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19) 모닥불

가난한 이들의 꺼지지 않는 불씨
뉴스일자: 2013년02월15일 18시40분

모닥불

불이 붙은 나무는
뿌옇게 연기를 풀어헤치며
탄다, 타면서 나무는
얼기설기 모여서 모닥불이 된다
찌그러진 드럼통 속에서
삼동三冬의 추위를
태우고 있는 모닥불 곁에서
못이 박힌 나무같이
배고픔을 대못처럼 박아 넣은 사람들이
메마른 입술로 훅훅 입김을 내뱉는다
어둠이 사라지지 않은 하늘로 올라가는
타닥거리는 붉은 나무의 울음소리
불이 붙은 나무는
탄다, 타면서 온몸으로 타면서
길고 긴 겨울을 건너간다


* 익숙한 거리와 지명들 그리고 익숙한 이름들을 뒤로하고 지리산 자락에 들어 온 지 2주가 되었다.
산골 날씨는 도시 날씨보다는 많이 추웠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시간들을 견디며 하루 하루를 보냈다.
이 곳 저 곳 망가진 몸 안에서의 변화는 아직까지 들려오지 않지만 편안하게 마음먹기로 했다.
그렇다고 마냥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닌 게 이 곳에 서의 생활이다.
가끔 나무를 하러 가기도 하고 가끔 눈이 오면 차가 다니는 입구까지 눈을 치우기도 하면서 그럭 저럭 아직은 이 곳 에서의 생활을 견디고 있다.
길고 길었던 겨울이 서서히 풀리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곧 봄이 올 것이다.
봄이 오면 지난 겨울의 모닥불을 사람들은 잠시 기억에서 지워버릴 것이다.
그러나 지난 겨울의 모닥불은 가난한 사람들 옆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의 농성장 옆에서 묵묵히 자신을 불태웠다.
그리고 그 불을 기억하는 그들 모든 노동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은 봄이 되어도 그 꺼지지 않는 불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 불을 꺼뜨리지 말고 살아가자.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지리산 실상사 산자락으로 들어갔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서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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