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학생, 우울증은 교과부가 만든다"

청소년 자살 문제 해법은 ”학생인권 보장, 교육 시스템 근본 개혁”
뉴스일자: 2012년07월11일 12시27분

10일 오후 7시 대구경북전문직단체협의회(전단협) 주최로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 청소년 잇따른 자살, 어떻게 할 것인가’ 공개토론회가 대구동부교육지원청에서 열렸다. 김은경 정신과 전문의, 김병하 해직교사의 발제를 시작으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학부모, 학생, 교육청 관계자 등 청소년 자살 문제의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생각을 주고 받았다.

"청소년 자살을 두고 흔히 하는 오해들이 있다. 자살하는 청소년에는 일반적 유형은 없다. 자살하는 청소년 모두가 우울증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한 사회적 지원 체계 부족이 문제"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의 김은경 정신과 전문의의 이야기다.

"경찰은 범죄 학생을 만들고, 교과부는 문제 학생을 만든다. 문제학생이 아니라 부적응 학생이 있을 뿐이다. 병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부적응 학생도 외국에 나가서는 잘 산다고 연락오더라. 이에 반해 우리 학생들은 독서실, 시험, 휴대폰 뺐긴 이야기만 전해온다" 김병하 해직교사의 이야기다.

두 발제자는 다른 각도의 시선에서 접근을 시작했으나 마무리에 이르러서는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는 사회적 지원책 미흡과 경쟁교육 이었다.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은경 정신과 전문의

2010년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김은경 전문의는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급증한 청소년 자살의 원인을 보면 ▲15세 전후 격동의 시기 ▲정신장애의 증가 ▲공부 스트레스 ▲느슨해진 가족유대 ▲자살방법의 용이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궁극적인 자살 방지 해법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긍정"이라며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사회적 지원 체계의 미흡과 경쟁사회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병하 해직교사

해직교사인 김병하 씨는 "학생들을 위한 보약은 없고 극약처방만 있다"며 교육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교사들 보고 학생들과 자주 만나 상담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왜 학생들 만날 시간이 부족한가에 대한 이해가 없다"며 교과교실제 때문에 아이들 쉬는 시간도 없다. 종례 끝나면 방과후 학교 하기 바쁘고, 안 하는 애들은 학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하 씨는 "교육청이 사소한 괴롭힘도 폭력이다라는 걸 교육시키라고 한다"면서 "대체 사소한 괴롭힘이 어디 까지냐. 권력 가진 사람들만 사소한 것과 심각한 폭력에 대한 구분이 있을 뿐"이라고 교육 현실에 대한 이해 없는 탁상공론을 비판했다. 

"일제고사 대비 한다고 모의고사만 6번"

▲왼쪽부터 김광미(교육평등 실현을 위한 대구학부모회 집행위원장), 임성무(전교조 대구지부 부지부장), 김태헌(대구시교육청 학교생활 문화과 장학사), 권영규(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누피(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토론에 나선 임성무 전교조 대구지부 부지부장은 "올 해 들어 일제고사 준비한다고 6학년들이 모의고사만 6번 봤다"고 밝혔다. 그는 초등학교의 6학년 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안 치면 1인당 60만 원 씩인 학교 선생 전체 성과금이 날라간다. 쉽게 거부할 수가 없다"며 "이런 교사들이 어떻게 자살을 예방하나. 안 되는데 자꾸 하라고 말한다"며 "정책적 시도 바꾼다고 안 된다. 학교는 끝났다. 교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고 없이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광미 교육평등 실현을 위한 대구학부모회 집행위원장도 경쟁으로 몰아 넣는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광미 집행위원장은 "강제 방과후 보충수업까지 하면 5시에 마친다. 공부를 왜 하냐고 아이들에게 물으면 고등학교 가려고 하고, 고등학교는 대학 가려고 하고, 대학은 좋은 직장 가질려고라는 대답만 돌아온다"며 "교육이 가치관을 형성하고 자존감을 갖는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벌에만 맞추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교육문제가 청소년의 죽음을 방조하고 있다"며 "교육모라토리엄 선언이든, 파업 비슷한 걸 해야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인권존중...? "학생이 권리를 가지고 주체로 설 때 문제 해결 가능"

토론에는 김태헌 대구시교육청 학교생활 문화과 장학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청소년들의 잇따른 자살에) 교육청 담당자로 할 말이 없다. 학생들이 고통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소개하며 "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이후 소통의 가치와 목적을 추구하며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학사는 "학업과 입시가 스트레스를 주지만 일제고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차원의 모순이 만든 문제"라며 "학생인권 존중으로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한 대처가 가해 학생이 처음으로 문제를 일으켰을 때 사법대처를 취했다면 극단적인 상황으로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장 큰 인권존중은 네 옆에 있는 아이도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인권존중이며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권영규 변호사도 "학교폭력 가해자 대부분이 집행유예 등 선처를 받은 경우가 많았다. 학교 자체 처벌도 추상적인 경우가 많았다"며 "추상적 대책으로는 학교폭력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변호사는 "법적으로 자살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교육정책과 일선 교사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선 발제와 토론이 청소년 '자살'과 '교육시스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누피 활동가는 "학생 스스로의 권리"를 강조했다. 그는 "비단 청소년 자살률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전연령에 걸쳐 일어나는 문제"라며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권리를 찾을 수 있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누피 활동가는 "학교폭력을 학생 간 폭력으로만 등치시켜서는 안 된다"며 청소년 자살의 문제를 가해 학생의 책임으로만 몰아가는 문제를 꼬집었다.

토론회를 마치며 참석자들은 청소년 자살 문제와 교육 문제에 대한 해결 모색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자고 뜻을 모았다.

한편, 토론회를 주최한 전단협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대경지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경지부, 대구사회연구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대경지회,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구지부로 이루어진 단체로, 대구경북 청소년의 자살이 잇따르자 지난달 우동기 교육감의 책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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