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제안] (10) 학교 밖 청소년을 ‘범죄소년’으로 만드는 사회

청소년 인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우선돼야
뉴스일자: 2014년12월24일 19시10분

[편집자 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뉴스민>이 함께 하는 [인권제안]은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 세계인권선언’ 66주년 기념으로 다양한 인권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12월 한 달 동안 총 13편이 연재 될 예정입니다. “인권의 바람이 통하도록 마음의 창을 열어주세요.”

우연히 법원에서 만난 김 군은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않은 ‘범죄소년’이었다. 죄명은 특수절도,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학교에서 크고 작은 일들로 수많은 징계를 받았고, 학교를 그만둔 이후에 법원에서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김 군은 장기보호관찰, 사회봉사 등의 처분과 함께 상담명령을 받았다. 얼마 후 대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상담을 받으러 온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김 군 자신도 학교를 빨리 그만두는 것이 마치 자신의 운명인 것처럼 생각됐었고, 학교를 그만둔 뒤의 세상은 ‘전쟁과 같은 냉혹한 생존의 세계’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또 하루라도 빨리 검정고시를 봐서 합격해야겠다며 어쩌면 그의 인생에 있어 첫 번째일지도 모르는 굳은 다짐을 하기도 했다. 한편 학교로 복귀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공부도 못 따라가겠고 동생들과 수업을 들으려니 부끄럽고 갑갑해서 학교로 다시는 못 돌아가겠다.’며 손사래를 쳤었다. 아직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2014년 대구지역의 학교 밖 청소년은 초등학생 478명, 중학생 496명, 고등학생 1,405명으로 재학생 334,369명 대비 총 2,379명(0.71%)으로 전국 6,481,491명 대비 60,568명(0.93%)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의 비율은 지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학교를 나온 이후 복귀하는 비율이다.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 중 초등학생은 80%, 중학생은 54%, 고등학생은 16% 정도가 학교로 돌아간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복귀율은 급속히 낮아진다. ‘학업중단 숙려제’ 도 중요하겠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이 이후의 삶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지원할 수 있는 정책 마련도 중요한 부분임을 시사한다.

참고로 ‘학업중단 숙려제’란 지난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와 여성가족부가 합동으로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을 줄이는 방안으로 도입한 제도로서 학교를 그만둘 징후가 발견되거나 자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 학부모에게 Wee센터, Wee클래스, Wee스쿨,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의 기관에서 전문 상담을 받으며 2주 이상 곰곰이 생각하고 궁리하는 기간을 갖도록 하는 제도이다.

물론 학교 밖 청소년 중에는 낮은 자기 조절 능력, 부족한 성실성 등으로 학교 안과 밖의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권리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의 청소년이든 존중받으며 인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 때문에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봐야 하는 것이 특히 청소년 인권보장의 의무자인 ‘어른’들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이 돈을 벌겠다고 굳은 마음을 먹어보지만, 배달업과 같은 저임금 고위험의 일들이 많고 제대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 진학이나 그 밖의 이유로 학력을 인정받으려도 해도 학교로 돌아갈 수 없어서 검정고시학원이라는 사교육 시장에 더 많은 돈을 주고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청소년들은 또다시 ‘좌절’이라는 생각하기도 싫은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청소년 정책은 대부분 학교에 다니는 ‘학생 청소년’에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학교 밖 청소년은 교육청은 물론이고 지역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인권의 주체라는 사실조차 잊히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상황이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학교 안에만 머물던 정책적 고민이 학교 밖으로도 점점 그 시야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실태조사, 상담지원, 교육지원, 직업체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정책을 준비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청소년 인권에 대한 이해와 그들에 대한 존중이다. 때문에 학교를 떠난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학교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기로 한 청소년에게는 진로 탐색과 함께 필요한 훈련을 받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에게는 큰 어려움과 부담감 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실효성 있는 복귀 프로그램을, 학교 밖에서 초․중․고등 교육과정을 마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검정고시 지원책 등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이로써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냉혹한 현실만이 세상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자신들을 위해 손 내밀어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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