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김수민의 도전, "풀뿌리, 녹색당 강화가 해법"

[인터뷰] "스타정치인 발굴해야...진보정당, 독자적 강화 필요"
뉴스일자: 2014년06월10일 18시46분

녹색당의 첫 지방선거 도전은 쉽지 않았다. 지역구 11곳, 비례대표 12곳에 후보자를 냈지만, 당선자는 없었다. 영남권에서 유일하게 지역구에 출마한 김수민(31) 현 구미시의원은 13.5%로 5위로 낙선했다. 당선권인 3위와 불과 0.6% 차이였다.

▲출처=김수민 의원 페이스북
선거는 끝났고, 당선증을 받지 못한 후보라면 깊숙한 곳에 가라앉을 만도 할 법인데, 김수민 의원은 바빴다. 지역구에 자리한 의원 사무실에 출근해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4년 계약 만료기간이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 임기종료일인 6월 30일까지 그는 의정보고서를 배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수민 의원은 움츠러든 기운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아쉽게 됐다. 고생하셨다’는 말을 건넸다. 그는 “저보다 지지자들이 더 아쉬워한다. 간발의 차이로 졌다는 것은 후보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는 새누리당 후보 3명이 당선될 정도의 동네는 아닌데 모두 당선됐다는 게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만했다. 13.5%로 5위를 기록한 김수민 의원 앞에는 2위 새누리당 후보 14.2%, 3위 새누리당 후보 14.1%, 4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14%가 있었다. 간발의 차이였다. 2명의 야권 의원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토건의 상징, 굴착기로 현수막 설치한 사연
“녹색당으로도 가능하다는 것 확인했다”

녹색당 후보로 처음 받아든 선거 성적표를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녹색당으로 나오는 게 전략적 오류였다면 새정연 들어가라는 말밖에 안 된다”며 “무소속이나 정의당, 노동당으로 출마한 것보다 나았다. 녹색당 출마한 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전혀 없었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그는 “무소속으로 나와 떨어지면 사조직을 만들어 재기를 누려야 하는데, 녹색당 이름을 박아놓고 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선점효과를 얻었다”며 “새정연한테 진 것은 아쉽지만, 녹색당으로도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 영남지역 유일한 지역구 출마자였기 때문에 당에 타격이 안 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쉬운 낙선 소식에 세간의 평가는 2명의 야당 후보 출마를 원인으로 꼽기도 했지만, 김수민 의원은 “새정연 후보한테 밀렸다는 생각은 없다. 2번을 찍은 사람은 후보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우리에게 투표한 이들 가운데 그런 사람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래서 당선자와 146표차였지만, 재검표를 요구하지 않았다. 개표참관인들 말에 따르면 김 의원을 찍은 표는 인주가 진하게, 그리고 칸 정중앙에 찍혀 있었다.

세월호 참사 효과 탓에 전반적으로 선거가 요란스럽지 않았지만, 선거 운동이 축제와 같은 분위기였다고 김 의원은 말한다. 유세차 대신 자전거를, 야간조명 없는 선거사무소도 이색적이었지만, 그가 꼽은 ‘명장면’은 굴착기를 이용해 현수막을 달았던 순간이었다. 김 의원은 “개발, 건설로 환경을 파괴한다는 표상을 가진 굴착기를 이용해 ‘녹색당’ 현수막을 거는 장면을 생각해보라”며 건설노조 조합인 선본 사무장의 굴착기가 사람을 들어 올려 높은 곳에 현수막을 내걸었던 순간을 언급했다.

▲출처=김수민 의원 페이스북

진보정당 패배, 풀뿌리와 정당정치 강화가 해법
‘구미 새로고침’ 발족, 공약했던 ‘길고양이 TNR’로 시작

선거는 ‘잘’ 치렀지만, 김수민 의원은 당장 일자리를 잃는다. 더불어 녹색당은 지방의회에서도 원외정당이 됐다. 그는 ‘풀뿌리’와 ‘녹색당 강화’ 두 가지를 과제로 꼽았다. 당분간은 저축해 둔 돈을 갉아먹을 생각이다. 그래서 10일 선본 해소식과 동시에 풀뿌리단체 ‘구미 새로고침’을 발족한다.

김 의원은 “의회 회의를 안 들어가도 되니 동네에 뿌리를 내고 돌아다닐 수 있다”며 “새누리, 새정연 낙선자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녹색당은 주민을 계속 만나며 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구상하는 풀뿌리단체는 어떤 모습일까. ‘고교평준화’, ‘버스노선 개편’ 등 굵직한 의제는 기존 구미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그렇지만, 동네 활동은 ‘구미 새로고침’이나 ‘구미 녹색당’으로 벌여나갈 예정이다.

그 첫 과제로 그는 ‘길고양이 TNR(Trap Neuter Return)'을 꼽았다.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 후 원래 살던 곳에 방사하자는 거다. 이번 선거에서도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었던 공약이었다. 김 의원은 “우리 동네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많다. 생존권을 보장하면서도 개체수를 줄여나가는 정책이라 주민들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며 “의정활동 막바지에 도전했던 분야라서 자신 있다. 녹색적이면서 대중적인 의제로 풀뿌리 활동을 벌여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한 달에 한 번씩은 집회신고를 내고, 현수막을 직접 들고 구미를 누빌 생각이다. 현수막을 자주 걸어놓는 게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꼭 녹색당 핵심과제가 아니더라도 녹색당 이름을 걸고 지역 활동을 해나가는 것이 그의 목표다. “지방의원을 배출해도 사조직화되면 결국, 성과가 모이지 않고 흩어져 버린다. 정치적 주체만이 성과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답은 정당강화”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풀뿌리’와 ‘녹색당 강화’는 떨어질 수 없는 과제다.

“녹색당 강화 위해 스타 정치인 발굴 필요해...
정치프로듀서 역할 필요하다면 맡을 것”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그는 강고했던 대구경북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많이 유연해졌다고 평가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시장이 되는 것도 이제는 고려 가능한 것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40% 이상 득표한 것이 이를 뒷받침했다. 그만큼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많이 유연해졌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는 진보진영의 한계를 지적했다. 또, 녹색당의 길을 고민했다.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의 눈물이 먹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국민들은 2번이 아니라 1번 아래에 지지를 보낸 것이다. 그동안 대구경북지역에서 제1야당은 진보정당이었다. 새누리당이 너무 세다 보니까 민주노동당이 제1야당 역할을 했다. 지역조직도 있었고, 사회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운동, 농민운동의 침체 속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를 차지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이 진보정당을 대체했다고 평가했다. 2010년 지방선거만 해도 민주당은 구미에 지역구 후보를 아무도 내지 못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4명의 시의원 후보를 냈다. 진보진영은 김수민 의원을 포함해 2명이 당선됐지만, 이번에는 김수민 의원과 무소속 시민후보 3명이 모두 낙선했다.

김수민 의원은 현 상황에 대한 해법으로 “진보정당에는 스타 정치인이 없다. 이전에 권영길 의원은 이미 대중조직에서 널리 알려졌었고, 심상정 의원은 원내에 들어와서 알려진 인물이다. 정치를 통해 스타가 된 사람은 노회찬 의원 정도뿐”이라며 ‘스타 정치인’ 발굴을 내놨다. 그러면서 중앙-전국-지역의 순환을 강조했다. 정당의 대표적인 활동가가 지역으로 들어가 활동하고, 지역의 활동가가 중앙정치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김 의원의 해법은 현재 녹색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하는 사람이 도의원에 출마할 수도 있어야 한다. 녹색당은 민주노동당처럼 운동기반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스타정치인이 필요하다. 이를 양성할 정치프로듀서가 필요하다면 제가 그 역할을 맡겠다. 3% 벽을 돌파하기 위해 이는 꼭 필요하다”며 “녹색당이 정당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서 정당정치를 살릴 스타가 나와야 한다. 정의당, 노동당에서 스타정치인이 나올 공산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출처=김수민 의원 페이스북

현재 녹색당의 한계도 분명하게 짚었다. 김수민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많이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에 대선에서 후보를 냈어야 했다. 그래서 도지사 후보도 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다. 1% 장벽을 돌파해야 하는 정당이라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당의 논평을 봐도 매우 점잖다. 땅을 잘 갈고, 씨를 뿌려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말짱 꽝”이라며 “녹색당도 중앙정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색당 강화’를 내건 김수민 의원은 지방선거 패배로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진보진영 통합안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는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통합하면서 당명을 녹색당으로 한다면 생각해볼 수 있다.(웃음) 각자 어떻게 더 강해질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며 “녹색당 브랜드는 유지해야 한다”며 진보정당의 통합보다 독자적 생존 모색에 무게를 뒀다.

경북지역에서 녹색당의 전략과 관련해서는 “경북에 현안은 많지만 갑갑한 게 사실이다. 대도시에서 당원을 늘리지 않으면 어렵다. 수도권이나 중앙 녹색당이 경북지역 의제를 가지고 치고 나가면 좋겠다. 지난 총선에 핵발전소 지역인 영덕에서 출마한 것과 불산 사태 때 구미녹색당이 적극적으로 뛰어든 걸 중앙에서 잘 활용하지 못했다”며 “경북이 스스로 자리를 만들 수 없다면, 의제를 던져 중앙에서 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몇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청소환경미화원노조였다. 비정규직보호조례와 구미 관내 청소노동자 처우개선에 나섰던 김수민 의원의 낙선 소식은 이들 노동자에게도 안타까웠다. 그는 삼성공장 앞에서 영화 <변호인>의 송강호처럼 명함을 돌릴 생각도 하고 있다. 20~30대 청년노동자와 만날 기회가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구미시의원 김수민이 아닌 활동가 김수민으로 동네를 누빌 작정이다. 동네에 유동인구가 많은 탓에 토박이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그는 “블로그에 다녀갔으면 제발 연락처를 남겨 달라. 그리고 저 안 바쁘니까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호소했다. 노동과 녹색이 살아 숨 쉬는 구미를 원한다면 ‘우리 중의 한 사람’인 그의 호소에 호기심이라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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