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움직일 수 있는 진보정치 의제 만들어, 다시 민중속으로"

[인터뷰] 통합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 후보 황순규 동구의원
뉴스일자: 2013년02월19일 09시35분

지난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통합진보당이 비상대책위 체제를 끝내고 당직선거에 돌입했다. 당 대표, 최고위원과 더불어 광역시도당 위원장, 지역위원장 등 분당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동시 당직 선거다. 대구시당 위원장으로 출마한 황순규 동구의원을 만나 지역 진보정치에 관한 계획과 고민을 들어 보았다. 투표는 2월 18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하며, 대구지역은 모든 당직에 단독 입후보해 경선 없이 치러진다.

지난 2010년 동구의회 효목동 지역에서 당선된 황순규 의원은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넷이다. 당선 당시에도 대구 지방의원 중 최연소였다. 젊은 나이, 현역 구의원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대구시당 위원장 출사표를 던지기 전 동구지역위원장 후보로 등록한 상태라 시당 위원장 출마는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다수를 이루었다.

그와 만난 건 지난 7일 동구 아양교역 인근 연탄구이 집이었다. 저녁 7시 약속을 잡은 터라 퇴근 길 막힘을 고려해 일찍 출발했으나, 꽉 막힌 차들로 기자는 15분 늦게 도착했다. 헐레벌떡 들어서니 가게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의정 활동, 지역위, 시당위원장 활동 떨어져 있는 것 아니야"

파전과 막걸리 한 병을 나눠 마시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지역위원장과 시당위원장 동시출마. 지체 없이 질문을 했다. 의정활동과 지역위 활동, 시당위원장을 함께 하기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황순규 의원은 “당 상황을 봤을 때 당장에 나올 사람은 없지만, 누군가는 있겠지 편하게 마음먹었다. 현 비대위원장(송영우)이 등록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지역위원장 출마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지역위를 고민했던 것에 더해 시당까지 고민을 같이하게 됐다. 주변 활동가들이 있기에 함께 만들어 가면 된다고 생각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의정활동에 지장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표하자 그는 “시간대가 겹치지는 않는다. 낮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만날 수 있는 주민은 제한적이다. 시당위원장으로 지역적 연대활동은 주로 오전에, 조례와 같은 의정활동 준비는 밤에 하면 되고. 지도부가 새로 선출돼 서로 도우면 더 실속있게 활동할 수 있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 의원은 지역위원회, 시당, 의정 활동 어느 것 하나도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 시당 운영의 주요한 사업으로 그는 지역별 의제 중심의 활동을 제시했다.

그는 “지역위에서 당원모임을 만들 계획이다. 예전처럼 격식 있는 매월 정기 모임이 아니라, 이번 달에는 산행을 가고, 다음 달에는 영유아프라자나 작은도서관을 방문하는 식의 아이템을 가지고 6개월 정도 운영 후 잘 될 만한 것을 살려 운영할 계획”이라며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거리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중적인 주민공감 의제와 '노동', "당원들 활동할 의제를 만들어야"

그는 “이전 민주노동당 시절 학자금 이자 지원 조례안, 의무급식 추진 조례안 정도가 있었다. 지역위에서는 조금 푸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거리를 찾아보려고 한다”며 “작년 동구에서 놀이터 환경개선 서명을 받았다. 키즈까페 안 가는 이상 동네놀이터 가야 하는데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국감 발표가 있었다. 마음 놓고 놀이터에도 못 보내는 거다. 충분히 의미 있는 아이템”이라며 “그런 의제들을 발굴해 지역별로 주민들 만나면 당에 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과 밀착한 의제 발굴과 더불어 그가 강조한 것은 ‘노동’이었다. 황 의원은 지난해 동구청 청소용역 문제를 대구지역일반노조와 함께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노동현장은 자주 부대끼고 만나야 한다. 그런데 뭐로 만나느냐가 필요하다. 지자체 연관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제도적 개선 요구를 할 때 일반적 노사관계와 달리 공공기관은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이게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주민과 노동자. 다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 사람이 두 역할을 모두 가진다. 노동조합 활동 공간에서는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집에 돌아오면 지역 주민이 된다. 황 의원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진보정당이 잘하는 게 있어야 주변에 적극 진보정당 지지를 호소하지 않겠나. 자신의 문제 잘 해결되면 자발적으로 이곳저곳 알리고 다니더라. 지역 주민사업과 노동중심의 사업은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 대처하는 통합진보당의 자세
"야권 총량 확대 중요하지만 묻지마 야권연대는 안돼, 진보정당 의원 공과 논의 필요해"


1년 앞으로 다가온 2014년 지방선거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현재 대구에서 유일한 통합진보당 지방의원이기도 한 그이기 때문에 그 계획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황 의원도 2010년 선거 당시 야권연대로 당선됐다. 그래서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야권의 연대연합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진보개혁 지방의원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번에 그냥 묻지마 야권연대는 안 된다. 현역 의원의 의정활동의 공과를 분명하게 해서 진보개혁적인 사람이 의회에 진출하면 이렇게 바뀌는구나 하는 걸 세워야 한다”며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청소용역 문제 등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살펴야 한다. 야권연대 이름으로 지방의회 진출했을 때 그 이름으로 강제되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0년 야권연대로 당선된 야권 의원들은 그 기준이 명확히 서 있지 않았다. 여당 강세지역이라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묻지마 야권연대 분위기는 분명 존재했다. 당선 후 풀뿌리 의원들 간의 모임을 통해 공부도 몇 차례 했지만, 정당 차원의 연계까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진보정당 의원의 공과를 토론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움직임이 없으면 5월 정도에는 내가 먼저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 의원은 “진보정당의 역할이 정책화해내는 거다. 4~5년 거치면서 시스템은 어느 정도 구축했는데 의제가 없어졌다. 과거 진보정당 하면 대표로 꼽히던 게 무상의료, 무상교육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심상정, 노회찬, 이정희라는 진보정치인만 있고 의제는 없다”고 진보정당 운동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덧붙였다.

아픈 부분이지만 묻지 않을 수 없던 것이 통합진보당에서 탈당한 후 진보정의당을 창당한 이들과의 관계였다. 황 의원은 “개인적으로 껄끄러움은 없으나 조직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하지만 지방선거는 연대연합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 총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진보신당, 녹색당. 진보정당으로 인식되는 당이 4개다. 황 의원은 섣부른 통합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합치라고 하는 동력이 생기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연대연합의 과정에서 공동의 성과, 공감대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물리적인 통합도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서른넷 진보정치인의 고뇌
“민중 속으로 들어간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인터뷰 내내 그가 강조한 것은 진보진영의 ‘의제’였다. 당원 확대 사업 계획에 관한 질문에도 그는 “지역 현안, 노동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당원이 늘어나고 하지 않겠나. 놀이터 환경개선 사업하는 데 당원만 할 것은 아닐 것이다. 지자체 노동문제 해결하는 데도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당원이 되어야지 무작정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와의 공식적인 인터뷰는 생각보다 일찍 마쳤다. 계획과 진로가 구체적이고 뚜렷했기 때문이다. 이어진 가벼운 술자리에서 그는 “지역적 사업도 중요하지만,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에만 매몰되다 보면 보수정당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해 달라는 것 해주며 쫓아다니게 된다. 의제와 지역 아이템에 몰두하다 보면 드는 고민이다. 이러다 우리도 일본처럼 되는 것 아닐까”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이어 “예를 들면 지자체에 진보정당이 일찍 진출한 울산 등지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서 하기가 쉽다. 의회에 조례 상정해 문제 해결하는 것도... 하지만 지역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운동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없으면 남는 게 없다. 민중 속으로 들어간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고민 속에서 진보정치인의 고뇌가 베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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