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박창신 강론, 핵심은 ‘노동자·농민의 삶’이었다

노동자·농민의 삶을 종북으로 외면 말라는 외침마저 종북몰이로 왜곡
뉴스일자: 2013년11월26일 12시37분

22일 저녁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 중 강론을 한 박창신 원로신부에 대한 청와대, 새누리당, 보수단체의 비난이 커지고 있다. 보수단체들은 25일 오후 1시부터 수송동 성당과 전주시에 있는 전주교구 등에서 규탄 집회를 저녁까지 진행했다.

이들은 “정의구현사제단은 더 이상 하느님의 이름 더럽히지 말고 즉각 해산하라”, “악의 축 북한 추종하는 정의구현사제단 이대로 놔두시렵니까?”라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이에 발을 맞추기라도 하겠다는 듯, 박창신 신부 규탄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오전 “지금 국내외로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들이 많다”며 “저와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의구현사제단의 사퇴 촉구 미사 등 일련의 규탄 목소리를 혼란과 분열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으로 규정지은 듯하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이 계속 드러나면서 18대 대선이 불법·부정선거라는 의혹은 이제 ‘의혹’이라는 꼬리표를 떼어야 할 때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올 초부터 최근까지 정부와 권력집단이 보인 행동은 불법을 덮는 물타기가 전부였다. 물타기를 위해 이용된 대상은 노동계에서부터 정당까지 다양했다. 심지어 이미 하늘로 떠나 사실을 물을 수도 없는 고인까지도 이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부터 시국선언과 시국미사 등을 통해 국정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정부의 상식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계속되어 왔다. 이번 정의구현사제단의 사퇴 촉구 미사는 다양한 집단의 시국선언에도 답이 없는 박근혜 정부에게 마지막 믿음을 갖고 호소하는 것과 같았다.

사퇴 시국미사를 주관한 송년홍 수송동성당 주임신부도 다수의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사퇴’의 의미에 대해 “여전히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며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면서 수사를 방해하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물타기를 지금도 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의 물타기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입으로, 목소리로 민주주의가 훼손된 이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사과를 듣고 싶다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간절한 호소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대응은 마치 NLL을 종북을 규정하는 마지노선으로 그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미사 후 3일간 종북 프레임으로 색칠하기 바쁘다.

박창신 신부, “종북으로 노동자, 농민들의 요구 탄압해서는 안돼”

이날 미사를 두고 정부와 새누리당의 종북 프레임에 걸린 이는 박창신 신부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날 종북 프레임에 걸린 것은 노동자, 농민, 서민이라고 볼 수 있다.

박창신 신부는 약 26분의 강론을 통해 노동자, 농민, 서민을 비롯해 이들을 위한 정당과 세력을 종북으로 몰아 억압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신부는 강론 초반부에 “부당한 권력과 잘못된 재물인 세상의 죄는 많은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인권을 침해하며, 희망 없는 세상, 억압과 착취가 난무한 어지러운 세상으로 만들어간다”면서 권력자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박 신부는 노동자, 농민, 서민이 한국사회에서 처한 상황을 짚었다. 박 신부는 “우리는 참 잘 사는 세상에 산다고 그런다. 그런데 누가 노동자가 되려고 하는가? 농민의 아들들이 장가 갈 수 있나”고 말하며 노동자, 농민, 서민은 “이 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 엄청난 희생을 감수한 이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노동자, 농민을 위하자고 하면 종북주의자라면서 비난한다. 이들이 우리의 적인가”라며 정권의 종북몰이가 가난한 서민들을 누르고 있는 것에 활용되는 것을 비판했다.

그리고 박 신부는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 등 역대 정권의 대기업 보호정책을 비판하며 “지금까지 정치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은 대기업과 짝꿍이 되어가지고 서민을 보지 않았다”면서 “기업을 살리느냐, 서민을 살리느냐 했을 때 대통령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것이고, 정권교체는 중요하다”며 정권교체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이어 “그런 정권교체가 이루어져야 되는데 국정원이 대선개입을 한 것이다”며 박 신부는 부정선거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에 대해 생각을 밝혔다.

박창신 원로신부는 그동안의 정치권과 대통령이 종북과 적을 빙자하여 노동자, 농민, 서민을 탄압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강론 약 26분 중 20분을 할애하며 언급했다. 이는 사실 결코 틀린 표현만은 아니다. 과거 광주민중항쟁 당시에도 종북은 활용됐고, 양심세력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 같은 공안사건들과 최근에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등 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해 투쟁을 할 때도 정치권이 잘 사용했던 것이 바로 ‘종북’이었다.

이에 대해 박 신부는 “어느 국가든지 적은 있다”면서 “그러나 적으로 만들어 놓고 그 적을 빙자해서 자국 내에 있는 사람들을, 선량한 사람들을 치고 박게 한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왜 예수님이 너희들은 적을 원수로 생각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했는지 이해했다”며 종북몰이의 본질을 짚었다.

논란이 된 NLL 문제를 언급한 것도 남북이 대화와 교류·화해를 통해 평화통일로 가는 방향을 모색하지 않은 이명박 정권의 대북 적대 정책에 대해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박 신부는 이명박 정권의 대북 적대 정책도 결국 종북문제로 백성을 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25일에는 보수단체(대한민국재향경우회,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한국자유총연맹) 회원 150여명은 전주시 천주교 전주교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박근혜 정부의 종북 물타기도 질리기 마련

결국 박창신 원로신부의 강론은 이명박 정권 이후 되살아난 종북 프레임이 서민들을 억누르고 정권에 반하는 집단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하고,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 불법 대선개입을 덮기 위한 수단으로 종북 프레임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신부는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지는 못했지만,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 문제, 비정규직 양산과 쌍용차 등 정리해고 문제, 최근 쌀 목표가격 문제로 고민이 많은 농민 문제까지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더 이상 종북으로 색칠하지 말고 서민의 입장에서 정치를 펼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 신부의 이런 문제의식을 청와대와 정치권은 단순히 ‘종북신부’가 북한이 주장하는 민중혁명을 주장하는 정도의 문제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이라는 ‘종북’ 카드를 어떤 방식으로 꺼낼지 골몰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이 문제를 ‘종북몰이’로 풀 경우, 물타기의 대상이 되어버린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종북몰이’도 결국 질리기 마련이다. (기사제휴=참소리)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