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정말로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참고로 저는 공적으로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의 일원이고, 사적으로 대구녹색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얼마 전, 대구녹색당에 일어난 일에 대한 스스로의 입장을 써볼까 합니다.
작년 3월 ‘반정당의 정당’으로서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와 더 이상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모아 대구녹색당이 창당됐습니다. 4월에는 서울, 경기, 부산, 충남녹색당 등과 더불어 정당법상의 ‘정당’으로서 창당됐습니다. 벌써 1년하고도 3개월째가 지나갑니다. 총선에선 0.43%의 지지를 받고, 재창당을 하고 대선을 힘겹게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더운 여름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더위 때문일까요? 최근 며칠 동안 대구의 폭염과 함께 대구녹색당도 한번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몇 가지 사안들에 당원들의 문제제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인데요. 대략적인 내용을 이야기해보면 이러합니다.
대구녹색당 사무실 이전을 둘러싼 논쟁
그동안 대구녹색당 사무실의 접근성과 다른 단체에 더부살이로 운영되었던 탓에 당사 활용에 제한이 있는 점 등의 문제점 때문에 운영위원회는 당 사무실 이전을 적극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얼마 후 몇 가지 제안이 들어왔고, 그 가운데 공간 활용과 접근성, 비용 등의 요소를 고려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충족시킨다고 판단되는 방천시장 내의 건물로 이전을 결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건물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가격은 저렴했지만 오래된 건물이어서 손봐야 할 곳이 많은 ‘문제적’ 건물이었기에 당사 이전에 대한 결정 자체를 다시 논의하게 됐습니다. 임시운영위원회가 다시 열렸고 임시운영위는 안전성에는 크게 문제가 없으니 수리비용을 최소한으로 하고, 이후 당사 만들기 작업에 당원들의 참여를 적극 보장하도록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당사 이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며칠 후 당원게시판과 개인휴대전화 등으로 당원들의 문제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원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현 운영위가 당원들과의 소통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당사 이전에 대해 진행된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당원들과 함께 논의하고, 운영위는 소통부족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후의 녹색당에 대한 소통구조 개선점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는 것! 이후 운영위-당원 사이에서 많은 의견이 오갔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오래된 정당 소통 문제
돌아보면 정당 운영에서 당 지도부와 당원 간의 소통문제는 언제나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때마다 각 당들은 당 지도부를 개편하기도 했고, 소통을 위한 특별기구를 만들기도 하면서 조직을 정비했습니다. 나름대로 다들 최선의 노력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자면 그다지 긍정적인 결과물이 나온 적은 없습니다. 잠시 잠잠해졌다가 다시 같은 문제가 반복됐을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녹색당은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왔습니다. 저뿐 아니라 운영위원들 또한 소통부족 문제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것에 공감했고, 당원이 원하는 것을 풀어내는 것이 풀뿌리 정치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고 믿기 때문에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운영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의지만으로 해결될 간단한 문제가 아니였나 봅니다. 정치와 가깝지 않은 생업을 가진 운영위원들은 한 달에 한번 이상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때문에 한번 모이면 한 달 동안 모아뒀던 모든 사안을 공유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당연히 힘에 부쳤고, 각각의 사업은 당원들의 ‘희생’급의 노력이 들어가지 않으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더해서 미숙한 사무처 운영과 실무처리 미숙 역시 계속해서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미해결 난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번 소통부족 문제가 터졌을 때, 솔직히는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부족한 능력 때문에 적절한 소통의 타이밍을 놓친다거나 재빠르게 대응을 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표현을 빌려 소위 ‘동아리’적인 움직임조차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당원들의 문제제기는 정말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운영위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각자의 생업이 정당과는 무관한 분들이 많은 상황에서 운영위가 부담해야 할 의무는 어디까지인지, 결정권한은 어디까지이고, 나아가 더 좋은 소통의 방법은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풀뿌리 민주주의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결론이 날 줄 알았던 이야기들이 아직 해결되지 못했기에 더 이상 글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소통을 위한 노력은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그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보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저 많은 당원들이 모여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개개인의 역량만 소모될 뿐 그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만족할 수 없는 모습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때문에 당원 총회나 의제에 대한 첫 번째 소통의 자리 이외에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많은 당원들이 모이는 것을 첫 번째로 고려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신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 상황에 대한 수습이 갈무리되면 지금까지 집중하지 못했던 지역모임을 활성화하고 의사를 차근차근 확실히 전달하는 대의적 구조를 제대로 확립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절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저 의견을 듣고 올리면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이상적인 모습이라는 것을 철저히 깨닫는 요즘입니다. 천천히, 천천히 인내하고 집중할 수 있는 곳에 역량을 쏟아 붇는 노력을 통해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듯 합니다. 때문에 녹색당은 ‘천천히’의 기준을 녹색당 내에서도 가장 느린 구성원들에게 맞추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사 남들이 답답해 할 정도로 ‘느린’ 사람이 당의 대표가 될 지라도 말입니다. 부디, 이번 일을 잘 갈무리하고 더 좋은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는 녹색당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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