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민뎅의 사적인 시간(8)

9월 6일의 흔적들.
뉴스일자: 2013년10월12일 04시00분

간밤에 ‘카페 카시오페아’*에서 올린 페이스북 글을 보며, 마침 왕가위 감독과 양조위가 연기한 <일대종사> 영화를 보고 나온 나는 공연히 아련해졌다. 광주에 있는 카페 카시오페아에서는 금요일에 영화를 보는 시간을 갖는데, 9월의 영화가 <중경삼림>이었다. 절로 아! 하는 찬란-의 영화, <중경삼림>.

오랜만에 싸이 월드에 들어갔다. 내가 언제 처음 이 영화를 봤었던지 찾아보려고 말이다. 근 1년간은 너무 바빠서 못 하고 있긴 하지만, 나는 꽤 전부터 영화나 책을 읽고 어느 한 글자라도 기록을 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이 책의 글귀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여하튼 검색을 통하니 금방 알 수 있었다. 2006년이었다.

‘1994년 5월 1일에 한 여자가 "생일 축하해"라고 말해줬다. 그 한마디로 난 그녀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기억이 통조림에 들었다면 유통기한이 영영 끝나지 않기를. 만일 기한을 적는다면 만년 후로 해야겠다.’**

1995년에 나온 영화. 1994년의 이야기. 당시 33살의 양조위를 나는 21살이 되었을 때 처음 봤다. 그러니까 <중경삼림>에서의 633을 온전히 본 것을 뜻한다. 움직임, 색감, 음악... 중경삼림은 그런 것들이 가득 찬 영화다. 가히 끄덕여질 수밖에 없는.

그리고 2011년, 26살의 나는 무언가 다를까 싶었지만, 역시 633과 페이에게 겅중 했던 시간을 가졌다. 나와 두 번의 띠를 돌아야 하는 양조위란 사람을 언제부터 좋아했던가. 21살의 나는 영화 속에서 그대로 멈춰있는 33살의 그를, 그리고 26살의 나는 역시나 달라질 수 없이 여전한 그를 보며 어떤 생각들을 했었던가. 그를 보면 가슴이 겅중 이는 나란, 아이.

“어딜 가고 싶어요?”
“당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ㅡ” ***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가만 보니 요즘 싸이 월드에서는 이상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 같다. ‘Today History’가 그것인데, 오늘과 같은 날짜에 올린 게시물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것이다. 왜 이런 걸 만든 걸까. 물론 우리는 추억에 젖어 지난 과거를 들추거나 떠올리며 살아간다지만, 왜 커뮤니티 사이트까지 이래야 하는가. 왜 원치 않을 때도 있을 사람의 기억을 제멋대로 들추는 것인지 모르겠다.

2013년 9월 6일의 나는 지난 9월 6일, 더 지난 9월 6일... 그러니까 지난 나를 보고 기쁘지 않았다. 슬프고 말고도 물론 없긴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이 아닌 ‘나만’ 볼 수 있게 선별되는 것이겠지만 내 지난 이별의 상태가 고스란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같았다. 하필 오늘 이런 걸 보다니. 때론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 보이지 않은 글들을 긁어 읽으며 나는 약간의 시간동안 멈춰있었다. 그 당시 나에게는 이루마, ‘어떻게 날 잊어야 하는지’가 흐르고 있었구나.

작년의 9월 6일에는 엄마와 있었구나. 엄마는 불면증에 꽤나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작년 9월 6일, 나는 4분이면 끝나는 치킨을 한 마리 주문하고 잠시 편의점에 가 그녀가 마실 음료와 내가 마실 맥주 한 캔을 샀다. 그 때 그녀가 한 말이 그 날의 끼적임으로 인해 변할 리 없이 남겨져 있었다. “나도 맥주 한 캔 먹고 취해서 잘까. 피곤해서 자고 싶은데...” 그 한 마디에 내 마음은 멈칫 했었다. 편히 잘 수 있다면, 이란 생각에 한 캔 사다줄까 묻는 내게 그녀는 “아니야. 병원에 가서 잠을 잘 못 자겠다고 했더니, 수면제 주더라. 오늘은 그거 먹고 좀 자야겠다.”라고 말했다.

나는 아무리 피곤해도, 혹은 피곤을 모른 체 너무나 상쾌한 상태여도 잠이 온다. 늘 잠이 와. 그러니 매일매일 밤새 불면으로 편히 잠을 자지 못하는 엄마의 짙은 고단함을 감히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마음이 울컥울컥 일렁였던 2012년 9월 6일의 밤. 모든 것은 내가 기록함으로써, 끼적임으로써 남겨져 언제든 그 상태 그대로 보관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불시에 닥치는 감정의 곤두박질은 원치 않음이다.

오늘 아침, 비가 내리고 오랜만에 <중경삼림>을 떠올리며 아련해진 나는 충분히 괜찮았다. 그리고 그런 글을 끼적일 시간이었다. 원치 않은 포털 사이트의 과한 서비스에 혼자서 분노 아닌 분노하며 끼적이는 이 글도 사실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는다. 원치 않은 기억들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또 하나의 기억으로, 기록으로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꺼내볼 수 있도록 보관되는 것이다.

하아, 그러나 별 수 있겠는가. 금세 어쩔 도리 없지 않느냐며 스스로를 자위한다. 어떤 글이 삶보다도 귀하거나 먼저일 수 있겠냐마는 그럼에도 그런 삶 속에서 어떤 글이든 쓰고, 어떤 글을 보며 위안을 받고, 어떤 글을 함께하며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하니까 말이다.

나는 오늘, 전연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내 머리에 툭- 떨어진 어떤 충격처럼 지난 이별에 내가 써내려갔던 글을 읽고, 눈가가 붉어지던 시간의 포착도 읽었다. 그리고 또 이렇게 써내려가니 언젠가 시간이 흘러 이 글도 그런 느낌으로 읽을지도 모르겠다. 음, 그래 뭐, 오늘 보게 된 글들은 포털 사이트의 횡포다 마음대로 화를 좀 내보다, 웃기도 하며 다독이는 걸로 하자. 언제, 어디에서든, 나는 그리고 우리는 지난 우리들 각자의 시간을 그리워하거나 괜히 한 번 떠올리기도 하며 살아갈 테니까.

그래, 그러니까 2013년 9월 6일은 비가 조금 내리고 있고, 나는 가을방학 음악을 듣고 있고, 이렇게 끼적이는 거지. 그렇게 살아간다, 오늘도.

 


*광주광역시 운암동에 위치한 카페
**영화, <중경삼림> 중
***영화, <중경삼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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