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즘 주창자 중 두 번째 인물로 장 멜리에(Jean Meslier 혹은 Jean Mellier 1664~1724년)를 선택하였다. 멜리에는 프랑스의 가톨릭 신부(Catholic priest; le curé)이다. 그가 죽은 후 그가 살던 집에서 무신론(atheism)을 찬양하는 방대한 원고가 발견되었다. 볼테르(Voltaire)는 이 성경을 요약․발췌하여 <장 멜리에 성경(Testament de J. Meslier; Jean Meslier's Testament)>이란 제목으로 발간하였다(<Voltaire's Extrait>). 멜리에 신부의 성경은 철저한 ‘무신론’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프랑스혁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 글을 쓰면서 그에 대해 검색을 했지만, 국내에서는 별다른 자료나 문헌을 찾을 수 없었다. 아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간단하게나마 멜리에와 그의 사상을 소개하는 글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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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멜리에(Jean Meslier) [사진=http://probaway.wordpress.com] | | |
멜리에는 1664년 6월 15일 프랑스 아르덴(Ardennes) 지방의 마제르니(Mazerny)에서 태어났다. 25세 되는 해인 1689년 1월 7일 그는 샹파뉴의 에트레핀니(Étrépigny) 교구의 가톨릭 신부가 되었으며, 이후 그곳에서 40년(1689년~1729년) 동안 봉직하였다. 그가 생존한 동안의 삶에서는 눈에 두드러질만한 일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그의 사후 가톨릭계를 뒤흔든 ‘사건’이 일어났다. 생전의 그는 방대한 분량의 원고를 집필했다. 그가 죽은 후 생전에 살던 집에서 이 원고가 발견되었다. <장 멜리에 성경>으로 불린 그 원고는 철저하게 무신론으로 일관되어 있었으며, 또한 그 당시의 사회에 팽배한 불의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장 멜리에 신부가 쓴 원고가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1735년 11월 니콜라-클로드 티리오(Nicolas-Claude Thieriot)가 그의 친구 볼테르(Voltaire)(볼테르는 필명. 본명은 프랑스와 마리 아루에(François Marie Arouet; 1694.11.21~1778.5.30))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이다. 이 편지에서 티리오는 멜리에가 남긴 방대한 분량의 원고가 있다는 사실을 볼테르에게 알렸다. 그로부터 27년 후인 1762년 볼테르는 <장 멜리에 성경>이란 제목으로 그 원고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여 발간하였다.
볼테르에 따르면, 멜리에는 농민들을 학대한 지방군주(local lord)인 앙트완느 드 투이이(Antoine de Touilly)를 위해 기도하기를 거부했다. 랭스(Reims)의 대주교는 그를 질책했지만, 다음 일요일 예배를 보면서 이렇게 설교했다. “이것은(기도 거부) 가난한 지역 성직자의 일반적인 운명입니다. 위대한 군주는 그들(가난한 지역의 농민)을 경멸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곳의 주님을 위해 기도합시다. 만일 앙트완느 드 투이이가 가난한 사람들을 학대하지 않고, 고아들을 약탈하지 않는 은혜를 베푼다면, 우리는 그를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예배에 참석하고 있던 드 투이이는 이 사실을 랭스 대주교에게 다시 보고하였다. 대주교는 멜리에 신부를 랭스로 소환하여 한달 동안 감금하였다.
멜리에 신부에 관한 또 다른 일화도 있다. 그는 젊은 하녀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당시 가톨릭법에 따르면, 신부는 만 40세 미만의 여성 하녀의 시중을 받을 수 없었다. 종교이사회는 이 법에 따라 멜리에 신부에게 젊은 하녀를 떼어놓으라고 명령하였다. 하지만 멜리에 신부는 그 하녀가 자신의 조카(혹자에 의하면, 사촌)라고 말하여 이를 거부하였다. 당시 그의 나이 55세, 그 하녀의 나이 18세였다. 교회는 다시 그를 처벌하고, 여러 달 동안 랭스 교구 수도원에서 추방하였다.
멜리에는 평소 금욕적인 삶을 살았다. 그는 자신의 급여 가운데 남은 금액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는 65세 되던 해인 1729년에 죽었는데, 자신이 근무하던 수도원의 정원에 묻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가 죽은 후 그가 살던 집에서 633쪽 분량의 세 권짜리 원고가 발견되었다. ‘비망록(Mémoir)’이라는 제목의 그 원고에는 ‘나의 성경(Mon Testament; My Testament)’이라는 멜리에의 서명이 붙어 있었다. 그는 이 원고에서 억압과 불의에 찬동함으로써 인간의 고통을 영속화하는 모든 종교를 ‘순전히 인간이 만들어 낸 발명과 제도’라며 격렬하게 비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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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멜리에의 <나의 성경> [사진=http://rocbo.lautre.net/] | | |
누구도 이 원고가 작성된 정확한 시기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죽기 전 10여 년, 즉 1719년부터 1729년 사이 작성되었다고 추측할 뿐이다. 이 원고의 사본 중 하나가 볼테르에게 전해졌고, 그는 다시 그 사본 수 백부를 친구들에게 나눠주어 읽게 하였다. 그 후 볼테르는 이 원고의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하여 1762년에 출간하였다. 멜리에 성경은 볼테르에게조차 감당하기 벅찬 내용을 담고 있었다. 볼테르는 자신이 가톨릭 신자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결국 그 원고를 전문이 아니라 요약·발췌하여 출간하였다. 볼테르는 발췌본의 마지막 문단에서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이렇게 적고 있다.
“이 원고는 장 멜리에의 2절판 성경을 정확하게 요약한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용서를 구하며 죽어가는 신부의 증언이 얼마나 큰 무게감을 갖고 있는 지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볼테르의 다소 ‘비겁하고 교활한 수사’와는 달리 멜리에 신부 본인은 자신의 원고에서 결연하고 비장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
“나는 이 원고가 나의 마지막이자 가장 강렬한 소원이기를 바란다. 또한 마지막 신부의 창자에 묶여 교수형에 처해진 마지막 왕이기를 바란다.”*
멜리에는 성경을 여덟 개 장으로 나누고, 각 장에서 구체적 증거를 들어 조목조목 자신의 주장을 펴고 있다.
1. 종교는 단지 인간의 발명품이다.
2. 믿음과 맹신은 오류와 환상 그리고 속임수의 원칙이다.
3. 하나님의 비전과 계시를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다.
4. 구약의 예언을 주장하는 것은 허영이자 거짓이다.
5. 기독교의 교리와 도덕은 오류다.
6. 기독교는 독재자의 학대와 폭정을 허용한다.
7. 신들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8. 영혼의 영성과 불멸이란 생각은 거짓이다.
멜리에는 위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여덟 가지 ‘증거’를 제시한다(Brian McCliton, 17~18쪽).
첫 번째 증거로 그는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화를 든다. 인간들은 서로 끊임없이 싸우고 갈등하고, 심지어 비난하기를 그치지 않는다. 만일 신(God), 즉 ‘동일한 믿음의 원리’가 존재한다는 게 명확하다면, 어찌하여 인간들이 서로 불화하겠는가. 그 이유는 종교란 인간이 만든 발명품이며 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간이 신의 이름과 권위를 이용하여 그들이 원하는 법률과 명령을 제정하여 사람들은 억압하고, 공포를 조성하기 때문에 불화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만일 종교가 다른 종교나 믿음과 화해하고 토론한다면, 불과 피를 이용하여 박해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 모든 것이 신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두 번째 증거는, 모든 종교가 이성과 양심에 반하는 ‘눈먼 자의 신념(blind belief)’, 즉 ‘맹목적인 믿음(맹신)’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맹신은 종교가 공유하고 베끼는 기적에 대한 믿음에 의해 강화된다. 예수가 행한 몇 가지 기적마저 극대화하여 마치 기독교가 광신에서 시작되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하였다. 그리하여 기적이란 무한히 완전한 존재의 위엄, 은혜, 지혜 및 정의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기적 그 자체를 믿어버리는 오류에 빠지고 말았다.
세 번째 증거는, 선지자의 비전과 신의 계시는 모두 광인(狂人)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을 기쁘게 하려고 죄 없는 짐승을 잔인하고 야만적으로 희생시키면서 이를 어떻게 신의 영광으로 돌릴 수 있는가. 짐승들의 피를 뽑고, 가죽을 벗기며, 그들의 고기를 굽거나 물에 넣어 끓이면서 어떻게 신이 장엄하고, 온유하며, 지혜롭다고 상상할 수 있는가. 신은 그들의 목을 자르고, 가죽을 벗겨 희생시킴으로써 성전을 추악한 정육점과 도살장으로 만들었다.
네 번째 증거는, 성경의 예언은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수는 두 가지의 거짓되고 미친 예언을 하고 있다. 하나는, 하나님이 모든 사람의 죄를 사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죄의 사함을 받은’ 어떤 사람도 보지 못하였다. 현재도 그들은 여전히 모든 종류의 악에 종속되어 있고, 노예로 살고 있다. 다른 하나는, 예수가 하늘의 왕국이 가까워졌다고 설교한 것이다. 하지만 예수가 설교를 한 때로부터 거의 이천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 왕국은 오지 않았다. 언제까지 가까워지고 있다고만 할 것인가.
다섯 번째로 다음 세 가지 이유를 기독교의 도덕성의 질적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로 들고 있다.
① 가장 큰 미덕은 아픔과 고통을 참는데 있다. 이는 마치 가장 큰 미덕은 비참과 불행을 사랑하는 것에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데,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② 육체를 욕망하고, 애정을 가지는 생각을 마치 지옥에서 영원한 형벌을 받는다고 비난하면서도 인간 종족을 보존하고 증식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자연적이고, 순수하며, 또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③ 우리의 원수를 사랑하듯이 너에게 해를 끼치는 이를 선하게 대하고, 사악한 이에게도 저항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원수들이 우리를 부상 입히고 학대하더라도 조용히 인내하라고 요구한다. 이는 마치 정글의 법칙을 수용하고, ‘현상 그대로(statu quo)’를 인정하라는 말과 같다.
여섯 번째 증거로, 기독교가 정치적 독재의 공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들고 있다. 멜리에는 가톨릭 사제들이 일반대중들에게 신에게 저항하고, 반항해야 한다고 가르칠 것을 요구한다. 그의 이 주장은 약 200년 후의 맑스가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말하는 것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멜리에는 재화와 부를 사적으로 소유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면서 사회적 공산주의를 지지했다. 그는 대중들에게 “연대하라”며 행동을 호소했다.
“여러분의 구원은 여러분의 손안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만 하면, 여러분의 해방은 바로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 대중들이여, 그러나 사리분별을 가릴 줄 아신다면 단결하십시오. ... 우선 여러분의 생각과 희망을 은밀히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십시오. 모든 곳에 교묘하게 전단을 뿌리십시오. 그 전단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종교의 오류와 미신이 얼마나 공허한지, 영주와 왕의 폭정이 얼마나 추악한지 알게 하십시오.” (장 프레포지에, 35쪽에서 재인용)
일곱 번째 증거로, 멜리에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 질서 및 완전성은 자연적으로 창조된다. 물질과 운동은 시공간에서 무한하므로 물리적인 질서는 창조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더욱이 악, 불행, 악행과 사악은 무한한 선과 지혜를 가진 절대자란 없다는 것을 증거한다. 절대자는 그런 것들을 예방하거나 제거할 수 없다. 멜리에는 기독교의 도덕성이 신이 존재한다는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고 하면서 신을 ‘키메라’(chimera; 사자의 머리에 염소 몸통에 뱀 꼬리를 단 그리스 신화 속 괴물)로 부르고 있다.
여덟 번째로, 영혼은 영성이며, 불멸이라는 종교의 주장은 거짓이라는 것에 대한 증거로 동물과 인간 모두 부패하기 쉬운 단순한 물질이라고 주장한다. 멜리에는 동물은 생명이 없는 기계라는 개념을 비판하면서 그들에 대해 친절하고 다정한 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인간의 태도에 분노한다.
모두 여덟 개로 이뤄진 각 장의 주제는 모두 종교가 가지는 허영과 거짓을 입증하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상당히 도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모든 주제를 아우르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신의 존재를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주제에서 멜리에는, “종교는 단지 인간의 발명품”이라고 주장하면서 아예 “신은 없다(There in no God)”고 단적으로 선언한다.
‘신의 존재’에 대해 그는, “어떻게 하나님 '한 명‘(un Dieu)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면서 그렇게 ’비밀스럽게(si 'discret') 있을 수 있는가? (만일 하나님이 있다면) 왜 그는 분명하고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우리 앞에 제시하지 않는가?”라고 항변하면서, 아래와 같이 주장한다.
“만일 그(하나님)가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기를 원하는 신성하고 완벽한 존재라면, 그는 이성과 정의의 화현(化現)이어야 하고, 또 궁극적으로 완벽하고, 명백하며, 혹은 적어도 사람들을 사랑하고, 경배하고, 봉사하는 모든 것을 충분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그(하나님)의 의무이다.”
멜리에는 “신이 만물을 창조했다”는 기독교의 교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기독교라는 종교마저 신이 아니라 ‘인간의 발명품’으로 간주한다. 창조주이자 절대자로서 신은 인간에 의한 숭배와 경배의 대상이 아니라 그 신이 오히려 인간을 사랑하고, 경배하고, 또 그들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멜리에는 그의 주장을 펴면서 인간이 고통받고 헐벗고 굶주리며, 온갖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데, “어찌하여 신, 당신은 조용하게(비밀스럽게) 있느냐?”고 반문한다. 또한, 신이 인간만물을 창조하고, 사랑한다고 하면서 인간에 대해 도대체 신이 ‘분명하고, 직접적으로(clairement et directement)’ 아는 게 무엇이냐고 묻고 있다. 결국, 멜리에는 신에게 “나는 존재한다(내가 있다)”고만 하지 말고, ‘당신(신)의 뜻(혹은 의지 sa volonté)’을 드러내고 입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멜리에는 종교의 정치화와 세속화에 대해서도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독교는 독재자의 학대와 폭정을 허용한다”고 비판하면서 정치와 결탁한 세속화된 종교에 야유를 보낸다.
“종교와 정치는 한 편의 소매치기들처럼 서로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다. ... 정부가 아무리 치사할지라도 종교는 정부를 지지한다. 종교가 아무리 어리석고 하찮을지라도 정부는 종교를 지지한다.” (장 프레포지에, 34쪽에서 재인용)
멜리에에게 있어 종교란 ‘인간의 발명품’에 불과하며, 영혼의 영성과 신성이란 것도 일반대중을 억압하기 위하여 엘리트계급이 통치의 수단으로 만들어낸 허영과 거짓에 불과하다. 심지어 믿음도 부조리와 모순에 바탕을 둔 ‘눈먼 자들의 신념’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영혼은 불멸하지 않고, 다만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 물질의 한 형태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즐거움을 죄악으로, 가난을 미덕으로 가르치는 구약과 신약의 가르침과 정의를 외면하는 성직자들을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는가라고 비판한다. 드워킨(Richard Dawkins)과 그 지지자들인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와 해리스(Sam Harris) 등이 현대의 무신론자라면, 멜리에는 전근대의 무신론자인 셈이다. 전자의 무신론자들마저 멜리에를 ‘공격적 무신론자(aggressive atheist)’**라고 불렀다.
흥미로운 사실은, 멜리에는 ‘가톨릭 혹은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종교(all the religions of the world)’가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옥과 천국의 존재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부정한다. “죽음 이후에 존재한다는 세계-천국-는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사람이 죄를 지으면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을 받는다는 것도 종교가 인간의 심리에 내재되어 있는 공포심을 이용한 것으로 거짓이다.”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천국과 지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들은 한편으로는 당신에게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대해, 다른 한편으로는 공포와 처벌에 대해 말한다. 그 모든 것은 단지 우화다. 죽음 이후에는 희망을 가져야 할 선함도, 혹은 두려워해야 할 악마도 더 이상 없다.”
그의 주장을 경청해보면, 300년이란 세월이 무색함을 느낀다. 평생 고독한 은둔자이자 신부로 살면서도 개인을 억압하는 종교와 정치권력에 대한 그의 신랄한 비판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인간과 인간사회를 비난하면서도 그는 그들에 대해 지극한 연민과 사랑을 가지고 있다. 반면, 왕과 귀족, 고위 성직자와 귀족 등 특권 계급이 저지르는 부정과 불의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판하고 극도로 증오한다. 심지어 그와 같은 지배계급에 대해 피지배계급은 저항하고, 정치적 혁명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시대를 거슬러 개인의 절대자유를 추구하는 그의 강한 의지를 알 수 있다.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그 진지함과 숙연함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한다.
성경의 결론에서 멜리에는 자신이 이 원고를 쓰게 된 내면의 동기를 라틴어로 짤막하게 밝히고 있다. 이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글의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 Omnem viam iniquam odio habui. »(J'ai haï toute voie injuste.)
“나는 불의한 모든 것을 증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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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 말은 성경 제2장에서 조금 달리 반복하여 표현되고 있다. 멜리에 자신은 물론, 그 인용구 자체만으로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지구의 모든 통치자와 모든 귀족이 신부의 창자에 묶여 교수형에 처해질 때 사람들의 희망은 되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 표현은 여러 작가에 의해 약간씩 변형되어 즐겨 인용되었다.
“마지막 왕이 마지막 신부의 창자에 묶여 교수형에 처해질 때까지는 인간은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아멘.”(디드로 Diderot)
“다른 사람도 아닌 두목이 감히 말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신부의 창자로
마지막으로 남은 왕의 목을 조르자고“(프루동, <혁명가의 고백(Les Confessions d'un révolutionnaire)> 중에서)
** 후일 멜리에성경을 영어로 번역한 Michel Onfray는 그 책의 서문에서 “(멜리에는) 급진적 무신론을 발명했다(he invented a radical atheism)”고 적었다. 그가 ‘발명했다(invented)’는 표현을 쓴 것은 필시 “신(혹은 종교)은 전적으로 인간의 발명품(they are purely human inventions)”이라는 멜리에의 말을 빌린 것이리라!
<참고문헌>
•장 프레포지에(이소희․이지선․김지은 옮김), 『아나키즘의 역사』, 이룸, 2003.
•<Le Testament de Jean Meslier>
https://bsstock.files.wordpress.com/2014/03/le_testament_de_jean_meslier.pdf
•<vie et testament de jean meslier>, éditions de la palabre du savoir.
https://lapalabredusavoir.files.wordpress.com/2011/09/testament_jean_meslier3.pdf
•Brian McCliton, “Jean Meslier's Testament”
http://humanistni.org/filestore/file/meslier%2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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