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03년 2월 18일. 대구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날의 참상을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한다. 대구 도심 번화가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참사에 친인척, 지인, 친구의 친구가 희생자나 부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 고통과 슬픔은 대구 시민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이제 그 상처가 다 아물었을까? 유가족과 부상 생존자들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트라우마를 비롯해, 아직까지 미해결 상태인 110억 원의 국민성금, 피해자 단체간의 갈등과 반목, 무수한 지적에도 고쳐지지 않는 지하철 인력 충원과 시설 문제,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그날의 참상, 곧 완공될 도시철도 3호선의 안전문제까지, 10년째 대구 시민들이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짐들이다.
<뉴스민>과 <티엔티뉴스>, <오마이뉴스>는 대구지하철 참사 10주기를 맞아 특별취재팀을 구성하고 공동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2003년 2월18일 ‘그날’부터 2013년 2월 현재까지 살아남은 자들이 짊어진 과제를 되짚는다.
<글 싣는 순서>
① 유가족과 부상자들의 고통
② 10년째 이뤄지지 않는 그날의 약속들
③ 그날의 참사는 제대로 기록되었나
④ 대형 참사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⑤ 10m 상공을 홀로 달리는 도시철도 3호선
- <뉴스민> <티엔티뉴스> <오마이뉴스>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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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철도 3호선은 무인모노레일로 운영된다. [출처;대구시] | | |
대구도시철도는 두 차례나 대형 참사를 겪었다. 1995년 4월28일 대구 지하철 1호선 공사 현장이었던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는 인근 영남중학교 학생을 포함해 10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003년 2월18일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선 사망자 192명, 부상자 151명을 남기는 세계 최악의 지하철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구는 ‘사고 도시’의 오명을 얻었다.
때문에 2014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인 도시철도 3호선의 안전도 대구 시민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다. 재난은 예방만이 최선의 대책이다. 따라서 안전 문제는 건설 단계에서부터 고려해야 한다. 현재 총괄공정 60% 상태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안전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10M 허공 위에 비상 대피로가 없다
건설본부, “고장장치만 기능 정지…나머지로 운행 가능”
2009년 대구시는 전국 최초 무인 모노레일 도시철도(총길이 23.95km, 정류장 30곳) 건설에 착수했다. 당시 대구시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녹색교통수단’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개통 1년을 앞둔 현재 안전상의 문제점이 여러 경로로 지적되고 있다. 먼저 지상 10M 레일 위를 달리는 3호선에 비상 대피로가 없다는 점이다. 철(凸)자 모양의 궤도빔 위를 요(凹)자를 뒤집은 홈이 파인 도시철도 3호선 열차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대피로 설치 공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10M 허공에 대피로가 없다는 것은 도시철도 3호선 안전 문제의 출발점이 된다. 차량에 문제가 생겨 정차하거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로가 없는 승객들은 열차 안에서 무작정 구조대가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에 대해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이하 건설본부)는 “기본적으로 차량이 자체적으로 인근 역까지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며 “고장 장치만 기능을 정지하고 나머지 장치로 운행할 수 있는 2중계 설계”라고 설명했다. 고장 난 차량은 기능을 정지시키고 나머지 차량만으로 정상 운행이 가능토록 한다는 복안이다.(도시철도 3호선은 3개 차량이 열차 한 편성을 구성한다) 또 스스로 운행할 수 없는 고장이 발생하면 후속 열차를 고장열차에 연결해 인근 역까지 운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예측할 수 없는 고장으로 장시간 조치 및 운행이 불가한 상황을 대비해 ▲나선형 지상탈출 장비 열차 당 4개 탑재 ▲전후 열차 대피용 비상문 열차 당 2곳 설치 ▲반대 선로 열차 대피용 건넘판 정거장 당 4개 비치 등의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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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건설 중인 3호선, 2014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 | |
기관사 없는 하늘 위 열차…건설본부, “안전요원 배치 계획”
건설본부는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책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지적된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한 완전 무인 자동운전 시스템이다. 이덕상 대구지하철노조 정책실장은 “무인 모노레일 시스템은 전혀 검증된 적이 없다. 장거리 대중교통 수단을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은 없다”며 “대피로가 없는데다 무인 시스템으로 비상조치 인력마저 두지 않는다면 위기 발생 시 무방비 상태가 된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지적처럼 열차에 직원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2003년 중앙로역 지하철 화재 참사도 1인 승무제로 인한 초기 대응 실패가 주원인이었다. 당시 기관실에서 화재를 늦게 인지한 기관사는 초동 대처를 빠르게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건설본부는 “이미 국내외에 무인 시스템이 정착돼 있고, 안전요원 1명을 열차에 배치할 계획”이라며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본부 관계자는 “부산 4호선, 의정부, 김해 등에서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고, 외국의 경우 두바이, 미국 라스베가스, 일본 마이하마 노선 등이 무인 모노레일로 운영 중”이라며 무인 시스템이 이미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 4호선, 의정부, 김해 등을 대구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모노레일로 운영되는 대구와 달리 다른 지역은 AGT(자동유도차량)시스템으로 운행하고, 철도도 슬라브 구조로 안전 대피로가 확보돼 있다. 또 노선 길이도 부산 4호선 12.7km, 의정부 11.1km, 김해 22.9km로 대구보다 최소 1.05km, 최대 12.85km까지 짧다. 모노레일로 운영 중인 외국의 경우에도 노선 길이가 두바이 5.45km, 라스베가스 6.4km, 마이하마 5.0km로 대구에 비해 현저히 짧거나 관광, 관람용으로 운행하고 있다.
더군다나 건설본부가 밝힌 안전요원 배치도 머지않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대구지하철 노조는 염려한다. 이덕상 대구지하철노조 정책실장은 “부산도 처음엔 무인 역사, 무인 운전으로 개통했지만 운행초기 많은 문제가 발생하자, 안전요원을 탑승시켰다가 지금은 철수한 상태”라며 “개통 이후 1년 정도는 안전화 단계를 거쳐야 해 안전요원을 탑승시키겠지만 이후 요원을 철수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주장처럼 안전화 단계를 거친 후 안전요원을 철수 시키면 3호선은 총 30개 역사 중 6개 역사에서 상주하는 직원 70명(2008년 대구시 기본설계안 기준)이 모든 역사를 관리하게 된다. 이는 역 관리 인원이 290명에 달하는 2호선의 24% 수준이다.
고속도 위 등 일부 구간 사고 무방비…구조대 도착까지 8분 초과
경북대 홍원화 교수 연구팀 실험…20대 30명 탈출에 6분 소요
대피로가 없고, 안전요원이 1명인 상황에서 돌발 위기상황(레일 위 고립, 화재 등)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건설본부가 최근 펴낸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차량 안전설비 현황’을 보면 건설본부는 기본적으로 “고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성 있는 제품선정”, “고장이 발생해도 고장장치만 정지하는 2중계 설계”, “운행 불가능할 경우 구원운전 기능” 등을 들며 돌발 위기상황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단 1%의 사고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지난해 2월 홍원화 경북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결과는 3호선 안전 문제에 주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홍원화 교수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승객이 레일 위에 고립돼 구조대의 구조를 기다려야 할 경우 일부 구간은 구조대 도착까지 8분이 초과해 위험 구간으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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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호선 비상 탈출 기구, 슈파이럴 슈트 [출처:홍원화 교수] | | |
20대 남녀 30명을 대상으로 나선형 지상탈출 장비(스파이럴 슈트)를 이용한 탈출 실험을 실행한 결과 장비 설치에만 평균 73초가 걸렸고, 1명이 피난을 완료하는데 평균 9.37초가 필요했다. 상대적으로 운동신경이 발달한 20대 30명이 유사시 장비를 이용해 탈출하는데 평균 6분이 소요되는 셈이다.
10년 전 중앙로역 지하철 화재참사 당시 1079호 차량에서 발생한 불이 맞은편 차량에 옮겨 붙기까지 3분이면 충분했다. 물론 당시 지하철의 내장재 등이 불에 취약한 자재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실험 역시 운동능력이 좋은 20대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탈출 시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3호선 구간 중 금호강과 신천을 가로지르는 구간과 고속도로 위를 지나는 구간은 장비를 이용해 탈출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홍 교수팀의 연구 이후, 건설본부는 금호강, 신천 구간에는 별도의 대피통로를 확보한다는 계획 아래 차량에 대피로로 대피할 수 있는 이동식 사다리를 비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고속도로 구간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고속도로 상부에서 고장 및 사고 발생 시 구원운전을 실시한다”는 계획만 세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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