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 산재 없는 세상(2)] 사무직 노동자의 비애

”산재 승인이 나면 사무직노동자 50%가 다 산재 받아야 한다”
뉴스일자: 2012년04월25일 15시28분

편집자 주 : 한국은 OECD 국가 중 연간 노동시간이 1위다. 그 덕분인지 산업재해 사망률도 1위다. 아울러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불승인율은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장시간 죽음을 각오한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4월 28일은 산재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산재추방의 날이다. 산재추방의 날을 앞두고 <뉴스민>은 노동자들의 산재 현실과 그 목소리를 담은 연속 기획을 준비했다.

산업재해는 ‘노동 과정에서 업무상 일어난 사고 또는 직업병으로 말미암아 근로자가 받는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정의되지만 흔히 생산직 노동자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다. 반복되는 공정으로 인한 신체적 손상과 중량물 운반 및 취급이 신체적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재해는 생산직 노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무직노동자 50% 이상이 직업성 질환...
 
“TV 너무 오래 보지마라, 눈 나빠진다”, “컴퓨터 할 때 바른 자세로 앉아라”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주 건네는 말 중 한가지다. 때때로 언론을 통해 PC방에 장시간 게임을 하다 과로사로 사망한 소식을 접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의 염려와 PC방 과로사에 버금가는 강도를 보이는 사무직 노동자의 노동환경에는 무관심하다.

▲ 건강보험공단에 근무했던 김수미(여, 45살) 씨
 

사무직 노동자들은 노동 시간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PC를 이용한 작업을 한다. 건강보험공단에 근무했던 김수미(여, 45살) 씨의 업무도 대부분 앉아서 하는 PC작업 이었다. 그녀는 2004년, 경북 영덕지사에서 근무하던 중 허리통증이 시작되어 병원치료를 시작했고, 2004년 1월부터 2005년 5월까지 산재로 승인됐다.
 
하지만 치료와 근무를 병행하며 지속적으로 같은 업무형태로 일했던 김 씨는 통증이 더욱 심화돼 휴직 후 입원요양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정된 요양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는 우울증까지 겪게 됐다.
 
2006년, 첫 번째 산재요양 후 재요양을 신청했으나 불승인 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재요양신청은 피재자의 업무가 기존보다 수월하였고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에 앉아서 수행하는 등 작업내용에 큰 변화가 없었다. 요추부 최초요양신청은 중량물 취급업무가 없다”라며 불승인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근로복지공단 직원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우리도 아프지만 참고 한다. 산재 승인이 나면 사무직노동자 50%가 다 산재 받아야 한다. 이 건 인정해주면 산재 신청이 줄을 이을 것이기 때문에 해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지난 2006년 사회보험노조에서는 사무직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의 불인정 사례를 알아보기 위해 대구경북 조합원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한 군데 이상 근골격계질환의 증상을 보인다는 응답자가 72%에 달했다.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이상을 호소하자 사용자측도 2006년 전체 직원을 상대로 증상조사와 병원치료를 실시한 바 있다.
 
육체적고통과 정신적 우울증까지 겹쳤던 김 씨는 공단에서 퇴사해 현재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이 부정부패에 앞장 설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권에 관심 가져야 한다”며 “사회보험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야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 업무특성에 대한 이해 없어
 
금수정(가명, 41세)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98년 입사해 114 번호안내 업무를 주로 담당하던 그는 2007년 허리통증으로 근무시간 중 쓰러진 후 허리 디스크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허리 업무부담 정도가 부담 없음. 중량물취급 위험이 없고 일반 사무직종보다 상기 부위에 과도한 부담을 인정할 만한 소견이 없음”이라며 산재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금 씨는 행정소송까지 진행했으나 대법원 판결까지 기각 당했다.
 
김 씨와 금 씨 판결의 공통점은 “중량물취급 위험이 없고 과도한 부담이 없음”이다. 하지만 여기서 몇 가지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했으나 장시간 앉아있는 업무를 육체적 부담을 주지 않는 업무라고 단정했다.
 
금 씨의 주치의가 “하루 10시간 앉은 자세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허리를 앞으로 구부려 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고, 휴식이 거의 없이 작업해야 하는 업무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음에도 이는 고려되지 않았다. 사무직 노동자들의 업무내용을 타 직종과 단순비교해서 적용한 것이다.
 
현 근골격계질환 요양신청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지침은 “가급적 현장조사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비전문가인 공단직원이 간이평가 서식인 “업무관련성 현장조사 시트”를 가지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단직원의 임의적인 조사와 평가가 진행되는 이유다. 업무의 특성과 그 내용에 대한 이해와 고려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지 형식적 ‘현장조사 진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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