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
동길산
금방지은 따뜻한 밥 한 그릇
나를 먹이려고 상에 올리네
왼쪽에 밥그릇 오른쪽에 국그릇
짝을 맞춘 젓가락 숟가락을 사이네 놓네
어쩌다 한 번쯤은 두 번쯤은
나도 나에게 잘 먹이고 싶네
금방 지어서 김이 나는 밥
목이 메게 먹이고 싶네
나를 목메게 하고 싶네
나를 나처럼 생각하던 사람
평생에 한 번쯤은 두 번쯤은
같이 밥 먹고 싶네
젓가락 숟가락 짝을 맞추고
많이 먹어라 먹고 더 먹어라
목이 메게 먹이고 싶네
내가 목메고 싶네
- 동실산 시집 「뻐꾸기 트럭」 《 2009년 도서출판 신생 》 -
눈물이 울컥 나려 했다. 나를, 그리고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저려왔다. 따뜻한 밥 한 그릇 같이 먹고 싶은 사람들이 우찌 그리 많은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렇다. 나와 함께 길을 가고 있는 아내가 그렇다. 철탑에 올라앉아 모진 칼바람에 맞서 몸을 움츠린 해고자가 그렇다.
서푼짜리 노래는 고공에 닿지 않는다. 방 안에 숨었던 나는 애써 봄감자를 심는다. 아이들의 노래는 따뜻하지만, 어른들은 춥다. 아이들의 하늘은 푸르지만, 어른들이 자꾸 감추려 한다. 아이들의 하늘과 어른들의 하늘은 닿아 있지만, 그 하늘공장엔 따듯한 밥이 없다. 내가 금방 지어 먹은 밥은 따뜻하지가 않다. 언제 제대로 그리운 이들과 따듯한 밥 한 그릇 먹을 수 있을까?
오늘 아내의 생일날 숟가락과 젓가락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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