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2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지도부를 선출하려 했다. 하지만 기호1번 이갑용-강진수 후보조에 대한 찬반투표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됨에 따라, 지도부를 선출하지 못했다. 이로써 지도부 직선제 실시 공약을 지키지 못해 김영훈 전 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지도부 공백상태가 이어지게 됐다. 민주노총 대의원인 이길우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의 글을 통해 민주노총의 현재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대의원조차 혁신하지 못한 민주노총
직선제, 실시보다 의미를 먼저 살리자
위원장을 선출하지 못한 1차적 책임은 대의원에게 있다. 임시대의원대회에 평상시보다 많은 대의원이 참석했음에도 결국, 유예됐다. 대의원 다수가 위원장 선출 마치고 나면 유예된다는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민주노총 대대를 성사시키지 못한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거 결과도 보기 전에 떠난 대의원들이 위원장 선출하지 못한 1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 후보들이 민주노총을 혁신하자고 했지만, 대의원조차 혁신하지 못한 현실이 민주노총의 현재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직선제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나는 민주노총 직선제 유예 입장에 동의했다. 직선제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된다는 것이 직선제 유예안의 이유였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다. 민주노총 직선제의 의미는 조합원을 민주노총의 주인으로 세우자는 것이다. 대의원대회 조차 성사되지 못한 상황,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직선제 그 자체는 의미가 없다.
직선제가 실시되고 나서도 문제다. 조합원을 어떻게 만나 선거운동을 할 것인가. 직선제를 실시 중인 지역본부 선거에서도 나타나듯, 정파나 노조 입장에서 후보 지지를 전파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직선제의 의미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민주노총의 공백, 정파간 논쟁 아닌 투쟁의 구심점 돼야
나는 지도부 선거에서 이갑용 위원장을 지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찬반투표 하는 것으로 결정 난다면 이갑용 지도부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었다. 민주노총의 지도부 공백 상태는 4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민주노총의 피로감은 더해진다. 올해 상반기 투쟁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의원 과반수의 지지를 얻지 못했지만, 투쟁하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또 한편, 재선거를 치르는 것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그 결과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은 민주노총에 피로감만 더할 뿐이다.
조합원이 민주노총 위원장이다.
민주노총 보다 앞장서서 더 조직하고 투쟁하자.
조합원을 만나면 항상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현안 투쟁을 하자고 강조한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이렇게 표류하는 것을 보면 조합원에게 부끄러워진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조합원이 있음에도, 올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대정부투쟁을 하고, 연대 투쟁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도부조차 세우지 못하는 대의원의 한계를 보면 부끄러워진다. 조합원이 보기에 직선제를 놓고 김영훈 위원장만 사퇴하면 되는지 반문해본다. 대대 사수조차 못하는 대의원 전체가 불신임 받아야 하는 문제다. 민주노총을 믿고 싸우자고 조합원에게 어떻게 말 하겠는가.
그렇다고 민주노총 위원장만 세워내면 될까. 보수언론에게 욕 얻어먹고 실추된 명예는 민주노총 위원장 한 명 제대로 세운다고 바뀌지 않는다. 지도부를 강제할 수 있는 하부의 힘이 없는 상황에서 위원장 하나 뽑아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틀렸다. 지도부에게 조합원이 무서운 존재가 되어야 함에도 조합원들은 그 역할을 포기한 것 같다.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민주노총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 두 사람에 의해 바뀌지 않는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만든 전노협과 민주노총의 역사가 있는데, 지금 민주노총이 잘못한다고 해서 버릴 수는 없다. 민주노총 혁신은 조합원과 함께 반성하고, 현장에서 더 조직하고 투쟁해야만 가능하다.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민주노총 이야기를 하면 딴 세상 이야기 하듯 여긴다. 민주노총이 욕 먹는 이야기만 들린다. 그럼에도 우리는 통합진보당 사태와 민주노총 내부의 문제로 논쟁하다가 위원장조차 뽑지 못했다. 민주노총 누가 지켜야 하느냐. 생각을 바꿔야 한다. 위원장만 바라보고, 투쟁지침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조합원을 만나 말한다. 비록 민주노총 위원장을 뽑지 못했지만, 나에게 위원장은 조합원들이라고. 여러분이 위원장이 돼서 민주노총을 만들자. 당신네들을 위원장으로 부르고 싶다. 대의원 잘못도 있지만, 현안투쟁에만 매달려 민주노총을 책임지자는 생각이 약화된 조합원의 무관심이 책임져야 한다. 나는 위원장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조합원 1,400명과 민주노총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인지 토론하고 싸울 것이다. 여기에 혁신이 있다.
이길우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장 겸 대구경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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