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았던 빈민, 故 윤영배 씨 추모제 열려

노숙인쉼터 비리 폭로하며 시민사회단체와 만나
뉴스일자: 2013년09월06일 01시56분

특별하지 않은 빈민, 대구 대명동 매입임대주택 어느 원룸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난 故 윤영배(49) 씨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은 윤 씨를 그렇게 불렀다.

공공근로를 마치고 나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여의치 않았던 윤 씨는 집에서 한여름을 맞았다. 전화를 몇 차례 걸어도 받지 않자 찾아간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활동가가 그의 집 문을 열자 파리떼와 썩은 내가 진동했다. 아직 쉰도 채 되지 않은 윤 씨는 한여름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8월 29일이었다. 부검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쌓인 우편물만이 윤 씨가 세상을 떠난 흔적을 기억하고 있었다.

5일 저녁 7시 대구 동구 신천동 장애인지역공동체 강당에서는 ‘특별하지 않았던 빈민, 故 윤영배 추모제’가 열렸다. 가족과의 관계가 끊긴 지도 오래 전이라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소식을 접한 이들이 추모제를 준비한 것이다.

장애인지역공동체, 인권운동연대, 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회원들, 그리고 그와 공공근로를 함께했던 이들 50여 명이 그가 떠나는 길이 쓸쓸하지 않도록 추모제에 참석해 마지막 배웅을 했다.

윤 씨가 대구지역 시민단체 회원들과 관계를 맺은 것은 2007년이었다. 달서구 노숙인쉼터에서 거주하던 윤 씨는 쉼터 원장의 비리 사실을 폭로하고자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만났다. 그 쉼터는 결국 폐쇄됐고, 윤 씨도 주거지를 옮겨야 했다. 그러다가 카톨릭근로자회관 노숙인쉼터에 다시 들어가면서 장애인 활동보조인 일을 시작했다. 활동보조인 일을 하면서 장애인 이용자와도 많은 친분을 나눴다. 또, 인권운동연대 회원으로 활동가들과 조그만 경험을 함께 나누기 시작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지인들 말에 따르면 윤 씨는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열심히 살다가도 어려움에 부딪히면 술을 잔뜩 마시곤 했던, 지극히 평범했지만 가난한 사람이었다.

자활을 해보겠다며 중구청에서 공공근로를 하며 돈도 열심히 모았다. 전셋집을 마련하겠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 공공근로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충청도까지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기도 했지만, 몸이 그렇게 건강하지 않은 윤 씨의 벌이는 신통치 않았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한동안 멀리했던 술과도 가까워졌다. 그러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상고를 졸업하고 젊은 시절부터 생활고에 시달리며 뱃일, 막노동 등 일자리를 찾아서 평범하게 살았던 그는 혼자서 죽음을 맞이했다.

추모제 사회를 맡은 서창호 활동가는 윤 씨를 두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특별하지 않은 빈민”이었다면서 “실직으로 술을 입에 대면서 고독사한 그를 뒤돌아보지 못한 점, 그렇게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를 되돌아본다”고 말했다.

김헌주 인권운동연대 운영위원은 “인권운동연대 사무실에서 간간히 마주쳤던, 눈에 띄지 않게 평범하게 살던 윤 씨를 기억한다. 이야기도 많이 나누지 못했던 그냥 거기 있었던 사람... 그래서 평범하게 오순도순 살다가 떠나게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라며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지 못하도록 강요받는 세상. 죽음마저도 평범하게 하지 못하는 세상에 함께 분노했으면 좋겠다”고 추도의 말을 전했다.

서승엽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우리 회원과 활동가들과 이야기한다. 우리 동지들, 회원들 쓸쓸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죽을 때는 쓸쓸하지 않게 하겠다고, 덜 외롭도록 함께 살겠다고...그런데 이 속에서 놓친 사람이 영배 씨가 아닌가”라며 “없는 사람들 마지막을 지켜주는 서로의 연대감, 우리가 영배 씨에 대한 빚을 씻어내고 외롭게 죽지 않도록 살아가면 좋겠다”고 울먹거림을 꾸욱 누르며 추도사를 마쳤다.

윤 씨와 달서구 쉼터에서 만나 공공근로도 함께 했던 이정재 씨는 “영배 군이 모이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욕도 잘하고. 돈도 모으면서 술도 입에 안 댔다. 일자리가 찾기 힘들어지고 술을 입에 대면서 부도가 나기 시작했다. 장애인을 포함한 밑바닥 사람들 챙겨 주는 걸 좋아했던 그가 생각난다”고 회상하며 애달픔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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