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정만진의 대구여행 (14)

기네스가 인정한 ‘대구약령시’, 국제 한약 유통의 거점
뉴스일자: 2013년02월02일 03시05분

‘약령시’는 대구의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그렇게 말하는 시간적 근거는 약령시가 17세기 중엽에 개설되었기 때문이다. 대구약령시의 역사를 한숨에 알아보기 위해 ‘약령시 한의약 문화관’의 공식 리플릿에 수록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다.

‘1658년 임의백 관찰사가 경상감영 내 객사 주변에 약령시를 개장’했다. 그리고 ‘1908년 현 위치(남성로 일대)로 이전’하였고, ‘1941년에는 조선총독부가 약령시 개장 행사를 불허’했다. 약령시가 현대식으로 부활한 것은 ‘1978년 약령시 부활 추진위원회가 발족하여 제1회 약령시 개장 행사를 개최’한 이후부터이며, ‘1985년 대구시가 약령시를 명소의 거리로 지정’했다.

이 리플릿은 또 ‘대구약령시는 (중략) 대구 읍성 안의 객사 부근에서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1개월씩 주기적으로 한약재를 거래했던 전통 한약 시장이다. 우리나라 전역은 물론 만주와 중국, 몽고, 아라비아, 일본, 베트남, 독일, 영국, 러시아,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 한약재를 공급함으로써 국제적인 한약 물류 유통의 거점으로 명성을 떨쳤다’면서 ‘천하제일 대구약령시, 한방문화의 꽃으로 피어나다’라며 기세를 떨치고 있다.

대구시가 약령시를 두고 ‘천하제일’, ‘국제적인 한약 물류 유통의 거점’이라고 큰소리치는 것은 단순한 자화자찬이 아니다. 대구약령시는 2001년 문화관광부가 ‘문화의 거리’로 지정하였고, 한국기네스위원회가 또다시 ‘가장 오래된 약령시’로 인증한 바 있다. 대구가 임의로 ‘천하제일’ 운운하면서 약령시를 공연한 자랑거리로 띄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타가 공인할 만한 근거가 있다는 말이다.

약령시 방문객이 약전(藥廛)골목을 거닐면서 두드러지게 보고 느낄 만한 곳은 즐비한 한약방들과 서울 인사동 비슷한 보도를 걷다가 만나는 한의약문화관이다. 물론 약령시를 방문하기 이전에 www.herbmart.or.kr부터 들러보는 게 좋다. 영어주소에는 mart가 들어 있어 무슨 시장 같은 느낌을 주지만 한글주소인 ‘사이버 한의약 체험관’을 보면 호기심이 증폭될 것이다.   

 

한의약문화관 3층은 대구약령시의 유래와 역사적 발전 과정을 영상(3D, 2D애니매이션)과 그래픽 패널로 소개해주는 100호실, 100년 전 약전골목의 한약방과 객주, 주막을 재현한 세트를 보여주면서 그것들의 역할을 역시 영상과 그래픽 패널로 소개해 주는 200호실, 실제 의약재와 한방유물 및 희귀약재, 채취기구 등을 전시하고 약초에 얽힌 재미있는 설화를 애니메이션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배치한 300호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가 하면, 2층은 특히 방문객의 호기심을 잡아끈다. 2층 가운데 400호실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다소 딱딱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한의학의 음양오행, 사상체질, 한약의 작용 등 여러 개념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는 ‘한방 원리와 몸속 탐험 ZONE’이다.

500호실은 ‘한방 웰빙 체험실’이다. 이곳을 성실하게 답사한 방문객은 자신의 현재 건강을 체크하고, 자신에게 맞는 건강유지법을 알아보며, 체득한 깨달음을 일상생활 속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된다. 박제된 느낌을 받기 일쑤인 기존의 박물관에 들렀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생동감을 이곳 약령시문화관에서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감히 말하건대, 대구약령시의 한의약문화관 이상 가는 실내(室內) 답사지는 대구에서는 물론 전국 그 어디에도 잘 없을 것이다.

약령시한의약문화관, 전국 실내 답사지 중
최고 흥미진진할 것

갓바위, ‘왕건’ 유적, 육신사, 홍의장군 묘소 등을 거론하면서 이미 말한 바 있지만, 대구 아닌 곳에서는 볼 수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대구의 그것보다 격이 훨씬 떨어지는 것만 볼 수 있는 ‘물건’들을 대구의 대표적 역사유적과 문화유산으로 내세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약령시는 그런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시민들은 약령시의 전통과 장점을 잘 살려 약전골목이 앞으로 더욱 대구의 상징물로 뚜렷하게 떠오를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필자 주
약령시 : 일반인들은 약령시(藥令市)를 ‘약(藥) 매매를 위해 관청의 명령(令)에 따라 개설된 시(市)장’의 뜻으로 받아들인다. 그 결과, 관청의 개입이 없는 지금도 ‘약(藥) 파는 가게[廛]가 많은 골목’의 뜻인 ‘약전(藥廛)골목’을 약령시와 동의어로 쓴다. 약령시가 임금에게 바치거나 외국과 교역을 위해 경상감사가 개설했고, 한약재를 파는 약(藥)시와 관청 소모품을 거래하는 영(令)시를 합친 말이므로, 일반인들의 그러한 해석이 ‘사회성’을 획득한 것도 무리는 아니라 하겠다.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