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경북대병원 복직 투쟁 100일, 1,200여명 운집 투쟁문화제 열어

“쉽지 않은 투쟁,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
뉴스일자: 2013년04월19일 23시00분

“나의 인생에서 투쟁이란 용어를 쓸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해고라는 사회적 살인을 당하고 보니 내가 너무 세상을 모르고 안일하게만 살아왔음을. 또, 못 본 척 현실을 외면하고 살아왔음을 깨달았습니다. 힘없는 노동자인 죄, 힘없는 비정규직인 죄로 해고를 당하니 그제서야 현실에서 나의 위치에 눈이 떠지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강연주 칠곡경북대병원 해고자)

▲ 19일, 해고자 배기숙, 강정희씨가 100일 투쟁문화제에 참석한 학생들과 함께 몸짓을 하고 있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1월 천막농성에 돌입한 칠곡경북대병원 해고자들의 복직 싸움이 100일을 맞았다. 19일 오후 6시, 칠곡경북대병원에서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대경건설노조를 비롯한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시민 1,2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칠곡경북대병원 비정규직 해고철회 100일 투쟁문화제’가 열렸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을 통해 2년 이상 지속되는 업무에 대해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칠곡경북대병원은 12월 계약기간 2년이 도래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40명에게 무기계약직 ‘신규채용’ 시험에 응시하도록 하고, 그 중 6명을 해고했다. 병원은 무기계약직 ‘전환’이 아닌 ‘신규채용’이라는 꼼수로 6명을 해고한 자리에 다시 6개월 계약직을 채용했다.

지난 8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2012년 공공부문 부문별 무기계약직 전환실적을 보면 경북대병원(칠곡병원 포함)은 전국 국립대병원 10개 중 무기계약직 전환실적 ‘0’로 가장 낮았고, 비정규직은 621명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쉽지 않은 투쟁,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

이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벌써 복직투쟁을 한지 100일째가 됐다. 업종과 직종을 넘어 이렇게 함께 싸워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비정규직법을 악용해서 해고하는 이들을 용서할 수 없다. 오늘을 기점으로 해고당한 분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투쟁의 발판이 되도록 하자”고 말했다.

▲ 배기숙(왼쪽)씨와 강연주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100일째 천막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해고자 배기숙(45)씨는 “정부도, 박근혜 대통령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이곳 칠곡경북대병원만 비정규직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위한 지침을 해고를 위한 지침으로 악용하는 병원의 작태에 치가 떨린다”고 비난했다.

이어, 배씨는 “이 투쟁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다소 지루한 싸움이 된 건 사실이지만 저희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해고자 강연주(47)씨도 “나의 투쟁은 이제 100일을 넘겼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날들이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얼마나 더 병원에게서 상처받고 만신창이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얼마나 더 세상의 참혹함을 보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100일 되었다. 그동안 병원에 무수히 많은 기회를 주었다. 대화를 하자고 많이도 요청했다. 그러나 병원은 노동자를 기만했고, 이렇게까지 사태를 만들었다”며 “해고는 살인이다. 두 해고자에게 살인을 언도한 병원이야말로 살인자가 아니냐”고 100일이 되도록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는 병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는 해고자들만의 승리가 아니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 승리의 신호탄이 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며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를 다시 확인하고 대구에서만큼은 비정규직이 없도록 만들겠다는 투쟁을 선포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투쟁문화제에는 다음달 4일이면 철탑농성 200일을 맞는 울산현대차비정규직지회에서 찾아와 연대를 약속하고, 투쟁기금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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