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김태희와 열애, ‘비’에게 무슨 죄가 있나

비류의 TV를 켰네 (1)
뉴스일자: 2013년01월05일 03시45분

가수 비(본명 정지훈, 31)와 김태희의 열애설, 곧이어 사실로 밝혀졌다. 다수 남정네들은 ‘여신’ 김태희를 빼앗긴 ‘사회적 실연’에 눈물을 흘렸다. 실연의 눈물은 곧장 ‘군바리’ 비에게 쏟아졌다. 주로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에게서.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로 눈물 적셨을 모포자락을 기억한다. 자신은 아니더라도 생이별한 동료를 지켜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터이다. 이별 통보를 받고도 휴가를 나가지 못해 탈영한 이야기도 들었을 터. 그런데 비는 휴가, 외출, 외박을 나가 ‘연애질’했다고? 화가 날 법도 하다.

일반 사병의 연평균 43일. 때문에 표적은 비의 출타 일수로 향한다. 비가 군 생활 450일 동안 받은 휴가와 외출, 외박 일수는 모두 98일로 알려졌다. 이에 국방부는 3일 정례브리핑에서 “정지훈 상병이 외출한 것은 공무출타로 연습하기 위해 나간 것인데 돌아오는 과정에서 사적인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사적인 접촉은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며 징계위에 회부할 것임을 밝혔다. 또, 탈모보행을 한 것과 일주일에 한 번꼴로 김태희를 만난 사실이 군복무 기강 및 특혜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다.

비가 복무하고 있는 홍보지원단은 흔히 연예사병으로 부른다. 공무외출과 외박이 잦다. 때문에 연예사병에 대한 적개심도 나타났다. 국방부는 비 사건을 계기로 연예병사 관리 긴급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비에 대한 비난에는 특혜 의혹과 상대적 박탈감이 더해졌다. 왜 그렇지 않겠나. 제대하고 나면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한 포상휴가증 한 장 받기 위해 생전 떨어 본 적 없는 아부를, 체육대회 경기에 목을 매고, 하늘 위를 지나가는 헬기를 보고도 큰 소리로 거수경례를 했던 기억들. 하지만 비는 외출과 외박, 휴가 중에 편법을 쓰지 않았다.

그 정도 특혜라면 대한민국 군부대 어디를 가든 있다. 2년 동안 포상휴가를 10번 다녀왔다는 이야기처럼. 공무 외출 중에 김태희를 만난 것이 죄라면 죄일 수 있겠으나, 그가 복귀 시간을 어겼다는 사실도 없다. 병가 외출, 공무 외출 나가서 부모님을 만나거나 친구를 만나는 경우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사건이 국방부가 나설 정도로 커진 데는 정지훈 상병이 가수 ‘비’이기 때문이다.

비는 아직도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다. 하지만 병역비리가 터져 나오고, 유승준이 공항에서 쫓겨나면서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이들에게 군대를 필수가 됐다. 야구선수 백차승은 미국 시민권을 택하며 대중들로부터 욕을 먹어야 했다. 가끔, 대한민국의 명성을 드높이는 유명한 스타나 운동선수들은 군대를 면제해줘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이들에게만 면제를 해줘야 할까. 군대 면제를 받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군대는 끌려가는 곳이다.

문제는 대중의 적개심은 항상 상대적 박탈감으로만 향한다는 점. 국방의 의무를 지우는 국가에 대한 분노와 문제제기로 향하지 않는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의 “대한민국 학교! 다 X까라 그래~!"라는 말이 떠오른다. 젊은 청년들을 군대로 질질질 끌고 가는 대한민국은 원한의 대상을 특정 사람에게로 돌린다. 분단된 국가에서 군대는 당연히 가야 하는 신성한 의무이므로. 사람들은 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는 시대, 한국전쟁 속 장면처럼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육탄전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20대 청춘을 수용소에 가둬놓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시간을 축내야 할 것인가. 비를 비롯해 연예병사들이 수행하는 홍보지원단 역할이 필요하다면 가둬놓고 생활시키지 않고, 역할을 같은 대체복무를 맡기면 된다. 단, 모든 영역과 사람들에게 대체복무제가 가능하도록. 비단, 양심적 병역거부자, 연예인, 스포츠 스타만을 위함이 아니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급하다. 나아가 국방의 의무 폐지와 모병제 도입까지.

비에게는 분단된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나 한 여자를 사랑한 죄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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