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북대 학과 통폐합 추진...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후과

"국립대 선진화방안은 총장직선제 폐지 위한 것"
뉴스일자: 2012년05월31일 12시01분

경북대, 학사조직개편...총장직선제 폐지 위한 것?
 
후안무치. 29일 있었던 학사조직개편 공청회를 참관하며 생각난 말이다. 당일 발제와 질의응답을 맡은 교무처장 김규원 교수는, 자신과 본관을 불신하는 참관인들에게 이렇게 말 했다. “이렇게 불신이 크다니, 저도 참 답답합니다” 그런데 뭐가 답답하단 말인가? 불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는 말인가? 불신하는 참관인들이 답답하단 말인가? 전자면 후안무치요, 혹여나 후자면 안하무인이다.
 
▲ 29일 경북대에서 학사조직개편 공청회가 열렸다.

과거 상주대와 통합과정에서, 글로벌플라자 건설여부 논의과정에서, 대다수 학내 구성원들의 격렬한 반대가 가볍게 묵살되고 본관의 의지대로 통합, 건설 되었던 허탈한 기억이 채 가시지도 않았다. 그런 ‘글로벌플라자’ 안에서, 본관은 ‘의견수렴’을 한다며 공청회를 열었다. 물론 공청회는 제대로 공지, 홍보조차 되지 않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학사조직개편연구위원회라는 조직이 있었고 모종의 활동을 했었다 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지금껏 아무런 활동홍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서, 글로벌인재학부의 학부장조차 본관이 글로벌인재학부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근래에 ‘통보’받았다고 한다. 이쯤 되면 경북대학교가 진정 민주주의국가의 국립대학교가 맞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 학사조직개편연구위원회의 최종 개편안에 의하면, 5월 둘째 주까지 학과(부)의견수렴을 완료했고 6월 전까지 여론조사 방안을 마련 할 계획이라고 한다.

학사조직개편연구위원회의 최종 개편안에 의하면, 5월 둘째 주까지 학과(부)의견수렴을 완료했고 6월 전까지 여론조사 방안을 마련 할 계획이라고 한다. 6월 중순에는 심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인데, 공청회 당시 교무처장은 “총장직선제 논의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 7월 초 전에는 매듭 지을 것” 이라고 말 했다.

하지만 본관이 학사조직개편을 구성원의 동의나 의겸수렴 없이 날치기로 처리하려고 하는 정황은 군데군데에서 드러난다. 첫째, 방학, 홍보 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학내 구성원들의 제대로 된 의사수렴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둘째,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본관과 타 학내 구성원들의 정보가 턱없이 비대칭적인 상태에서 명분 쌓기에 불과한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셋째, 최종개편안의 제출 과정에서 학내구성원들의 의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 세 가지 근거만으로도 충분히 본관의 의사결정과정을 노골적인 ‘날치기’라고 말 할 수 있다.
 
국립대학 선진화방안

경북대의 이러한 행동은 국립대학 선진화방안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경북대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아 올 4월 역량강화사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 후 본관은 당초의 의사를 바꿔 국립대학 선진화방안을 따라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공청회 당시 교무부처장이 “국립대학 선진화방안이 사회적 요구다”라고 말 했던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립대학 선진화방안에 의하면 오는 9월,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에 사용됐던 평가지표와 동일한 지표로, 구조개혁 중점 추진 대학을 선정한다.
 
지금 본관이 추진하는 날치기식 구조조정은 9월에 있을 구조개혁 중점 추진 대학 선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과 관계가 있다. 똑같은 평가지표에서 전보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분명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구조개혁 중점 추진 대학은 정부에서 컨설팅 팀을 파견해 강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그리고 구조조정의 주요한 타깃은 총장직선제가 될 것이다. 손창현 경북대 교수회 의장은 “교과부는 구조조정 되어야 마땅한 학교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다.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강하게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외부 컨설팅 팀이 들어와도 IMF식으로 총장직선제 폐지와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학운영성과목표제도 있다. 교과부 대학선진과에 의하면 경북대학교는 내년 3월에 성과지표에 따라 평가받고 결과가 예산에 반영된다. 

부문(비율)
성과 지표(안)
공통
(45)
특성화 계획 수립․추진 성과, 지역사회 기여도․재학생 교육 만족도, 기초 교양교육 활성화*, 기성회 회계 등 재정운용의 적절성, 취업률 제고*, 임용시험 합격률 제고**, 장애인 학생 입학 비율**


위는 대학운영성과목표제의 공통 성과지표이다. 추측컨대, 축산대학, 경영대학 등 각종 대학의 신설과 학과, 학부 신설은 △특성화 계획 수립 항목의 지표상 득점을 위한, 기초학문대학 신설은 △기초교양교육 활성화 항목의 지표상 득점을 위한 꼼수라고 볼 수 있다. 인문대· 자연대 통합, 대학 신설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계획하면서 구체적인 커리큘럼 개발이나 교양과정 개편 따위의 계획은 전혀 없다는 것이 ‘꼼수’임을 뒷받침한다.
 
날치기식 구조조정은, 구조개혁 중점 추진 대학선정이나 대학운영성과목표제를 고려한 처사라고 보여진다. 구조조정을 해서라도 구조개혁 대상이 되는 것만은 피해야 된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구조개혁 대상이 됐을 때 핵심적인 개혁 과제는 역시 총장직선제가 될 것이며, 개혁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해결해야할 과제 역시 핵심적으로 총장직선제가 꼽히는 상황이다. 교과부는 노골적으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목표로 삼고 있고(http://heinrich0306.tistory.com/286 도표 참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체로 직선제 폐지는 법인화를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 되고 있다.
 
현행 총장직선제가 완벽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총장직선제가 중요한 이유는, 직선제를 통해 총장을 선출했을 때 비교적 자치력이 있고, 국가의 교육정책에 일방적으로 구속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학장 직선제도 중요하다. 학내에서 구성원들로부터 선출된 학장은 총장을 견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학장 직선제는 국립대 선진화방안에 의해 폐지 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출될 총장은 정부의 시종에 불과한 가부장적 총장이 될 것이다. 가부장적 총장이 교육공공성을 파탄내리라는 것은 예측 가능하다.
 
요컨대, 현재 학사조직 개편은 국립대 선진화 방안이라는 큰 틀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며, 주요하게는 총장직선제 폐지, 학장직선제 폐지 등을 통해서 학교의 자치권을 침해하려는 교과부의 정책을 경계해야한다는 것이다. 글로벌인재학부 폐지와 자율전공부 캠퍼스 이전문제도 국립대선진화방안을 비껴가지 못한다. 때문에 폐지와 캠퍼스 이전문제는 해당 학부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구조조정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학과 통폐합이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통폐합이 기초학문분야에 대한 탄압일 때다. 글로벌인재학부 폐지 문제는 위와는 질적으로 다르며, 다른 조건을 고려해서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날치기로 극단적인 학부폐지를 추진하는 문제다.
 
덧붙여, 본관의 구조조정 논리는 자기기만적이다. 본관은 학부교양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융 복합 교육 개발을 추진한다고 한다. 아무런 커리큘럼 개발 없이 인문대와 자연대의 통합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는 추진하면서, 이미 내부적으로 기초학문을 학습하는 분위기와 학문 간 구분 없이 다양한 범주의 학문을 공부하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있는 글로벌 인재학부를 폐지한다는 것은 기막힌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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