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맛> 윤철과 KEC 곽정소

<돈의 맛>, 자본이 살아가는 방식을 비추다.
뉴스일자: 2012년05월23일 18시30분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로 이목을 끄는 영화 <돈의 맛>이 지난 17일 개봉했다. 수위 높은 노출 장면도 영화가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다. 큰 임팩트가 없어서인지 포털사이트에 영화평을 남긴 관객들의 평은 그리 좋지 않다.

이 영화의 완성도와 흥미에 대한 논쟁은 우선 접어두자. 소설, 시와 같은 문학이 현실을 반영하듯 이 영화 또한 그런 점에서 매력적이다. 감독이 의도했든 아니든 영화는 오늘 날 우리 사회 구조를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영화 <돈의 맛>의 윤철

막대한 재산을 탈세로 물려받는 윤철(온주완 분)은 미국계 사업가 로버트(달시 파켓 분)와 손을 잡고 외국계 법인을 통한 재산 불리기를 추진한다. 탈세혐의로 구속된 윤철은 아버지 윤회장(백윤식 분)의 검찰 매수로 풀려난다. 돈 앞에서 법은 쉽게 머리를 조아린다.

윤철과 로버트가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2009년 정리해고 당한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공권력의 진압 장면이 브라운관에 비쳐진다. 그 둘의 대화에서 윤철은 "저들도 아파트 한 채 가지고서 중산층입네 하고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했는데..."라고 말한다. 윤철의 말 속에는 정리해고에 대한 안타까움 보다는 노동자에 대한 무시가 담겨져 있을 뿐이다.

나이든 노(老)회장의 비서는 1%의 권력에 조금이라도 거스르는 직원들을 고문하고, 협박한다. 마치 대기업의 노무담당 관리자처럼 돈의 충실한 수족이 된다. 영화는 돈 앞에서 맥을 못 추리는 현실을 수차례 보여준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화는 자본주의를 염세하는 그저 그런 역할을 할 뿐이다.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염세하게 내버려 두는 것도 자본주의를 유지시키는 하나의 장치'라는 철학자 지젝의 말처럼.

자본이 살아가는 방식, (주)KEC

주된 줄거리는 아니지만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윤철이 놓지 않는 것이 있다. 외국계 법인을 통한 자본 유출과 탈세다. 쌍용자동차가 그러했고, 구미의 반도체 기업 (주)KEC가 그렇다. 영화는 오늘 날 자본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KEC는 지난 2월 경영적자를 이유로 75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이 경영적자의 진실은 무엇일까. 금속노조KEC지회는 "KEC 곽정소 회장이 일본에 있는 비제조법인을 통해 현금을 빼돌리고 있다. 더불어 홍콩의 말리바라는 이름모를 유령법인을 세워 탈세를 통한 막대한 이익을 가져간다"고 밝혔다.

생산기업인 (주)KEC와 연결된 자회사들은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쉽지 않다. TSD, TSP, KEC암코, 멘토스시스템, TS재팬 등 이 기업들 중 상당수는 중간거래를 담당하는 비제조 기업이다. 직원숫자도 많지 않다. 적자가 나는 생산공장이 왜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칠까?

KEC지회는 이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며칠 전 일본에 건너갔다. KEC 곽정소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TS재팬과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다. 일본으로 건너간 KEC지회는 "TS재팬의 이사들은 죄다 곽정소 회장과 가족관계로 얽혀 있는 이들"이라며 "KEC 생산공장에서 발생한 이익을 유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 KEC지회는 곽정소 회장을 만나러 구미 TSP 앞을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다.

23일 오전, KEC지회와 민주노총경북본부는 곽정소 회장이 구미 TSP에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공장 앞에 진을 쳤다. 하지만 곽정소 회장은 끝내 노동자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시각 TSP 공장 안에서는 신입사원 면접이 진행 중이었다. 이들은 TSP 정규직원이 아닌, 인력파견업체 멘토스시스템을 통한 TSP파견 노동자가 된다.

노동자들이 일본까지 쫓아가 정보를 찾아내도 수사기관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영화 <돈의 맛>에서 늙은회장과 비서가 로비를 위해 수시로 현금창고에서 돈을 꺼내던 장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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