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막아내고 삼평리에 평화를”

청도 삼평리에서 열린 수상한 평화콘서트, 200명 참석해
뉴스일자: 2013년03월01일 22시33분

3월 1일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수상한(?) 콘서트가 열렸다. 100가구도 채 되지 않은 시골 마을에 20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이 수상한 콘서트의 정체는 신고리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송전하는 345kv 송전탑 건설 반대 싸움을 1년 넘게 벌이고 있는 삼평리 마을 주민들과 이를 지지하는 삼평리의 친구들이 준비한 <청도 삼평리 주민들과 함께하는 평화콘서트 삼평리에 평화를>이다.

삼평리 주민들의 싸움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2006년 한국전력은 부산 신고리원전의 전기 송전을 위해 '345kv 북경남 분기 송전선로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하지만 삼평1리 주민 대다수는 이 주민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했고 2009년에서야 송전탑이 마을을 관통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건설을 반대하자 용역경비직원과 한국전력 직원들이 막아섰다. 급기야 예순이 넘은 마을 주민들이 부상을 입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후 국정감사 등에서 문제가 지적되자 송전탑 건설은 주춤하기 시작했다. 앞서 5년여 동안 송전탑 건설 반대 싸움을 진행해온 밀양 주민과도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밀양 주민 30여 명은 이날 열린 평화콘서트에도 참석했다.

송전탑 건설 반대 싸움 속에서 싹튼 우정으로 청도와 밀양 주민들은 반갑게 서로를 맞이했다. 평화콘서트로 모여든 이들은 남녀노소, 지역을 불문했다. 송전탑 건설 예정지로 밝혀진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주민들, 영양댐 건설 반대 대책위 주민들, 노조탄압에 대항하고 있는 청도버스노조, 대구녹색당, 진보신당, 민주노총, 땅과자유, 희년공동체, 후마네르, 강냉이 등 대구경북지역의 다양한 단체가 삼평마을을 찾았다.

오후 3시, 한적한 시골 마을에 대구 와룡배움터 교사인 박동인, 강금영 씨의 노래공연과 함께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어 '땅과 자유'의 노래 '평화가 무엇이냐', '우리의 노래는 총보다 강하다'가 이어졌다.

삼평1리 주민 이은주 씨는 "삼평1리에 7개의 송전탑이 지나간다. 옆으로 보이는 송전탑 7개 중 6기가 완공되고 1기가 남아있다. 대부분 마을 사람들이 1개 못 세웠다고 뭐하겠냐며 빨리 한전이랑 합의하자고 한다. 하지만 할매들이 끝까지 막고 있다"며 "다 세워도 한 기만 막으면 핵발전소가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할매들이 죽을 때까지 막겠다고 한다. 여기 와 주신 분들 힘을 주셔서 너무 고맙다. 송전탑 건설 반대를 위해 끝까지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연극배우 이현순의 시낭송, 도노반과 제3행성의 노래, 녹색당 청소년 당원들의 춤으로 콘서트의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었다.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핵발전소가 이 송전탑을 만들고 있다. 전 세계 핵발전소는 줄어드는 데 우리나라는 계속 짓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업들한테 전기 싸게 공급하기 위해 핵발전소 짓고 그 오염은 국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이 바보 같은 짓을 왜 해야 하나. 우리는 끝까지 저항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익중 교수의 발언과 탈핵을 염원하는 노래공연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일제히 "탈핵"을 연호했다.

삼평1리 할머니들이 단체 노래 공연을 위해 무대 위로 오르기 시작하자 큰 박수가 이어졌고, 임정득 씨의 노래로 2시간여의 콘서트가 마무리됐다.

콘서트가 열린 정류장 맞은 편 집 앞 마당은 삼평1리 주민들이 준비한 음식으로 푸짐한 마을잔치가 준비돼 있었다.

삼평1리 주민 이춘화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힘을 줘서 고맙다. 우리 할매들은 죽을 때까지 싸운다. 이땅 산천 초목을 후손들에게 남기고 죽어야지, 천조를 줘도 합의 안 한다"고 말했다.

청도에 앞서 투쟁을 시작한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의 한옥순씨는 "우리도 움막을 11개 치고 24시간 할매들이 밤낮으로 막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10개 중에 1개만 못 세워도 갈 수가 없다. 1개 남았는데 다 됐다고 말하면 안 된다. 우리가 막다가 죽으면 우리 자식들이 막을 거다. 여기(청도)도 잘 하고 있다"고 말하며 음식을 나눠주던 이춘화씨의 손을 꼭 쥐었다.

이날 콘서트에는 청소년들도 30여명이 찾았다. 대구의 청소년인문학센터 후마네르의 이유정 씨는 "선생님이 추천해서 오게 됐다. 송전탑이 들어오면 안타까울 것 같다. 마을의 평화를 위해서 꼭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밀양이나 청도 투쟁을 이전에 들었지만 현안 투쟁이 바빠 몸으로 연대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찾아왔다"며 "노동자들이 바라는 세상은 환경을 지켜내는 세상이다. 민주노총도 연대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지속적 연대의 뜻을 밝혔다.

평화콘서트를 마친 이들은 공사재개에 대한 대책 논의도 진행했다. 이형석 녹색당 대구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날이 따뜻해지면 공사가 재개 될 것이다. 삼평1리 주민의 천막 보수와 지킴이를 운영하는 방안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건설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밀양과 청도 주민들이 열심히 막고 있어 핵발전소 건설 계획이 뜻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 6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나온 18개 핵발전소 건설과 더불어 이후 송변전 계획이 나올 것인데 해당 지역 주민의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청도와 밀양의 투쟁이 좋은 선례가 돼서 송전탑건설로 인한 피해나 국가의 일방적인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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