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북성로 공구 골목

번영과 쇠락을 보다
뉴스일자: 2013년11월09일 08시34분

신라시대에는 달구벌에 여러 개의 성이 있었는데 성문으로 북문, 동문, 서문 등이 있었는데 성문이 있던 곳이 지역 이름으로 바뀌면서 북성로, 동성로, 서문로가 되었다.

집의 권태와는 다른 녹슨 골목길을 걸어 다니는 것도 권태의 일부이겠다. 폭염이 내리는 한낮의 메마른 골목을 느끼는 희열감은 별로 없다. 그냥 걸어보고 싶어서 집을 나섰다. 화려하고 정리가 잘 되어서 시선을 편하게 하고, 하얀 시트가 가지런하게 정렬된 객실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면서 휴식하는 것을 좋아하는 도시인이지만, 때로는 땀에 젖고 목이 말라서 그냥 보고만 있어도 가난한 그런 풍경을 찾는다.

대낮의 도심의 후미진 공구골목에는 아무도 없다.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나 그리고 뜨거운 햇볕과 도심의 열기 어지러이 얽히고설킨 전선, 그리고 골목길을 걸어 다니면서 얼굴과 목을 타고 흐르는 비릿한 땀 냄새를 맡으며 나는 걷다가 서다가 생수 한 모금 마시다가. 번영과 그리고 낡아 빠져서 거의 형태만 지켜지는 것. 도시의 극단적인 면을 보면서, 앞서 가는 것 도태 되는 것을 보면서 난 그저 그런 녹슬어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이곳은 재개발 지역도 아닌 현재도 사회활동이 지속하여지는 곳이다. 한낮의 공장 내부 공장의 공터는 저녁부터 북성로 돼지갈비와 우동을 파는 곳으로 변모하는 곳이다. 낮에는 공장의 소음들로 저녁에는 술 한잔 하러 오는 이들의 사람냄새로 채워지는 곳이다.

와이야로프, 도르레, 체인 일절 파는 곳, 대구유압간판이 걸린 그 가게 앞의 화초들은 더위에 목이 타들어 간다. 그 앞에서 나는 같이 목마르다. 극단의 대비...때로는 어지럽다. 아메바같이 촉수의 느낌에만 의존하기도 하다가 때로는 컴퓨터처럼 논리 정연하고 이성적으로 완벽하게 살아야 하는....그래서 가끔은 퇴행하고 싶은....네모난 창틀의 궤적만큼의 햇살이 갈라진 땅바닥에 제 형태만큼의 모양으로 반듯하게 내려앉았다. 낮은 지붕 위에 오른 방열기는 매미소리처럼 힘차게 울어대며 더운 입김을 불어낸다. 80년대 홍콩영화에서 나오는 뒷골목 같은 낡은…….붉게 녹슬어가는 철 구조물 위로 깨끗하게 맑아서 눈이 부신 구름이 솜사탕처럼 부풀어간다.

번영과 쇠락……. 공존하는 것들.... 사그라져가는 모든 것들. 초점을 잃어가는 동자와 구멍 뚫린 마음들과 잡지 못해 놓쳐버린 모든 것들이 슬프고 애잔하고 허망하다. 햇살이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하늘의 푸름은 높아만 가는구나.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