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안 칼럼(1)] 아버지의 언덕

장애인 아버지가 넘지 못한 언덕을 생각한다.
뉴스일자: 2012년04월20일 10시18분

아버지는 언덕에 있는 작은 학교의 교직원 이었다. 젊은 시절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아버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언덕을 올라가는 일을 힘겨워 하셨다. 언덕을 오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버지의 자리는 점점 밀려 났다. 아버지는 자동차를 가진 동네 사람들에게 품앗이 하듯 차를 얻어 타고 출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루는 학교를 마치고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아버지는 방안에 굳은 듯 앉아 계셨다. 사립학교 구조조정의 첫 번째 순위로 장애인이었던 아버지는 자리를 내어줄 수 밖에 없었다. 출퇴근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자리를 비워줘야 건강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고 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와 잘 포장된 장애인 정책 속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본다. 장애인 고용을 말하기 전에 그들이 노동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어 있는지를. 장애인 노동환경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강구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노동에 임하기 위해 아버지의 언덕처럼 수많은 역경을 넘어야 한다. 또, 모든 기업에서 일정 비율이상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의무고용비율이 장애인의 안정된 일자리 제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비율 맞추기에 급급한 공공기관과 기업은 비정규직 근로를 양산하고, 그 마저도 거부한 기업들은 얼마 되지 않은 부담금을 납부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노동에 대한 접근, 교육을 받을 권리 그리고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차별당하지 않고 같은 노동을 보장받을 권리는 인간으로써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언덕이 그대로인 것처럼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만들어 놓은 사회의 한 공간에 울타리를 치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모든 인간에 동등하게 부여된 천부적 권리를 누리는데 있어 장애인이 배제되어선 안된다. 그들이 함께 이 세상을 만들어가는 삶의 주체임을 깨닫지 않는 한, 아버지의 언덕은 바벨탑처럼 우뚝 솟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