의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생이라고 가정해보자. 주 5일, 일 12시간 이상씩 학교에 있어야 한다. 심지어 3학년인 경우 주 7일 일수도 있다. 학교를 마치고는 학원을 가야하니, 평일에는 시간이 전혀 없다. 주말에 데이트를 하려고 해도 ‘어디 고등학생이 공부는 안하고’라고 말하는듯한 엄빠(엄마와 아빠를 함께 일컫는 말)의 눈길이 무서워서 나가지를 못하겠다. 잠깐이라도 연인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핸드폰을 통하거나, 학교 안에서 잠깐잠깐 보는 것뿐이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탈학교 청소년의 경우나 어찌어찌 학교 밖으로 나온 연애의 경우에는 어떨까? 학교 내의 학생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연애를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을 보는 시선은 아니꼽다. 청소년인 티를 팍팍 내면서 애인과 스킨쉽을 할라치면, ‘어린것들이 뭐하는 짓이래’라는 눈길이 쏟아진다.
내가 학교 다닐 때엔 비교적 상위권인 성적을 이용해서 친구의 부모를 안심시켜둔 후, 친구와 함께 놀러 다니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의 어머니가 내가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 친구에게 “저런 아이와 놀지 말거라”라는 엄명을 내리셨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기의 연애란 ‘해서는 안되는 일’로, 연애는 ‘19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난 여전히 그 친구와 신나게 놀러다닌다:p)
연애가 이런데 섹스는 당연히 19금!!
 |
▲ 아수나로는 2010년 연애탄압 실태조사와 함께 청소년 연애자유 보장을 위한 선전전을 진행했다. [출처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 | |
겨우 연애에도 기겁해 도망가는데, 청소년의 섹스는 어떨까? 청소년의 섹스는 어른이나 청소년이나 모두들 쉬쉬하는 부분이다. 섹스를 했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청소년이 있으면 두 쪽 모두에게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내 주위를 살펴보니 글쎄, 청소년 중에서도 섹스를 하고 있는 사람이 많고, 청소년기에 섹스를 시작한 사람도 많다. 왜 섹스는 ‘19금’이 되어버렸을까.
섹스가 ‘19금’이 되어버린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들은 미숙하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미숙해서 피임도 제대로 못하고, 임신하면 책임질 능력도 없고... 이게 대부분의 어른들이 섹스를 하지 말라는 이유로 드는 것들이다. 아니다. 오히려 피임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별로 없고, 교복 입고(혹은 청소년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약국에 가면 콘돔을 주지 않는게 더 큰 문제다. 제대로 배우고 쉽게 피임도구를 구할 수 있다면 청소년들도 피임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임신 했을 때 청소년들이 책임질 능력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책임질 능력이 없음은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경제권을 뺏어갔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르바이트만 해도 20세 이상을 원하는 이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어떻게 ‘책임질 능력’ 즉, 돈을 마련하겠는가. 정책적으로 임신한 청소년들에게 적극적으로 경제적인 도움을 준다면 해결될 문제일 것이다.
나는 OOO 청소년이다
나는 연애중인 발칙한 청소년이다. 나에게 200일쯤 된 애인이 있다. 나는 애인과 하루 종일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고, 애인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 이런 나와 애인의 사랑을, 청소년들의 사랑을 인정하라!
나는 공간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이다. 나와 내 애인은 청소년 커플이지만 다른 청소년 커플과 다르게 쉽게 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섹스를 하기 위해 화장실, 노래방, DVD방을 전전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그런 곳보다는 우리 둘만의 방에서 섹스를 하는 것이 훨씬 심적으로도 안정되고 위생적이다. 게다가 돈도 안 든다! 하지만 공간이 없는 청소년들은 스스로가 어른처럼 보이기 위해 꾸미거나, 몰래몰래 숨죽여서 섹스를 할 수 밖에 없다. 청소년들에게 섹스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달라!
나는 피임을 하는 청소년이다. 나와 애인은 처음 섹스 할 때부터 어떤 피임법을 사용할 지 이야기했으며, 현재도 계속적으로 임신과 피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처럼 청소년도 충분히 피임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섹스를 한다. 청소년들에게도 피임도구를 판매하라!
어린놈들도 사랑을 한다. 연애를 한다. 섹스를 한다. 축복까지는 바라지 않을 테니,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지는 말라!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